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10%향상 운동 특집] 컴퓨터-HW부문

컴퓨터업계가 경쟁력 높이기에 발벗고 나섰다. 내수에만 초점을 맞추어왔던 과거의 소극적인 영업자세에서 탈피해 세계 시장을 향한 나래를 활짝 펴고 있는 것이다.

업계관계자들은 이같은 국내 컴퓨터업계의 모습이 그동안 내수시장에서 쌓은 자신감에서 비롯됐다는 데 이의를 달지 않고 있다. 그러나 갈수록 치열해지는 세계 컴퓨터시장에서 이같은 자신감이 곧바로 국산제품의 경쟁력강화로 이어지는 데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 정보화사회에서 그 나라의 경쟁력은 컴퓨터를 포함한 정보통신산업에 의해 좌우된다는 점에서 이같은 문제의 해결은 시급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최근 한국전자산업진흥회는 국내 PC산업 전반과 대만의 PC산업 전반을 비교해 대만산이 국산에 비해 약 20% 정도 경쟁력이 높다고 발표했다. 이같은 조사결과는 곧바로 세계 시장에서 국산이 대만산에 비해 밀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하며 대만이 과거 80년대 중반 세계적인 PC생산국의 자리를 차지했던 한국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중대형 컴퓨터분야는 외국업체에 절대 의존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불모지나 다름없던 국내 중대형컴퓨터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지난 85년부터 추진된 국산 주전산기 개발사업은 현재 제4차 사업을 진행시키고 있지만 보급 실적은 당초 계획보다 크게 부진해 사업자체의 추진여부를 놓고 전면 재검토에 들어간 상태다.

현재 컴퓨터산업 가운데 가장 활발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컴퓨터 주변기기 분야도 선진국과 비교할 경우 경쟁력은 취약한 상태다. 한국은 외형상 기억장치, 프린터, 모니터 등 핵심부품분야에서 시장점유율을 크게 높여가면서 새로운 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내실면에서는 아직도 허점투성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삼성전자, LG전자, 태일정밀 등 국내 기억장치 생산업체들은 하드디스크드라이브와 CD롬드라이브 분야에서 향후 2∼3년 이내 세계 선두그룹에 진입하겠다고 의욕에 차있지만 부가가치가 낮은 저가제품에만 매달려 매출 늘리기에 급급하다는 비난도 없지 않다.

프린터분야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전체 시장의 70%가 넘는 잉크젯 프린터분야를 휴렛패커드와 엡슨 등 외산제품이 장악하고 있어 외국제품 전시장을 방불케 하고 있다. 특히 프린터사업의 노른자위인 소모품은 1천5백억원이란 시장규모에도 불구, 핵심부품을 거의 수입하고 있어 「속빈 강정」에 불과한 실정이다. 모니터도 17인치 이상의 고급모니터는 대부분 수입품이 장악하고 있고 일부 국산품도 핵심부품인 튜브는 대부분 일본에서 수입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내수시장마저 시장개방체제로 전환되면서 국내 컴퓨터업체들은 생존차원에서 경쟁력강화를 위한 획기적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컴퓨터업체들의 경쟁력강화 노력은 PC업체들의 수출강화에서 그 일면을 찾을 수 있다. 그동안 몇몇 업체에 의해 간신히 명맥을 이어왔던 PC수출이 올들어 양적인 면에서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경쟁력약화로 수출사업 자체를 포기했던 기업들도 속속 수출재개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PC업체들이 수출을 본격화하고 있다는 것은 이제 국산이 대만산에 비해 품질 및 가격 등 전반적인 면에서 앞서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삼보컴퓨터가 미국의 최대 유통점인 시어즈에 자사상표로 대량수출을 개시한 것은 물론 삼성전자와 대우통신 등도 과거의 OEM 위주의 수출구조에서 탈피, 자사브랜드 수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현대전자도 그동안 중단했던 PC수출을 올들어 재개하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국산 PC가 해외시장에서 자사상표로 팔릴 수 있게 된 것은 그동안 경쟁력강화를 위한 국내 업체들의 부단한 노력의 결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선 PC에 들어가는 핵심부품 및 주변기기의 자체개발로 노트북PC의 경우 국산화율이 이미 50%를 상회해 전량 해외로부터 부품 및 주변기기를 수입, 조립하고 있는 대만에 비해 가격 및 품질경쟁력을 확보하게 됐던 것. 또 그동안 20여종의 내수모델과 10여종의 수출모델 등으로 다원화됐던 제품라인업을 통합하고 부품의 구매 및 생산성을 높였으며 재고 및 물류비용축소 등 생산에서 판매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사업구조조정을 단행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올들어 국산 PC의 경쟁력이 크게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국산 PC가 내수는 물론 수출시장에서 성가를 얻기 위해서는 대만은 물론 미국, 일본 등 선진국과 견줄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국산 PC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경영합리화, 전문생산체제의 구축과 업체간 수평분업체제 확립, 전략생품의 집중적인 육성, R&D확대 등이 기업차원의 대책이라고 한다면 제품표준화를 통한 국내 PC부품산업의 육성과 수입 핵심부품의 공동구매 유도 등은 바로 정부의 몫이다. 한국 정보통신망의 중추가 될 국산 주전산기사업도 경쟁력강화가 시급한 분야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산 주전산기사업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은 가격이 상대적으로 외산 기종에 비해 비싸고 응용소프트웨어가 절대 부족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따라서 국산 주전산기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현재 이원화체제로 추진되고 있는 국산주전산기 개발사업을 통합, 단일화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즉 한국전자통신연구소와 삼성전자, 현대전자, LG전자, 대우통신 등 국산 주전산기 4사가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는 국산 주전산기 개발사업과 서울대 신기술공동연구소, 삼성전자, 현대전자가 함께 추진하고 있는 대형 컴퓨터 개발사업은 사업 주체도 비슷하고 개발 목표기종도 엇비슷해 효율적인 인력관리 및 재원의 이중 투자를 방지하기 위해서도 사업조정이 불가피하다는것.

특히 중대형 컴퓨터는 PC와 달리 응용소프트웨어 지원이 필수적인데 국산 주전산기를 지원하려는 소프트웨어업체가 없는 점을 감안, 하드웨어 개발과정에 외국계 소프트웨어 업체를 참여시키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밖에 수입대체에 중점이 두어진 국산 주전산기 개발 사업을 수출지향적 사업으로 전환, 중국등 제3세계에 국산 주전산기를 수출하는 방안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

이미 삼성전자는 중국 정부가 추진중인 체신금융망 사업권을 일부 획득, 국산 주전산기를 대량 공급할 계획이며 현대전자도 중국에서 유사한 사업을 추진중이다.

국산 주전산기사업을 활성화, 국내 중대형컴퓨터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현재 일본이 운영하고 있는 「일본전자계산기 주식회사」 같은 렌털 전문업체의 설립도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일본 중대형 컴퓨터업체와 일본 정부가 공동으로 출자한 일본전자계산기는 각 업체가 생산한 중대형컴퓨터를 저렴한 가격에 임대하고 AS를 전담, 자국산 제품의 수요를 늘려가고 있다.

중견업체가 밀집한 주변기기 분야에서도 총체적인 위기상황을 맞이하고 있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해 있다. 국내 기업들은 생산원가가 대만 동남아 등지의 후발국가에 비해 비싸고 첨단 기술에 대한 정보력도 뒤지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생산원가가 높은 것은 무엇보다 경쟁국에 비해 대량생산 체제를 갖추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 LG, 삼보 등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면 국내기업들은 소규모 생산체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중소업체들이 조합을 결성, 부품을 공동 구입해 가격경쟁력을 높인 대만의 중소업체들은 국내기업에게 좋은 교훈이 된다.

정보력이 경쟁국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는 점도 심각한 문제다. 선진국의 경우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등과 제품 기획단계부터 함께 참여해 각종 첨단정보를 빼내고 있으며 핵심부품이 발표되는 즉시 1개월 이내에 응용제품을 선보이는 등 민첩하게 대응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가산, 두인, 석정, 서한 등 중소 보드업체들이 라이프사이클이 6개월 안팎에 불과한 멀티보드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국내 진출 외국기업과 해외거점을 정보창구로 활용하는 등 첨단기술 확보에 적극 나서 주목된다.

금융지원도 부실하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력이 있어도 자금력이 없기 때문에 빚을 내서라도 완제품을 만들지 않으면 수출이 불가능한게 한국의 현실이다. 반면 외국은 수출신용장(LC)만 개설되면 즉시 은행에서 장기저리로 여신을 제공하는 유산스제도가 활성화돼 있어 국내 현실과 좋은 대조를 보이고 있다.

결국 국내 컴퓨터업계의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려면 경영합리화와 전문화, 동종업계간 협력체제 구축, R&D확대, 첨단산업정보 획득 등 기업 자체의 노력과 함께 정부의 효율적 자원배분 노력과 금융지원책이 공동 보조를 맞춰야 가능하다고 요약할 수 있다.

〈컴퓨터산업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