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 시달리는 연구기관들

연구기관의 연구 활성화를 위해서는 자금지원도 중요하고 훌륭한 연구인력 확보도 중요하다. 좋은 연구시설 확보는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는 연구분위기 조성은 더욱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아무리 넉넉한 자금지원이 이뤄지고 훌륭한 석학을 확보하고 있으며 또 좋은 연구시설을 확보하고 있다고 해도 의욕적인 연구분위기 조성에 문제가 있다면 그것은 한낱 구호에 그칠 공산이 클 것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나라 최대 테크노콤플렉스인 대덕연구단지의 연구분위기는 어느 정도일까 궁금하다. 연구분위기를 해치거나 사기를 떨어뜨리는 등의 조치가 계속 존재하고 있다면 그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구본영 과학기술처 장관이 지난 8월 초 취임 후 첫번째 가진 대덕연구단지 방문에서 그동안 연구기관들의 현안으로 떠오르던 연구중심운영제도(PBS)가 문제가 있다면 이를 보완할 것이며 강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연구원들의 사기를 진작시킨 바 있다. 현재 여러가지 보완대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장관 취임 3개월이 넘었는데도 아직까지 이렇다 할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어 안타깝다.

그런데 최근 연구기관에 대한 각종 감사업무가 또 연구분위기 활성화에 저해요소로 작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덕연구단지에 입주해 있는 주요 연구기관들은 과기처의 감사를 비롯하여 국회 국정감사, 감사원감사, 보안감사, 소방안전감사, 민방위감사, 예비군감사 등 여러기관의 잦은 감사업무로 정상적인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라고 하는데 이 또한 무엇인가 합리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 것 같다. 각 연구기관들은 자체 감사기능을 갖고 나름대로 감사업무를 벌이고 있는데도 일부 중복된 감사업무로 인해 정상적인 업무에 차질을 초래할 정도라면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의 국정감사만 하더라도 지난 8월 초부터 10월 말까지 거의 두달 동안을 자료준비에 매달려야 했다는 것인데 2년 연속 국감을 받은 기계연구소나 원자력연구소 등 일부 연구기관의 경우 잦은 감사로 큰 피해를 보고 있다며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감사업무도 행정간소화 차원에서 무엇인가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