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산업/전자, 코리아써키트, 새한전자 등과 함께 국내 PCB 전문업체의 맥을 유지해왔던 한일써키트가 최근 대주주 지분매각을 통한 경영권 이양을 물밑 추진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한일써키트는 지난 6일 보유 주식의 15.86%를 소유,최대 주주인 최규갑사장과 최사장의 친구로 2대주주이자 공동대표인 정홍섭사장(12.54%)의 보유지분 27만2천3백주(28.4%)를 제3자에 매각할 방침임을 이례적으로 증권거래소에 공시했다.
이와 관련,한일써키트 이언영전무는 『아직 결정된 것은 하나도 없지만 공시대로 1,2대주주의 보유지분을 3자에 매각한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해 한일의 사주가 바뀌는 것은 이제 시간 문제인 것으로 관측된다.
대덕전자 김정식회장, 코리아써키트 송동효사장, 새한전자 윤영기사장 등에 이어 77년 한일써키트를 설립,초창기 국내 PCB산업을 주도한 최,정 양 사장의 갑작스런 지분매각에 대한 사유는 아직 정확히 알려지고 있지 않지만,최근 몇년간의 사업정체와 수익성악화가 가장 깊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일써키트는 8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대덕전자,코리아써키트,새한전자 등 선발업체들과도 매출면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으나 90년대들어 격차가 커지기 시작,지난해는 대덕(전자/산업합산)의 10분의 1,코리아의 5분의 1도 채 안되는 매출실적을 거두는등 경쟁대열에서 완전히 밀려나 중하위권 업체로 전락했다.
수익성도 갈수록 악화돼 사상 최대의 호황이었다는 지난해에도 경쟁업체들은 상당한 매출증가와 고수익을 창출했지만 한일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 사옥매각에 따른 80억원 특별이익이 발생했음에도 불구,매출의 1%도 안되는 이익을 내는데 그치는 극도의 부진을 나타냈다.
지속적인 대규모 시설투자가 수반되는 다층PCB(MLB)시장의 부상에 대응할 자금여력이 부족한 것도 이번 지분매각추진에 결정적 요인을 제공했다는 분석도 많다. 비록 한일이 지난해 서울사옥을 매각하는 등 자체적으로 자금동원을 위해 노력했으나 수 백억원의 투자가 요구되는 MLB사업을 앞으로도 계속 끌고 가기엔 힘에 부쳤을 것이란 풀이다.
업계 및 증권가 일각에선 또 지난해부터 표면화되기 시작한 양사장의 보유지분 문제로 인한 불협화음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는 것과 최근 M&A(기업매수합병)관련설,미국수출증가,손익구조재선설 등으로 한일의 주가가 오름세로 돌아서 「주식은 시세가 좋을때 판다」는 의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럼에도 대다수 업계관계자들은 비록 한일이 실적이 부진한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 삼포무역을 통한 對美수출증가로 모처럼 활기를 찾고 있는데다 MLB를 중심으로 PCB가 아직은 전망이 어둡지많은 않다는 점에서 양 사장이 근 20년을 끌고온 한일에서 쉽게 발을 빼는 것이 납득이 가지않는다는 반응이다.
<이중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