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산업의 기업경쟁력 또는 국가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기술개발과 시장활성화라는 두 가지 선행조건을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기술개발 측면은 무형의 특성을 갖는 소프트웨어산업 자체가 기술에서 비롯된다는 점에서 경쟁력의 근원이 된다. 시장활성화 역시 소프트웨어산업이 다른 분야에 비해 신규 상품의 시장진입이 어렵다는 특성을 갖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 두 가지 선행조건은 소프트웨어 후진국 입장에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민간기업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정부의 체계적인 경쟁력 제고 정책이 밑받침되어야 하며 이에 걸맞은 기업 노력도 따라야 한다.
「경쟁력 10% 제고」를 위한 소프트웨어분야 전체의 노력을 기술개발과 시장활성화 측면에서 살펴본다.
〈편집자〉
==기술개발
『기술력에서 한발 앞서라』
세계 주요 소프트웨어업체들이 한치의 물러섬도 없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이 한 발 앞서 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기술력 확보가 선결과제다.
현재 세계 소프트웨어 시장은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넷스케이프 등 미국의 주요 업체들이 표준을 주도하며 고속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이들이 치열한 세계 시장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경쟁업체보다 월등한 기술력으로 사용자의 요구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며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왔기 때문이다.
국내 업체들이 이같은 상황에서 외국의 앞선 기술에 종속되지 않고 한발 앞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사용자의 요구를 미리 예측하고 미래 기술수요에 대비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한 일이다.
특히 국내 업체들이 제반 여건에서 앞선 외국 업체와 시장경쟁에서 보다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비교우위에 설 수 있는 분야를 미리 파악, 이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원천기술과 요소기술을 확보해야 한다고 업계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외국 거대 기업들이 진출하기 어려운 틈새시장과 상대적 우위에 있는 유망시장을 파악해 전략적으로 개발, 육성할 수 있는 분야를 미리 파악하고 기술을 개발하는 차별화 전략으로 나서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국내 업체들이 비교적 우위에 설 수 있다고 판단되는 전략 분야로는 CD롬 등 멀티미디어 콘텐트 관련 기술과 패키지 소프트웨어 및 시스템 통합기술(SI) 등이 꼽힌다. 현시점에서는 이들 전략분야의 상품화 요소기술을 미리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상품화 요소기술로는 이를 테면 인간중심 정보처리 기술, 실감형 멀티미디어 정보처리 기술, 광역 분산 정보처리 기술, 정보처리 기초기반 기술 등을 들 수 있다.
이들 요소기술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인간중심 정보처리 기술의 경우 사용자 인터페이스 기술에 기능화와 개인화 개념을 부가한 미래지향적인 기술이 각광을 받으리라는 전망에서 유망분야로 꼽힌다.
실감형 멀티미디어 정보처리 기술은 고속, 대용량 기술을 확보해 미래 상품화 기술의 핵심으로 삼아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광역 분산 정보처리 기술은 앞으로 미들웨어와 네트워크의 중요성이 크게 강조되는 상황에서 정보통신망의 원천기술로 각광받게 된 분야라 할 수 있다. 정보처리 기초기반 기술로는 객체지향 기술,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기술, 정보보호 기술 등이 있는데 이들이 짧은 기간에 상품화에 이르기는 어렵지만 현재 컴퓨터업계에서 이들 기술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향상되고 있어 꾸준한 기술투자가 요구되는 분야다.
이같은 요소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인 기업은 물론이고 학계와 정부의 유기적인 협력관계가 무엇보다도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고 볼 수 있다. 유기적 협력관계를 위한 방법으로 학계, 연구소, 기업의 공동연구소를 확보해 산, 학, 연 공동 특화 연구실을 운영하고 전문화된 대학원을 설립해 산업체 인력을 재교육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일이 꼽히고 있다.
또 기술정보 중계기구를 만들어 서로 필요한 기술을 공개하고 함께 나눠 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노력도 절실한 상황이다. 이밖에 경쟁력있는 소프트웨어 개발을 위해서는 우수한 요소기술을 보유한 해외 기업이나 국내 업체간 인수, 합병을 통해 기술력을 확보하고 해외 우수인력을 대거 유치, 앞선 기술을 습득하는 것도 기술력 향상을 위한 한가지 방안이라고 볼 수 있다.
〈함종렬 기자〉
==시장활성화
소프트웨어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서는 관련기술의 개발과 함께 시장활성화 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 마련과 시행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소프트웨어는 크게 패키지 소프트웨어와 시스템통합(SI) 분야로 나눌 수 있다. 이같은 분류 환경에서 시장조사회사인 IDC와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의 95년 국내외 시장규모 조사자료에 따르면 최대시장인 미국이 1천1백56억달러, 유럽이 8백47억달러, 아시아 시장이 4백53억달러에 달했고 성장률면에서는 지역별로 각각 11.2%, 8.3%, 3.1%의 성장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시장은 95년 23억달러의 시장규모에 성장률 34.8%의 고도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와 함께 미국과 유럽에서는 패키지 소프트웨어가 강세를 보이는 반면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 시장은 SI 비중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시장이 이렇듯 고도의 성장세를 유지하고는 있으나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은 외국 소프트웨어에 비해 모든 면에서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으며 이러한 이유 가운데 하나로 시장활성화 차원의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난달 31일 전경련회관에서 벌어졌던 「소프트웨어산업 육성 종합계획」 공청회에서는 이러한 문제인식 아래 내수시장 활성화 및 해외시장 개척방안에 대한 의견이 제시돼 주목받은 바 있다.
이날 지적된 문제는 현재 내수시장의 문제점으로 유통조직 미비 및 상품정보 제공 부족으로 인한 유통체계 미정착, 무상공급 성행 및 마케팅, 홍보 부족, 응용SW 및 수주개발 위주의 편중된 제품 구성, 정부기관의 수요창출 미흡과 외국 소프트웨어의 시장 잠식으로 인한 국내 시장규모의 협소화 등이 대두됐다.
이같은 전제에서 소프트웨어산업 수요창출을 위해 제기된 경쟁력 강화 대책으로는 패키지 소프트웨어의 경우 불법복제 단속 강화, 우수 국산제품 우선 구매제도, 그룹웨어와 통신소프트웨어 등 부가가치가 높은 특화시장의 개발, 국산 소프트웨어 구입시 금융지원제도 도입, 외국 소프트웨어 덤핑 방지책 마련 등을 꼽을 수 있다.
개발과정에서는 전문화, 수평적 분업화 유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유통과정 역시 내수시장 특성을 고려한 유통체제의 확립과 공정거래 관행의 정착,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시스템 통합사업 협력체제 구축 등이 시급한 과제로 지적되는 현실이다.
SI부문에서는 공공기관 대형 프로젝트의 외주, 위탁 정책 확대 및 소프트웨어 수요예보제 확대, 초고속 정보통신 서비스 시스템 개발확대, 중소기업 정보화사업 확대 등이 경쟁력 제고 방안으로 꼽히고 있다. 또 소프트웨어 구입비 상향조정 및 종합낙찰제 도입을 통한 구매제도 개선도 끊임없이 거론되는 상황이다.
한편, 국제무대 진출 등 해외시장의 개척 및 활성화도 소프트웨어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유력방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국내 소프트웨어의 수출구조는 기본적인 수출 인프라의 미흡으로 몇년째 답보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해외정보 습득의 열세, 부실한 해외 유통망, 마케팅 능력 부족 등이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3단계 해외시장 개척 전략이 제기되고 있다. 제 1단계는 외국 소프트웨어 업체와 공동개발을 추진하면서 시장 거점을 확보하는 단계, 제 2단계는 유통망 구축 및 현지법인 설립과 소프트웨어 수출 종합상사 육성 단계, 제 3단계는 자유 시장경쟁을 통한 수출 현실화 등이 그것이다. 이같은 3단계론은 정부가 오는 2000년대 이후 25억달러의 수출목표를 세워놓고 있는 소프트웨어산업 육성종합계획(안)과 일맥 상통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밖에 선진국 및 개도국, 잠재 시장 및 미래시장 등의 방식으로 국가별 지역별 특성에 맞는 시장전략을 수립,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소프트웨어 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부차원에서 종합적이고 체계적이며 연속적인 정책수행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를 위해 내수 부문에서는 기업 차원의 경쟁력 향상을 통한 시장창출이 시급하며 수출부문에서는 민, 관 협력체제 아래 해외 성공사례 분석과 해외 진출기반을 정비하고 전략적이고 단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김상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