<열린마당> SW산업의 미래

安帝彦 한국젠심 사장

며칠 전 필자 회사에 한 제조업체에서 10여년간 일하다 그만두고 소프트웨어 전문 컨설턴트가 되고자 무보수로 일정기간 동안 소프트웨어 개발연수를 받고자 오신 분이 계셨다. 불혹의 나이를 넘긴 이 분과 대화를 하면서 공감한 부분과 그동안 국내 소프트웨어사업을 수행하면서 느낀 점을 몇가지 지적해 본다.

요즈음 이 업종에 종사하는 주위분들과의 대화 가운데 『불황이다, 경쟁이 너무 치열하다, 원가절감 방법이 한계에 달했다, 자리가 불안하다』 등등 불안한 한탄조의 소리가 높다. 그러면서 앞으로 무엇을 해야 좋을까 라는 질문에 대다수가 빨리 목돈을 마련해 조그마한 식당이나 차려볼까 한다고 한다. 이러한 추세는 점점 젊은 세대로 빠르게 확산되어 가고 있고 또한 이러한 이야기가 너무 쉽게 거론되는 것 같다.

사실 사무실 문 밖에만 나서면 새로 개업하는 식당들이 속속 늘어나고 있는데 자세히 살펴보면 그 메뉴는 별 차이점이 없다. 그리고 종종 외국손님을 위한 한국적인 식사대접을 하고자 해도 특별한 메뉴를 찾기 힘들고 최소한 외국손님을 배려하는 차원의 성의있는 문구 하나 제공하는 곳은 사무실 주위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모두들 먹는 장사를 하면 최소한 마음 편하게들 잘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요즈음 컴퓨터산업도 비슷한 양상을 띠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심히 걱정스럽다. 인터넷 열풍이 불고 초고속 기간망사업이 한창이다. 이러한 분위기에 편승하여 수많은 컴퓨터 관련업체들이 인터넷 관련, 그리고 네트워크 관련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것 또한 자세히 살펴보면 대부분이 정보서비스사업에 편중되어 있고 제공되는 서비스도 메뉴만 약간 다를 뿐 대개 엇비슷하다. 무엇하나 생산성을 가미한 실용성 있는 기발한 아이디어 상품을 찾아보기 힘들다. 서로들 제살 깎아먹기 경쟁을 하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도 여전히 새로 시작하는 소프트웨어사업은 이 영역으로 몰리고 있다. 우리가 경제학적으로 흔히들 우려하는 제조산업 탈피, 서비스산업 부상으로 인한 산업 불균형 혹은 위기라는 표현이 컴퓨터 소프트웨어산업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듯해 안타까운 심정이다. 이 말은 경쟁에서 스스로 일찌감치 포기하고 우선 쉽고 단기간에 승부를 걸 수 있는 지극히 말초적인 부분, 그리고 거시적인 안목없이 우리끼리 경쟁을 해야 겨우 안심이 되는 모양이다.

우리가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제품도 세계시장에는 내놓기가 부끄러운 모양이다. 그래서 여전히 국외에 수출한 사례가 없으면 쳐다보지도 않는 등 내국인이 개발한 상품에 대한 불신과, 그러고도 직접 개발에 대해서는 회피하는 모습 등을 지켜볼 때 우리 국민의 총체적인 나약함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다.

이제 우리는 먼저 자신은 물론 우리 것에 대한 자부심을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 젊은 소프트웨어 세대들이 이러한 모험적, 혁신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시대변화에 앞장서야 된다는 최소한의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고 본다. 자세히 살펴보면 할 게 너무 많다. 전 산업분야에 골고루 남이 관심을 가지지 않은 부분이 도처에 깔려 있다. 이러한 부분은 여전히 학교 및 연구소에서 묵묵히 연구 개발하고 있지만 성공적으로 상품화되어 크게 산업분야에 공헌하고 있다는 기사거리는 그리 흔하게 접할 수 없다. 예를 들면 환경, 교통, 쓰레기, 핵처리물, 소각장 등 실로 실생활에 가깝게 산재되어 있는 여러가지 문제점들을 소프트웨어적으로 해결해야 할 부분이 많다고 본다.

이러한 것들을 해결하려면 먼저 이러한 일에 종사하는 일에 꺼리낌이 없어야 한다. 그리고 해당 프로세서에 대한 확실한 지식을 쌓고 이해를 해야 제대로 된 소프트웨어 개발이 가능하다. 결국 현재 소프트웨어 개발자와 프로세서 관리자간 통념적인 양분으로 말미암은 각종 정보교환 부재로 인해 이들 분야의 소프트웨어 개발사업이 낙후된 실정이고 여전히 비인기 종목으로 도외시되어 온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틈새시장에 우리 젊은 세대들은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투자를 해야 한다. 외국 소프트웨어 패키지 제품에 너무 많이 의존하고 있는 현실을 우리는 각성해야 하고 우리 것을 통한 우리만이 가지는 독특한 방법을 찾고 개발하여 자랑스러운 우리 것도 있다는 것을 전세계에 보여주었으면 한다. 그래서 이러한 세대들이 차후에 나이가 들어서도 전업이 아닌 지속적인 프로그래밍 개발을 통한 소프트웨어사업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형성해 나가야 할 것이다. 또 이를 위한 사회적인 인식 및 뒷받침도 함께 따라야 할 것이다. 늙어서도 소프트웨어 개발업이 가능하고 여러방면으로 소프트웨어사업이 성행한다. 상상만 해도 참 멋진 사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