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행정전산망(행망)용 PC입찰이 지난 11일 실시돼 10개업체가 1차 낙찰업체로 선정됐다.
행망용PC 공급업체 선정을 위한 입찰이 매년 두번씩 이루어지고 있지만 이번 입찰에는 국내 유수의 기업들이 대거 참가하는 등 과거 일부 대기업들이 외면했던 것과는 크게 다른 양상을 나타냈다.
실제 이번 입찰에는 삼성전자, 삼보컴퓨터 등 대기업을 비롯해 성원정보통신, 뉴맥스 등 중견기업과 선두시스템 등 중소기업 등 무려 18개업체가 참가해 치열한 각축전을 벌였다. 그만큼 이번 행망용 PC입찰에 거는 국내 PC업계의 관심이 컸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올해 행망 PC입찰에 업계의 지대한 관심이 쏠렸던 것은 내년도 행망수요가 과거에 비해 엄청나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돼 행망PC 공급권을 획득할 경우 남보다 앞서 내년 사업을 확대할 수 있는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가 교육정보화사업의 일환으로 내년부터 2000년까지 초, 중, 고교에 한 한교당 2개의 컴퓨터교실을 만든다는 계획을 시행한다고 발표, 내년 교육기관에서만 10만여대의 새로운 시장이 창출될 것으로 예상되는 등 행망 수요의 급팽창이 예상돼 이 시장을 누가 확보하느냐에 따라 내년 시장판도변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번 입찰에 삼성전자와 삼보컴퓨터에 비해 상대적으로 PC사업이 취약했던 LG전자, 현대전자, 대우통신, 효성컴퓨터 등 대기업들이 전략적으로 저가에 응찰, 행망공급권을 획득했던 것도 바로 이같은 이유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들 대기업들의 행망PC 공급권 획득은 수요기관들의 대기업 선호현상을 부채질 할 것으로 보여 올 상반기와 마찬가지로 중소기업들의 반발이 예상돼 또다시 입찰제도의 개선을 둘러싼 시비가 재연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예년과 마찬가지로 저가입찰에 따른 후유증도 결코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입찰에서도 데스크탑 PC의 경우 낙찰가가 최고 73만7천원에서 최하 66만8천원까지, 노트북 PC는 1백15만원에서 최고 1백17만5천원으로 평균 시중유통가의 절반수준에서 결정됐기 때문이다.
입찰에 참가한 업체들은 물론 낙찰업체들도 이번 행망입찰의 낙찰가가 재료비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라며 입찰제도의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이번 행망용PC 공급권을 따낸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단은 공급권을 다고 보자는 생각에서 저가로 응찰했지만 실제 납품이 시작되면 당분간은 손해를 보면서 공급해야 하는 실정』이라고 심정을 토로하고 있다. 즉 행망PC 공급권을 획득하지 못했을 경우 나중에 공공기관 입찰에 참가할 경우 행망가 이하로 응찰해야만 수의계약이라고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울며겨자먹기식으로 자격을 획득하지 않을 수 밖에 없다는 것.
따라서 이번 행망입찰결과는 과거와 마찬가지로 PC시장에서 가격인하경쟁을 부추겨 PC업계의 경영난을 가중시키는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할 것은 분명하다.
<양승욱, 김영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