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보일러 시장에 불량 저가품이 범람하고 있어 유통질서가 혼탁해지는 것은 물론 폭발사고 등 안전사고도 늘어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신규주택 공급 감소로 가스보일러 시장이 위축되자 일부 중소업체들이 가스보일러를 종전보다 최고 10%까지 싼 가격으로 대리점 및 건설업체에 공급하고 있어 유통질서가 혼탁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가스보일러 가운데 저가 제품들은 대부분 안전장치가 미흡하거나 KS마크도 받지 못한 제품이 대부분이어서 보일러 폭발, 가스누출, 열교환기 과열 등 각종 안전사고의 주범이 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가스보일러 시장에 불량 저가품이 범람하고 있는 것은 건설경기 불황으로 3∼4년 전부터 보일러시장이 위축되고 있는데다 건설회사들이 아파트단지 등에 보일러를 공급하는 업체들에게 가격경쟁을 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일러 공급업체들 역시 올해 제품을 판매하지 못하면 내년 3월까지 재고를 안고 가야한다는 부담때문에 궁여지책으로 싼 값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예로 중소 보일러업체인 R사의 경우 최근 매출이 급격히 줄어들자 제품 출고가격을 종전보다 10%, 소비자가격은 4% 가량 낮춰 결국 대리점들의 판매이윤을 6% 높이는 방식으로 자사제품 판매를 유도하고 있다. 이 회사는 제품가격을 낮추기 위해 KS마크가 없는 부품들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S마크를 받지 못한 가스보일러는 지난해 모두 1만5천5백여대가 생산됐으나 올해엔 지난 상반기에만 1만5천3백대를 육박했으며 연말까지 합치면 3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처럼 안전성에 문제가 되는 제품이 늘어남에 따라 가스보일러로 인한 사고도 늘고 있다. 한국가스안전공사에 따르면 지난 한해 가스보일러 관련사고는 모두 29건이 발생했으나 올들어 급증, 지난 상반기에만 모두 28건의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보일러 자체문제로 발생한 사고만 15건이나 발생해 가스보일러의 품질관리가 시급한 실정이다.
보일러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보일러시장이 침체됨에 따라 1년사이에 10여개의 중소기업이 부도를 냈으며 나머지 중소업체들도 자금난에 허덕여 제품을 싼 값에 공급하고 있다』며 『이 업체들이 저가공세를 펴고 있어 나머지 업체들도 영업에 어려운 상태』라고 말했다.
〈윤휘종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