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경] 국산 주전산기 시장 먹구름..조달시장 전면 개방으로

국산 주전산기 사업에 먹구름이 짙게 드리워지고 있다.

그동안 정부 및 지자체, 정부투자기관 등 공공부문 수요에 절대적으로 의존해온 국산 주전산기는 내년부터 조달시장이 전면개방됨에 따라 수요처 확보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측되어 왔다.

이같은 업계의 우려가 최근 서울시에서 현실로 나타나자 삼성전자, 현대전자, LG전자, 대우통신 등 4개 주전산기업체들은 초조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시는 그동안 인사및 재무회계용으로 운용해온 국산 주전산기 「타이컴」의 용량이 포화상태에 다달았다고 판단, 최근 추가 시스템을 도입키로 결정하면서 국산은 물론 외산 중대형컴퓨터를 구매 대상 기종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현재 운용하고 있는 타이컴과 호환이 되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붙어있기는 하지만 이번 서울시의 방침은 그동안 국산 주전산기 시장으로 간주돼온 관급시장에서 국산과 외산이 동일한 조건에서 경쟁해야 한다는 점을 처음으로 인정했다는 점을 주전산기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국산 주전산기업계는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점을 절감하고 있다.

특히 그동안 서울시전자계산소의 타이컴에서 운영될 수 있도록 각종 응용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느라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인력을 투입한 바 있던 LG전자는 이번 서울시의 방침에 섭섭한 감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다 『어떻게 했길래 차려 놓은 밥상마저 잃게됐느냐』는 따가운 눈총마저 주전산기업체들로부터 받게 돼 곤혹스런 처지이다.

주전산기업계가 LG전자에 달갑지 않은 시선을 던지고 있는 까닭은 서울시전자계산소의 방침이 선례가 되어 여타 지방자치단체, 정부투자기관 등으로 확산될 소지가 많기 때문이다.

이미 이같은 움직임은 내무부가 추진중인 전자주민증사업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내무부는 전자주민증과 관련된 전산망을 중앙집중식 메인프레임 시스템으로 구축할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현재 국산 주전산기의 최대 시장인 지방자치단체 수요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특히 이미 설치된 「톨러런트」시스템의 노후화에 따른 대체 수요를 기대하고 있던 국산 주전산기업계는 거의 보장됐던 시장마저 외국업체에 내주게 될 형편이다.

국산 주전산기업체들은 『서울시의 조치가 예견됐던 사안이긴 하지만 십여년간 국산 주전산기 개발에 공을 들인 업계의 노력을 너무 몰라준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