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반도체업체들의 97년 투자는 메모리 매출 의존도를 줄이는 사업구조 조정과 해외 생산기지의 본격적인 구축 등으로 인해 96년에 비해 시설투자는 20∼30% 줄어드는 대신 R&D투자는 15∼20%가 늘어날 전망이다.
12일 삼성전자, LG반도체, 현대전자 등의 97년 예상투자계획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3사들은 반도체분야에 대한 신규투자를 크게 줄이는 대신 TFT LCD라(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인 증설, 그리고 비메모리 부문의 연구개발능력 강화에 초점을 맞춰 내년 투자계획을 수립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국내 반도체3사의 97년 투자규모는 메모리반도체 생산라인의 연속투자가 이어지는 LG반도체를 제외하고는 모두 2조원에 못 미치는 1조5천억원∼1조6천억원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R&D투자는 5천억∼6천억원으로 올해보다 20∼50%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국내 시설투자 축소 움직임은 LG를 제외한 삼성, 현대 등이 이미 메모리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투자가 올해 거의 완료된 데다 신규투자의 경우 미국과 영국 등 해외로 몰려 실질적인 대단위의 시설투자가 해외법인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올해 약 2조2천억원의 시설투자를 한 바 있는 삼성전자는 내년에는 TFT LCD 2기 투자 보완 및 3기 초기투자에 5천억원, 기흥 8라인 보강 등 메모리분야에 4천억원, 비메모리에 2천5백억원, 미국 오스틴공장 자본금 및 초기 투자 3천억원 등을 포함해 총 1조5천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또 마이크로프로세서 및 ASIC분야를 중심으로 한 비메모리부문 강화를 위한 연구동 증설과 연구장비 보강 등의 R&D투자는 올해(4천2백억원)보다 30% 이상 늘어난 5천6백억원으로 늘려나갈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국내 반도체업체 가운데 가장 많은 2조4천억원을 시설에 투자한 LG반도체도 국내에서는 청주 C3 및 구미 G2 공장에 대한 연속투자를 큰 축으로 하는 투자계획을 세워놓고 있는데 일관가공라인 관련 투자만도 거의 1조원을 넘어서 총 시설투자는 2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R&D투자도 청주 등에 올해 2백56MD램 이후 1기가D램 시대를 대비한 대형 연구동을 건립할 계획이어서 올해(4천억원)보다 50%이상 늘어난 6천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또한 현재 검토중인 대전지역의 통합 조립, 검사 단지를 건립할 경우 시설투자는 올 수준과 거의 맞먹는 2조4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올해 2조2천억원을 투자한 현대전자도 TFT LCD에 5천5백억원을 투입하고 기존 라인의 장비보완투자에 6천억원, 그리고 비메모리부문과 美오레곤, 英스코틀랜드 등 해외공장의 초기자본금 투자를 합쳐 총 1조6천억원의 시설투자를 추진키로 했다. R&D부문에는 비메모리분야에서 심비오스社 제품의 국내생산을 위한 이천공장 라인 전환 및 별도 R&D센터 구축, 그리고 자동차 전장용 연구동(5백억원) 등을 포함해 총 4천5백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한편 올해 TI와 손잡고 웨이퍼일관가공(FAB) 사업에 참여한 아남산업은 부천공장 생산라인 구축에 8천억원, 광주 조립라인 확충에 3천원 등 97년에 총 1조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며, 9월 회계법인인 한국전자는 29기(96년10월∼97년9월)에 구미공장 신증설과 중국 및 태국 등 해외공장 보완투자에 총 6백억원을 투입키로 했다.
<김경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