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10%향상 운동 특집] 전자유통

대부분의 산업이 그렇지만 특히 유통산업은 인간의 유기적인 결합을 통해 이루어내는 「생물」과 같은 산업이다. 그만큼 역동적이면서 인적 구성원의 질에 따라 발전가능성도 무한하다. 21세기 성장산업을 정보통신산업과 유통산업으로 꼽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바꿔 말하면 여태껏 성장의 속도가 가장 느렸고 앞으로 개발의 여지가 많은 산업이란 얘기도 된다.

따라서 대기업들의 유통업 진출이 계속 늘어나고 있고, 고객과 최접점인 일선 점포들도 판매의 첨단화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유통시장 개방 원년을 맞아 국내 유통업의 자구노력이 본격화하고 있는 시점이다.

그러나 국제시장의 경기침체로 국내 전자유통업은 시장개방 초기부터 된서리를 맞았다. 국내 전자유통의 메카로 불리는 용산전자상가의 부도가 봇물 터지듯 줄줄이 이어졌고 대부분의 점포들도 적자를 면키 어려운 실정이다. 경기의 침체속에서 「팔아야 산다」는 유통의 대명제가 무색할 정도로 「가격파괴」바람은 거세졌다. 재고처분이 아니더라도 현금을 동원하기 위한 원가이하 판매가 일반화한 상황이다. 결국 팔면 손해지만 그래도 팔아야 하는 최악의 순간을 맞고 있다고 상가 관계자들은 말한다.

반면 이런 와중에서도 적정이윤을 남기며 탄탄한 성장가도를 달리는 기업이 있다. 이 기업들은 흔히 말하는 명예퇴직도 없다. 「감량경영」이란 결국 감량매출을 부른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 유통은 맨파워로 이루어진 산업인 만큼 제 역할만 다하면 톱니바퀴 돌듯 잘 돌아간다는 신념이 있다.

제조업의 「경쟁력 10% 향상」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경영성과일지 모른다. 하지만 유통산업에서 경쟁력 향상이란 매출과 이윤으로 떨어지는 수학공식과 같은 수치다. 경쟁의 상대가 늘어난다 해도 그것은 같은 크기의 파이를 더 작은 조각으로 세분하는 것이 아니라 파이를 더 크게 만드는 영역의 확대이다.

올해 유통을 주력기업으로 하는 그룹중 유일하게 30대 그룹에 속한 뉴코아백화점은 이같은 유통확대 전략을 실천한 대표적인 기업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롯데와 신세계라는 거인에 가려 햇빛을 보지 못했지만, 최근 중저가형 상품과 제품, 가격, 고객의 차별화라는 새로운 유통전략으로 급성장한 유통기업이다.

유통은 소비자의 심리를 꿰뚫지 못하고서는 성공할 수 없다. 「상품은 최고의 품질로, 가격은 최저가」로 공급하기 위해 설립한 「킴스클럽」은 중산층 주부의 구매욕을 불러일으켰다. 하루매출 5억원을 바라보며 승승장구하는 뉴코아의 비밀은 소비심리를 정확히 꿰뚫은 정책의 전환이었다.

여기에 물류시스템의 혁신은 비용을 최소화하는 효자로 등극하게 됐다. 뉴코아라는 대형 유통점에 창고가 없다면 의아해할지 모르지만 뉴코아는 도로를 창고로 활용하는 독특한 물류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제조업체와 컴퓨터 네트워크를 통해 실시간으로 연결된 판매현황은 창고관리 및 재고관리, 영업관리까지 포괄하는 물류의 핵심으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판매된 물량만큼의 상품은 교통체증이 없는 심야시간을 통해 배송되고 야간작업으로 매장은 다시 채워진다. 24시간 풀가동 체제이다.

부품유통의 대표격인 석영전자도 이같은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자체개발한 종합정보통신망(ISDN)을 통해 거래업체와 직원들 사이의 모든 업무는 컴퓨터로 해결하고 있다. 홍콩 지사에까지 이 통신망은 연결돼 있어 회사의 모든 상황을 실시간으로 쉽게 알아볼 수 있다. 시간절약과 교통비 등 물류비 절약, 인건비를 최소화하는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컴퓨터를 통한 성력화는 이미 보편화하고 있지만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경쟁력 확보수단이다. 전산화를 통해 남은 유휴인력은 영업 등 다른 분야로의 전환배치로 생산성을 향상시킨다. 개인으로선 새로운 발전의 발판이 될 수도 있다. 그런 반면 컴퓨터 몇 대에 문서작성 정도의 활용으로 전산화를 운운하는 업체가 아직도 많다. 이러한 업체들에게 진정한 의미의 전산화란 먼 나라 얘기이다.

전자유통업계에 있어 경쟁력 10% 향상이란 물류비용의 10% 절감과 일원화된 매장관리에서 얻어지는 관리의 효율화, 그리고 접객서비스의 향상으로 요약될 수 있다. 물류비용 절감의 경우 최근 가전제품의 대형화로 운반 및 보관에 드는 비용이 큰데다 3D현상의 팽배로 인건비의 상승이 가장 큰 벽으로 가로놓여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당연히 가장 먼저 실시해야 할 과제가 물류지원 정보시스템의 구축이다. 제품의 이동을 최소화해야 한다. 제조에서부터 고객의 안방으로까지 이어지는 동선을 최소화하는 작업은 역시 정확한 창고관리에서 시작된다.

또 인건비의 최소화를 위해선 물류설비의 자동화가 무엇보다 선행돼야 할 과제다. 이와 함께 방만한 물류조직을 견고하게 다지는 작업도 병행돼야 할 것이다. 이 모든 개선책은 결국 전산화라는 첨단시스템으로 귀결된다.

일본의 디스카운트 스토어인 「다이에」 오카자키(岡崎)점의 경우 매장면적이 4천2백74평, 주차수용 능력이 2천대인 거대매장임에도 불구하고 물류설비의 자동화로 인해 총 53명의 인원이 운영하고 있다. 같은 규모의 다른 매장에는 약 1백명의 인원이 투입된 것에 비하면 절반수준의 비용만 들이고도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목표로 하는 매출액이 매장의 서비스 수준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人時를 표준화해 이에 의해 인력을 배분하는 노동계획시스템(Labor Scheduling System)의 도입도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한 방법이다. 이 경영기법은 전자랜드 등 이미 국내 유통업체에서도 일부 시행하고 있는데, 이를 도입할 경우 인건비 예산을 조정할 수 있고 점포운영 기술을 유지, 향상시킬 수 있으며 업무개선을 지속적으로 이끌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가전유통의 경쟁력 향상은 유통만이 갖는 주권을 행사할 때 비로소 생겨난다. 소비자와 최일선 접점으로서 가격으로 승부하고 친절로 사활을 걸어야 살 수 있다. 더욱이 시장문이 활짝 열린 국내 유통업체로선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어야 할 최선의 방법이 아닐 수 없다.

<유통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