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비디오산업의 숙제

金瑢燦 삼성영상사업단 고문

영화, 비디오, 게임 등 영상소프트웨어산업이 21세기를 대표할 미래산업으로 각광받게 되면서 하드웨어 마인드에 젖어 있던 대기업들이 이 분야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특히 비디오분야의 경우 지난 84년부터 대기업이 참여하기 시작해 이제는 전체 시장매출액의 80% 이상을 이들 대기업이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비디오시장의 매출은 올해 3천억원 정도로 추산돼 2천5백억원의 영화보다 오히려 규모가 더 크다. 그러나 비디오산업은 매출액과는 전혀 걸맞지 않은 여러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어 업계 전체가 결손을 내는 등 총체적 위기상황에 직면해 있다.

비디오산업이 안고 있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미국 메이저들과 판매대행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벌이는 국내 유통사들간 제살 깎아먹기식 경쟁을 들 수 있다. 도저히 흑자를 낼 수 없을 정도의 불리한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것도 1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하기 때문에 매년 조건이 악화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메이저 이외의 독립영화의 판권확보 경쟁도 치열하여 판권가격이 턱없이 치솟고 있다. 이러한 고액의 판권료 부담 때문에 유통사는 영업사원들의 무조건 쏟아붓기식 판매방식을 근절하기 힘들고 그 결과 건전한 비디오산업의 육성을 저해하고 있는 것이다. 무리한 판매의 대표적인 예로 밀어주기식 판매가 성행하고 있다.

밀어주기 판매는 일부 대형점에 실제 구입량의 30∼40%를 덤으로 얹어주는 판촉행위로서 이 또한 경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덤으로 주는 비율이 이제는 수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밀어주기는 비디오 영업에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가치가 되는 전체 거래점 관리를 불필요하게 하고 판매사원들로 하여금 일부 대형점 위주의 거래 및 유착을 부추길 뿐만 아니라 덤핑행위까지 조장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더구나 일부 대형점의 덤핑행위는 대여시장을 문란케 하여 심지어 정상가격의 10% 선인 작품당 2백∼3백원 선에 대여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면 이러한 비디오업계의 문제들을 어디서 어떻게 풀어야 할 것인가.

무엇보다 이제는 판권확보의 공존적 지혜가 필요한 시기이다. 미국 메이저에 대한 판매대행 계약조건을 동일하게 하고 업계의 판매력을 경쟁하는 방향으로 유도돼야 한다. 또한 일본의 예와 같이 해외 견본시에서 무모한 판권확보 경쟁을 자제하기 위해 대기업들간에 타협과 양보의 지혜가 필요하다. 판권가격이 높은 이른바 A급 작품에 집중되고 있는 밀어주기식 영업도 자제해야 한다.

이처럼 산적해 있는 비디오산업의 제반문제들을 개혁하기 위한 업계, 특히 대기업 관계자들의 토론회를 제안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