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연중기획 SW산업을 살리자 (38);저작권 보호

이번 호에서는 소프트웨어산업 육성과 가장 밀접한 관계가 있는 프로그램 저작권 보호활동에 대한 현황을 점검해 보았다. 이어서 지난 95년 재단법인으로 출범한 한국컴퓨터프로그램보호회의 임정재 이사장 기고문을 통해 우리나라 컴퓨터 소프트웨어의 저작권 보호사업을 알아보고 향후 계획 등을 전망해 본다.

〈편집자〉

최근 토론회를 벌인 소프트웨어산업 종합육성계획(안)에서도 드러난 것처럼 미래 우리나라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해 가장 중요하고 강력한 수단이 바로 정보화이며 이를 선도하는 핵심분야가 소프트웨어산업이다.

그러나 소프트웨어산업이 이름에 걸맞는 산업으로서 역할을 하기까지는 저작권자의 권익보호 및 사용자의 건전한 유통질서 확립이라는 토양을 필요로 한다. 뛰어난 창의력을 가진 저작권자의 정당한 권리를 보호해주며 제대로 싹이 틀 수 있도록 기본적인 유통환경을 조성해줄 수 있는 바탕이 바로 프로그램등록이다.

지난 87년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이 제정되면서부터 시행된 프로그램등록은 10년째인 96년 11월 현재까지 모두 3만5천여건이 등록돼 월평균 6백여건을 기록하는 등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지난 95년에는 정부출자에 의해 재단법인 한국컴퓨터프로그램보호회가 탄생, 프로그램 등록업무 등을 전담해 오고 있다. 한국컴퓨터프로그램보호회의 주요 사업은 프로그램 등록사업, 프로그램 분쟁조정사업, 소프트웨어 불법복제 방지사업, 프로그램저작권 위탁관리사업 등 크게 4가지 정도다.

<프로그램 등록사업>

프로그램 등록은 저작권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으로 규정한 일종의 소프트웨어 출생신고라 할 수 있다. 저작권자가 자신이 개발한 소프트웨어에 대해 저작권자 및 창작연월일 등을 프로그램 등록부에 명시함으로써 사후에 일어날 수 있는 저작권 분쟁 때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한마디로 저작권자에 대한 부당한 권리침해를 방지하자는 제도인 것이다.

이에 따라 컴퓨터프로그램보호회에서는 등록업무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 96년말까지 프로그램 등록정보시스템 구축을 완료할 계획이다. 시스템이 구축되면 PC통신과 인터넷 등을 통해 온라인으로 등록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돼 민원 업무의 서비스 향상과 함께 프로그램의 중복개발을 방지하는 등 소프트웨어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프로그램 분쟁조정사업>

국내에서는 매달 수천개의 프로그램이 새로 태어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수치상으로 나타나는 등록프로그램이 월평균 6백여개라면 등록되지 않는 프로그램도 그에 버금갈 것이기 때문이다. 프로그램 개발과 함께 급증하는 것이 프로그램 저작권 분쟁이다.

일반 민, 형사상으로 확대될 수 있는 저작권 분쟁을 권위있는 전문가들을 통해 사전에 조정하는 것이 프로그램 분쟁조정제도다. 분쟁조정제도의 장점은 저렴한 비용으로 신속하고도 공정한 조정을 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이해 당사자만이 참석하는 비공개 조정 과정을 거치므로 프로그램의 핵심인 영업비밀을 보호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바로 이런 장점을 활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정부는 한국컴퓨터프로그램보호회와 함께 컴퓨터프로그램심의조정위원회를 설치, 이 제도를 공익사업으로 활성화하고 있다.

컴퓨터프로그램심의조정위원회는 법조계, 학계, 연구계, 산업계 등 관련 전문가 14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분쟁시 효율적인 업무처리를 위해 위원회에 다시 2개의 조정부를 두고 있다. 각 조정부는 위원회 위원 중에서 선임된 3명의 위원으로 구성하되 그 중 1인은 반드시 변호사 자격을 소지한 자로서 분쟁조정업무를 관장하도록 하고 있다. 신청된 분쟁조정은 프로그램보호법에 따라 접수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완료하도록 하고 있으며 성립된 조정안은 재판상의 화해와 동일한 효력을 갖게 되는 것이 특징이다.

위원회 활동이 시작된 95년에 4건의 분쟁조정요구를 처리했고 올해에도 30여건의 분쟁조정 상담이 접수되는 등 이 제도에 대한 활용이 급증하는 추세다. 앞으로 급속한 멀티미디어 환경의 보급에 힘입어 프로그램 분쟁조정제도는 더욱 활기를 띨 전망이다.

<소프트웨어 불법복제 방지사업>

프로그램 등록제도와 프로그램 분쟁조정제도가 소프트웨어산업 발전의 토양이라면 불법복제 방지업무는 소프트웨어산업이 제대로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사업이라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소프트웨어산업의 성패가 불법복제 방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불법복제로 인한 폐해는 특히 국내 소프트웨어산업 자체는 물론 대외 통상의 주요 현안으로 등장할 만큼 심각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한국컴퓨터프로그램보호회를 통해 소프트웨어 불법복제 방지를 위한 대국민 인식전환의 일환으로 일반업체 및 정부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설명회를 매년 개최하고 있다. 또 PC통신 상에 프로그램보호법에 대한 상담실을 개설하고 상시 운영함으로써 SW 정품사용의 저변확대를 위한 홍보사업 등을 강화하고 있다. 97년부터는 불법복제단속시 검찰과 공조체제를 확립하는 등 실질적인 소프트웨어 정품사용 확산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소프트웨어산업의 고도화와 함께 불법복제방법도 고도화되는 추세다. 특히 PC통신과 인터넷 등 온라인 환경을 이용한 불법복제가 기승을 부리는 상황에서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과 제도상의 미비점을 보완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보호회가 지난 6월부터 미국, EU 등 선진국의 소프트웨어 저작권 관련법과 정책을 바탕으로 한 「초고속 정보통신망 구축에 따른 지적재산권 법정책의 수립에 관한 기획 연구」를 수행한 것도 그의 일환이라 할 수 있다.

<프로그램 저작권 위탁관리사업>

프로그램 저작권 위탁관리는 현행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 제33조에 의거해 올연말부터 시행되는 신규사업이다. 이 사업은 두가지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는데 하나는 권위있는 기관이나 단체가 프로그램 저작권자들로부터 저작권 사용 권한을 위탁받아서 정부의 감독하에 이를 관리하는 것이고 또하나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하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간단하고 신속한 절차에 따라 사용허락 등을 하고 사용료를 징수하는 것이다. 프로그램 저작권을 집중관리함으로써 저작권자의 권리를 체계적으로 보호하고 프로그램 유통의 활성화를 통한 관련산업발전에 기여한다는 데 그 목적이 있는 제도라 할 수 있다.

한국컴퓨터프로그램보호회는 지난 6일 프로그램 저작권 위탁관리제를 수행하는 기관으로 지정된 바 있다. 이 사업은 현재 본격적인 사업시행을 위한 세부실행 계획을 수립중이다. 보호회는 장기적인 차원에서 이 사업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프로그램 저작권 위탁업체들로 구성되는 「저작권 위탁관리 협의회」(가칭)를 구성할 계획이다. 또 오는 98년에 개발이 완료되는 「위탁관리 프로그램정보시스템」을 「프로그램등록 정보시스템」과 연계해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프로그램 저작권 위탁관리사업은 저작권에 대한 집중관리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소프트웨어 저작권자의 권리를 체계적으로 보호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또 사용자가 저작권자들과 개별적으로 접촉하지 않고 위탁관리기관과 직접 사용조건 등을 협의함으로써 소프트웨어 이용이 편리해진다. 프로그램 저작권 위탁관리사업이 활성화할 경우 개인과 중소기업 등에서 개발된 우수한 소프트웨어들이 사장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나아가서는 프로그램의 상품화와 유통을 활성화하는 역할을 톡톡히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컴퓨터프로그램보호회 임 정 재 이사장>

<> 컴퓨터프로그램보호, 문제점과 전망

국내에서 컴퓨터 소프트웨어 보호활동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거나 애매한 법규정으로 저작권자 권익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컴퓨터 프로그램을 보호하기 위한 대표적인 법적 근거로는 지난 86년에 제정되고 87년부터 시행돼온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이 있다. 이 법은 지난 95년 12월 4번째 개정돼 현재에 이르고 있는데 소프트웨어업계나 저작권자가 갖고 있는 불만사항을 반영하기에는 크게 미흡하다는 지적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는 컴퓨터산업의 기술이 다른 산업분야와는 달리 급박한 속도로 진행되고 있어 컴퓨터 프로그램 저작물의 성격과 가치가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데 반해 법제도는 낡은 틀안에 묶여 있기 때문으로 풀이할 수 있다. 빠르게 바뀌는 컴퓨터산업 환경에 법제도가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현재 국내 소프트웨어업체들의 대표적인 불만조항이 바로 친고죄 규정이다. 프로그램보호법은 제36조에서 불법복제 피해에 대해 저작권자가 직접 사례와 증거를 수집, 소송을 제기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 조항이 업계의 현실과는 지나치게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다. 즉 민간인이 다른 민간인의 불법활동을 조사, 증거를 수집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국가기관에서 피해사례를 조사, 형사처벌할 수 있는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밖에 현재 보호법 규정에서는 리버스엔지니어링 규제조항과 교육 등 비영리를 목적으로 사용하는 경우의 예외조항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법제도의 정비가 미흡한 실정이다.

이처럼 법제도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것은 정부에서 소프트웨어 저작권을 보호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법개정을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을 두고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업계나 저작권자들은 시간이 걸리는 법개정보다는 필요에 따라 실행지침을 마련, 순발력있게 현실상황을 반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기하고 있다.

〈함종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