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PC산업은 10년 남짓한 사이에 그야말로 비약적인 발전을 했다. 시장도 한해에 자그만치 2백만대 규모를 형성할 정도로 성장했고 세계적으로 내로라하는 기업들도 많이 나왔다. 이같은 급속한 발전은 PC의 특성에 기인한다.
PC는 일반 가전제품과 달리 전후방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엄청나게 큰 대표적인 정보기기이다. 인체에 비유하면 머리와 손, 발을 이어주는 허리에 해당하는 것이 바로 PC이다. PC가 정보산업과 정보사회를 견인하는 가장 보편적인 네트워크 단말기로 정착된 것도 정보의 집중과 분산이 PC를 통해 이루어지는 탓이다.
정부의 정보화촉진 기본계획에 따르면 국가정보화 10대 과제 중 하나로 「열린 학교」구현이 포함돼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교육정보화의 일환으로 올해부터 전국 7백70여개의 실업고와 15개 과학고를 대상으로 멀티미디어 교실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특히 내년부터는 전국 9천여개의 초등학교로까지 멀티미디어 교실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에 따라 교육기관이 새로운 PC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1만개에 가까운 초등학교의 경우만해도 어림잡아 20만대의 시장이 형성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한 학교당 20대의 PC가 설치되기 때문이다. 교육기관의 PC보급 확산은 시간의 문제만 남아 있는 셈이다. 학교 정보화는 이제 시작단계에 불과하다. 아직은 실속이 없는 우리의 열악한 교육현실이 이를 잘 설명해 주고 있다.
독일의 사회학자 맨하임(K.Mannheim)은 전근대적 생활방식과 현대문명이 공존하는 현대사회의 기형적 현상을 가리켜 「비동시적인 것의 동시적 혼재」라는 표현을 썼다. 우리 학교의 정보화 교육도 「비동시적인 것의 동시적 혼재」로 비쳐지고 있다. 19세기의 학교시설 안에서 20세기의 교사가 21세기의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것이 우리 학교 교육의 적나라한 현주소다. 학교가 앞서가야 아이들이 앞서가고 아이들이 앞서가야 나라가 앞서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