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이든 영화든 그 입문과정에서 반드시 얘기되는 게 이른바 사회성이라는 문제다. 문학이든 영화든 어차피 우리가 살고 있는, 그리고 살았던 한 시기의 사회생활을 장르 고유의 특성을 살려 반영해 내는 것에 다름 아니라는 것이다.
그것은 원론적인 얘기고,어떻게 사회상황을 반영해 낼 수 있느냐는 방법론에 다다르면 문제는 약간 복잡해 진다.책에 쓰여져 있는 이론처럼 만만하지가 않기 때문이다.
더우기 영화는 한 세기동안 많은 제작자와 감독들에 의해 이미 다양한 방법론들이 소개된 터이고,그랬기 때문에 자칫 안일한 방법론을 들고 나왔다가는 진부하다거나 모방이라는 혹평과오명을 뒤집어 쓸 수 밖에 없다.
그리하여 영화란 연기자의 연기와 감독의 연출과 카메라의 시선 ㄸ위도 중요하지만 당대의 사회를 어떤 방식으로 새롭게 담아내느냐는 점이 항상 쟁점으로 부각되기 마련이다.
그런 면에서 임순례 감독의 <세 친구>는 적어도 지금까지 한국 영화가추구해온 이러저러한방법론들과는 매우 구별되는 방식으로 우리 사회의 일면을 고발하고 있다.
이념적인 입장을 취하지도 않고 특정한 사회이론 따위에 근거를 두지도 않아서 이 영화는 제작당시에 엄연히 존재했던 공륜의 잣대를 멀찌감치 비웃으며 제 할말을 잘 그리고 충실히 하고 있다. 더구나 선정성과 상업성따위와도 절묘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으면서 영화를 보는 재미는 오히려 적잖이 쏠쏠해서 굳이 청소년 관객을 제한할 필요도 없는 영화다.
이 영화가 작품성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인물설정에 있지 않았을까. 선천성 비만 체질의 공승호, 아무리 봐도 사내자식 태가 나지 않는 조세인 그리고 자본주의적 모랄에 적응하지 못해 소속없이 떠도는 김태무. 이 세 주인공은 모두 고등학교만 나온 채 속도와 효율을 우선으로 치는 현대사회로부터 철저하게 소외당한다.
그들이 나름대로 생존을 위해 벌이는 행각이 관객들의 웃음을 끊임없이 자아내지만, 관객들의 웃음은 어느새 관객 자신을 향한 쓴웃음으로 변하고, 엔딩 부분에선 무겁고 암울한 기분을 주체할 수 없게 만든다.
이 영화는 각본까지 맡은 임순례 감독의 기지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독특한 인물이면서 자세히 보면 우리 주위에서 넘쳐나는 인물들을 영화라는 틀 속에 집어넣어 봄으로써 우리의 실존적 모습을 스스로 되돌아보게 하는한편 전혀 과장되지 않은 감정처리로 부조리한 사회에 과감하고 에리한 메스를 들이대는 방식을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효서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