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인터넷 붕괴론 갈수록 현실화

「인터넷 붕괴론」이 점차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인터넷 붕괴론은 미국의 네트워크 장비업체인 3콤의 창시자 보브 매트커프가 처음으로 주장한 것으로 장밋빛 미래만을 꿈꾸던 인터넷 업계에 충격파를 던진 논쟁.

매트커프는 TCP/IP 네트워킹이 안고 있는 기술적 한계와 인터넷을 장악하고 있는 전화회사들의 독점, 광고시장 미형성 등에 따른 인터넷 상거래의 비활성화, 동화상의 사용증대에 따른 인터넷의 과부하 등으로 인해 인터넷이 일정한 시기까지는 발전하다가 급속한 사고 등에 따라 붕괴되기가 쉽다는 지적을 한 바 있다.

이러한 매트커프의 주장이 제기된 초기에는 대부분의 인터넷 전문가들은 문제는 있지만 기술발전으로 이를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사안들이라는 낙관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지난 8월 발생한 19시간에 걸친 미국 최대의 통신망 아메리카 온라인(AOL)의 서비스 중단과 최근 본격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2000년이 될 때 발생하는 프로그램상 버그문제 등을 계기로 전세계 인터넷이 일시에 붕괴될 수도 있다는 주장이 점차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이런 상황에서 최근 실제로 인터넷의 사용증가가 전화회선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새로운 조사결과가 나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미국의 조사기관인 퍼시픽 텔레시스가 인터넷 사용량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지역 가운데 하나인 북캘리포니아의 한 지역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 지역내의 회선 중 약 16%가 인터넷의 회선사용 때문에 통화실패를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전화접속 실패율은 1% 이하여야 하는 것에 비하면 이 정도의 통화실패율은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이 이 조사기관의 지적이다.

이미 이 지역에서 전화사업을 벌이고 있는 팩텔, 벨 애틀랜틱, US 웨스트사 등은 연방통신위원회(FCC)에 이 문제를 제기해 청문회를 개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역의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ISP)들은 대부분 월 19.95달러(약 1만6천원)의 비용을 지불하면 무제한으로 인터넷 회선을 사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저렴한 비용 때문에 인터넷 사용자들이 폭증하고 있고 일반전화회선(PSTN)을 이용하는 네티즌들은 장시간 전화회선을 점유하게 된다는 것. 일반 전화통화가 평균 약 4분 정도 걸리는 데 비해 인터넷에 접속하기 위한 회선사용 시간은 평균 22분 가량인 것으로 나타나 기존의 회선대 사용자의 비율이 5분의 1로 축소될 수밖에 없어 심각한 회선부족 사태를 초래하게 된 것이다.

더구나 인터넷 회선 사용자들의 10% 이상은 1시간 이상을 인터넷에 매달려 있고, 전화회선을 두개 이상 사용해 24시간 인터넷에 접속하는 마니아들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여서 이러한 회선부족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인터넷 사용량이 오후 4∼5시, 오후 7∼11시에 집중돼 이 시간대에 전화통화를 시도하는 네티즌들은 만성적인 통화정체를 만나게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ISP에 연결된 중앙 허브의 스위칭 파워를 증대시켜야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막대한 비용이 추가된다는 문제점이 있다. 따라서 전화회사들은 최근 넷컴이나 AT&T월드넷처럼 ISP들에 이 비용을 부담시키려고 하고 있으나 ISP들의 반발을 사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PC통신이나 인터넷 사용자들이 전화회선을 위협할 상황까지 증가하지는 않았지만, 최근 PSTN망을 사용하려는 ISP나 PC통신사들의 회선사용이 폭증, 일부 지역의 경우 전화국에서 이들 회사의 회선증설 요구를 거부하는 등 마찰을 빚고 있어 조만간 쟁점화할 전망이다.

〈구정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