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수기 초겨울 극장가에 다양한 장르 영화들 선보여

지난 여름동안 「더록」 「트위스터」 「미션 임파서블」 「인디펜던스 데이」 등 할리우드 흥행작들이 장기 점령했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초겨울 극장가에는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이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유럽 거장들의 아트필름, 독창적인 저예산 독립영화, 외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푸대접을 받아온 우리영화, 개성적인 배우들이 등장하는 B급 액션등 흥행대작에 밀려 개봉관을 넘보지 못했던 작품들이 영화계 최대 비수기인 11월 초에서 12월 중순에 몰려 있기 때문.

마니아들을 흥분시킬 만한 작가주의 영화로는 이미 상영에 들어간 「제8요일」과 「율리시즈의 시선」 이외에도 「화니와 알렉산더」 「브라더 오브 슬립」 「헤비」 「패드라」 「브레이킹 더 웨이브」 등이 겨울시즌을 겨냥하고 있다.

이 중 백두대간이 수입, 16일 동숭아트홀 개봉을 앞둔 「화니와 알렉산더」는 현존하는 유럽 최고의 영화예술가로 불리는 잉그마르 베르히만 감독의 82년작. 이 작품은 최근 비디오로도 국내에 소개된 「제7의 봉인」을 비롯해 난해한 수사적 표현에 실린 형이상학적인 주제로 인해 평론가와 소수의 영화광들을 매료시켜온 전작들과는 달리 일반관객들에게도 호응을 받을 만한 대중성을 띤 것이다.

요셉 빌스마이어 감독의 「브라더 오브 슬립」은, B급 액션 「언더그라운드」로 방화제작에 뛰어드는 등 최근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중소영화사 베어엔터테인먼트가 수입한 독일 아트영화. 작은 산악마을을 배경으로 태어나면서부터 자연의 소리를 듣는 능력을 타고난 오르간 연주자 엘리어스와 매력적인 처녀 엘스베스의 순백색 사랑을 그린 작품으로 하늘과 구름, 수채화처럼 펼쳐진 산자락 등 빛과 소리가 어우러진 뛰어난 영상미가 펼쳐진다.

초겨울 흥행가의 선두를 달릴 만한 영화로는 레니 할렌 감독이 「컷스로트 아일랜드」의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제작한 「롱키스 굿나잇」, 40년대를 배경으로 닉놀테와 존 말코비치, 멜라니 그리피스가 주연한 액션극 「머홀랜드 폴스」, 스릴러 분위기가 가미된 배리 래빈슨 감독의 「슬리퍼즈」 그리고 미래사회를 배경으로 전개되는 SF추리물 「스트레인지 데이즈」 등이 있다.

이 가운데 「롱키스 굿나잇」은 주연을 맡은 지나 데이비스가 잃어버린 과거의 기억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살인과 테러에 휘말리는 여전사로 출연하기 위해 8개월이 넘는 웨이트 트레이닝과 사격훈련을 거쳤다는 일화를 남겼을 정도로 전형적인 할리우드 액션.

「슬리퍼즈」는 로버트 데 니로, 더스틴 호프먼, 케빈 베이컨, 브래드 피트 등 초호화 캐스팅으로 관객을 끌 만한 작품. 가정으로부터 어떤 간섭도 받지 않고 거리를 활보하면서 갱단의 두목을 따르던 네명의 꼬마 갱스터들이 소년원에서 습관적 구타와 향정신성 약물투여로 14년동안 고통스런 세월을 보낸 후 벌이는 긴장감 넘치는 복수극이다.

「스트레인지 데이즈」는 SF의 귀재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평범을 거부하는 연기자 줄리엣 루이스와 「쉰들러 리스트」의 독일장교 역으로 인상을 심어준 성격파배우 랄프 피네스, 미모와 연기력을 겸비한 흑인여배우 안젤라 바셋 등과 만난 작품. 10대들이 폭도로 돌변하고 주민들이 방탄조끼와 중무기로 무장한 채 손님을 기다리는 그로테스크한 미래사회를 그리고 있다.

그 밖에 스타들을 보기 위해 극장을 찾는 10대 관객을 위한 작품으로는 키아누 리브스가 이지적이고 터프한 대학생으로 출연하는 「체인리액션」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매력이 녹아있는 「바스켓볼 다이어리」 등을 들 수 있다.

〈이선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