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중계] 21C방송과 통신의 융합 세미나 주제발표 내용

통신과 방송의 융합현상을 진단하고 올바른 정책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논의들이 최근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들이 최근 통신과 방송의 융합을 자연스러운 현실로 받아들이면서 통신사업자와 방송사업자의 벽을 허물고 효과적인 정보인프라를 만드는데 힘을 쏟고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아직 이에 대한 구체적인 움직임은 없었다. 비록 선진국에 비해 늦었지만 우리나라도 통신과 방송의 융합에 따른 제도적 장치 및 법적기구의 마련과 함께 바람직한 정부의 역할을 논의할 때이다. 정보환경연구원(이사장 신윤식)은 이같은 통신과 방송의 융합시대를 맞아 올바른 통합방향을 찾아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12일 힐튼호텔 컨벤션센터에서 「21세기 방송과 통신의 융합에 관한 토론회」를 국내 처음으로 개최했다.

<편집자>

<>정보고속도로와 통신.방송의 융합

신윤식<정보환경연구원 이사장>

오늘날 통신과 방송은 컴퓨터 디지털기술에 의해 완전히 융합돼 가고 있다. 광케이블의 광대역네트워크에서 대량의 TV방송을 송신하는가 하면 방송의 디지털화로 인해 지상파의 일부를 다양한 통신서비스로 이용할 수도 있게 됐다.

하나의 단말기가 TV, 컴퓨터, 전화기의 기능을 하고, 전화와 케이블TV의 전송로를 함께 공용하며, FM주파수를 삐삐통신에 사용한다든지 통신도 방송도 아닌 이른바 「통신방송융합형」 서비스가 출현하여 통신과 방송을 현실적으로 구분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런 기술추세에 대응하여 종래의 통신, 방송, 컴퓨터라는 산업구분은 디지털화 관련기술의 표준화, 규제완화, 법제도의 개혁, 사업제휴 등에 따라 사라지고 있다. 즉 네트워크, 단말기, 소프트웨어, 서비스, 사업의 융합이야말로 멀티미디어 산업의 핵심요체인 것이다.

또 멀티미디어와 정보고속도로로 대별되는 기술의 발전과 융합, WTO 질서로 대변되는 세계화, 국제화라는 환경변수, 그리고 미디어 시장에서 경쟁과 경영다각화를 핵심원리로 하는 규제완화 정책은 기존의 미디어질서와 정책의 변화를 야기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미 미국은 지난 2월 전기통신법을 제정해 종래의 전화, 케이블TV, 방송 등 사업자간의 「진입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대신, 폭력 등 저질적인 프로그램에 대한 내용규제는 대폭 강화했다.

우리나라의 방송과 통신융합을 위해서 다음과 같은 현실 가능한 정책적 조처를 고려해야 한다.

첫째, 정부는 제도적, 법적연구를 활발히 할 수 있는 긍정적 분위기를 솔선해서 조성해 줘야 한다. 방송과 통신의 융합에 관한 논의가 마치 특정부처의 폐지를 주장한 것으로 받아들여져 학계에서조차 뜨거운 감자로 보는 것이 현실이다.

둘째, 방송위원회와 종합유선방송위원회, 통신위원회를 하나의 위원회로 통합하여 (가칭)통신방송위원회를 설치하고, 설치 근거법을 개정하기보다 「통신방송위원회 설치법(가칭)」을 제정, 이 문제를 논의, 연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셋째, 정보통신과 방송관련 기금을 활용, 컨텐트산업을 육성하는 방안을 두 부처가 공동추진해 영상프로그램 시장을 선진국 수준으로 향상시켜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방송사업자와 통신사업자의 상호진입을 적극 유도하여 영상 프로그램 분배사업자로 육성하고 시장기능에 맡겨 경쟁시키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 요구되고 있다.

<>방송.통신망 융합의 기술 전망

우승술<한국통신 전략영업본부장>

정보통신과 방송분야의 기술발전추세는 예측 불가능해지고 있다. 정보통신의 경우 디지털화를 전제로 멀티미디어화, 고속화, 무선화하는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방송분야 역시 위성방송은 디지털에 따라 채널용량이 대폭 확대되고 있으며 케이블TV의 경우 단순프로그램 전송기능에서 벗어나 인터넷, 전화, VOD 등 새로운 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졌다.

무선전송망, 광케이블 등 전송매체의 기능강화와 영상압축기술의 급진전에 따라 이뤄진 이같은 새로운 서비스는 앞으로 방송을 일방향 영상정보 전달매체에서 대화형 정보서비스매체로 전환시킬 것이다.

주목되는 것은 방송과 통신의 경계선 역할을 했던 네트워크의 기술속성이 기술발전에 따라 크게 변모하고 있는 점이다. 방송의 경우 지금까지 영상정보전송이 가능한 광대역전송로를 확보했던 반면 교환기능이 없었다는 단점이 있었으나 최근 교환기능을 추구하고 있다. 교환기능이 완벽했으나 전송루트로 협대역을 활용했던 통신망도 최근 ISDN, ATM 등의 발전에 따라 광대역화해 나가고 있는 추세이다. 방송과 통신의 융합화가 멀지 않았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현재의 기술수준에서 방송과 통신의 융합화를 나타내고 있는 대표적인 매체가 케이블TV, 주문형비디오(VOD), 인터넷, FM/페이징서비스이다. 케이블TV의 경우 현재는 망구조가 취약, 통신용으로 이용이 제약되고 있으나 전화서비스, 인터넷 서비스, VOD 등의 통신서비스 구현은 가능하다.현재 상태에서는 이들 서비스를 구현하는 데 소요되는 부가장비 가격이 너무 고가라는 단점이 있다.

VOD는 실용화작업이 한창이나 서버, 스위치, 세트톱박스 등 장비가격 인하와 컨텐트개발이 과제이다. 또한 인터넷은 문자, 음악, 음성, 팩스, 방송을 비롯한 동영상서비스가 이뤄지고 있으나 속도제한, 낮은 영상품질, 접속곤란 및 요금부담이 과제로 등장하고 있다. FM/페이징서비스의 경우는 FM방송의 주파수 대역을 이용하여 페이징 신호를 저렴한 투자비용으로 송출할 수 있어 미국은 각 지역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중이다.

이런 이유 등으로 방송과 통신융합은 다소의 시간이 필요하다. 당분간은 과도기 단계로 개별망을 활용한 서비스가 이뤄질 전망이고 98년 이후에는 광대역접속네트워크의 풀서비스 네트워크체제가 가능해지면서 전화, 케이블TV, VOD, 인터넷 등이 단일망에서 이뤄질 것이다.

한국통신은 풀서비스 네트워크체제 구축을 위해 지난 95년부터 내년 6월까지 기술개발 및 현장실험에 나설 예정으로 97녀부터 허가구역을 대상으로 상용서비스에 나설 계획이다.

<>기술.규제.사업의 국제 동향

리처드 버틀러<전 ITU 사무총장>

오늘날 세계발전의 가장 핵심적인 것은 정보통신 및 방송의 디지털화다. 디지털 기술과 디지털장비의 적용은 방송을 포함한 전기통신산업의 전분야에 걸쳐 일대 변혁을 가져오고 있다.

컴퓨팅, 정보저장, 처리, 네트워크에의 디지털기술 적용은 이들 분야간의 융합을 가속화하고 있으며 전송수단의 경우 차세대 네트워킹을 가능케 할 협대역 및 고속광대역시스템을 등장시키고 있다. 서비스 구분에서도 변화가 있다. 아날로그 시대의 서비스는 전화, 전신, 라디오, TV 등과 같이 하나의 목적으로 특화됐으나 디지털 비트스트림은 특정한 전송시스템의 전송대역폭을 통해 음성, 화상, 비디오텍스트, 그래픽, 이미지 등에 걸친 여러가지 서비스애플리케이션들을 새로운 형태의 멀티미디어로 전송할 수 있게 만들었다.

국제통신연맹(ITU) 내 WARC 92와 WRC 95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위성과 육상 무선통신기술의 진보에 따른 극적이고 신속한 서비스전송 및 접속이 등장하고 있다. 이는 Person To Person, Screen To Screen, Machine To Machine 등 서비스 융합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새로운 기술은 상용자 공유기술과 확장된 전송용량을 기반으로 새로운 애플리케이션과 멀티미디어 플랫폼을 이용하여 경제성이 없는 지역 및 시장에도 접근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주었다.

디지털라디오(DAB) 위성방송이 좋은 예로 데이터방송, 팩스전송, 저속스캔이미지, 그래픽, 사진, 텍스트 전송에 이르기까지 낮은 비용으로 가능해졌다. 특히 새로운 형태의 멀티미디어가 진보함에 따라 방송매체로부터 휴대전화와 차량무선전화로 전송이 이뤄질 것이며 향후에는 PC로도 가능할 것이다.

무료로 제공 중인 지상파방송과 가입자 무선방송은 지정 수신자에 대한 데이터방송, 원격학습, 건강상담, SW다운로딩 등과 같은 애플리케이션으로 확장할 수 있는 서비스들을 제공할 전망이다. 물론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의 증가는 주요신규투자, 신규서비스, 새로운 이용자 및 사업자들을 창출할 것이다.

또한 급격한 융합화 추세와 더불어 방송과 전기통신사업에 대한 전통적인 국가규제제도도 대체되고 있다. 규제제도의 변화는 다수의 인프라와 서비스들이 존재하게 되는 다목적 서비스 발전에 필수적이다. ITU도 다목적 전기통신과 융합화 추세에 효과적으로 대응키 위해 국가적 규제환경에 관심을 갖고 있다.

앞으로의 규제제도는 인프라, 서비스, 경쟁, 선택 등에 대한 재검토를 전제로 해야하며 멀티미디어/서비스 애플리케이션과 서비스제공업자 및 단체들의 급격한 변화 및 융합화 추이를 고려해야할 것이다. 그러나 준수해야만하는 특정한 절차나 정책들은 반드시 각국의 특성에 맞게 이뤄져야 한다.



<>방송사업자의 통신사업 진출

황 근<한국방송개발원 책임연구원>

방송과 통신의 융합은 정보통신기술 발달을 근거로 개별 사업자들이 경제적 이점을 얻고자 하는 데 있다. 즉 방송통신사업의 구성요소인 전달내용(영상소프트물)과 전송수단(네트워크), 그리고 수신장치사업간의 유기적 통합으로 「규모의 경제」와 「범위의 경제」를 노리기 위한 것이다. 특히 방송과 통신의 영역철폐는 장기적으로 영상소프트웨어 업자들에게 유리할지 모르지만, 당장은 네트워크를 장악하고 있는 통신사업자들에게 유리하다.

그 이유로 첫째, 방송통신의 기술적인 통합은 일러도 2010년 이후에나 가능하기 때문에 결국 방송과 통신은 오랜 기간 동안 별개의 영역으로 상존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방송사업이 통신분야의 기술을 응용하는 것은 소극적인 양방향 서비스에 불과하다. 실제로 방송사업자(구체적으로 Cable TV 사업자)가 양방향 통신망을 응용하여 전개할 수 있는 서비스는 VOD와 같은 서비스에 국한될 것으로 보인다.

둘째, MSO의 허용으로 케이블산업의 경쟁력이 강화되면서 통신사업자와의 경쟁은 가능하게 되었으나, 케이블TV산업이 독점적으로 운영되면서 불공정거래가 발생했다. 방송서비스분야에 통신사업자와의 경쟁을 유도하여 서비스의 가격저하와 질적 다양성을 확보할 필요가 생겨났다.

방송사업과 통신사업의 상호 진출은 결국 진입 장벽을 완화, 철폐하였을 경우에 사업자들간의 공정한 경쟁이 가능할 것인지의 판단에 근거해야 한다. 현재의 산업적인 방송통신융합은 각각의 영역에서 특히 통신사업에서 부가가치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하여 자신이 소유한 기존의 통신망을 이용한 고부가가치 서비스로의 사업영역 확대로 보아야 한다.

장기적으로 방송과 통신의 융합은 불가피한 것으로 판단되지만 그러한 궁극적인 상황에 대비하기 위하여 몇 가지의 법제도적인 개선방안이 우선되어야 한다.

첫째, 방송과 통신융합에 대한 발전계획이 분명하게 제시되어야만 한다. 양 분야가 절충된 다양한 서비스들을 어떻게 운영하고 규제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있어야 할 것이다.

둘째, 양영역의 틈새시장에서 생겨나는 서비스들은 방송과 통신 어느 관점에서 규제하느냐에 따라 성격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실례로 VOD 서비스의 경우 통신사업자의 부가가치서비스로 규정하여 규제하게 되면, 프로그램 내용에 대한 규제는 사실상 불가능하게 된다. 반면에 방송에 적용하는 규제를 적용한다면 그것은 사업적 위축현상을 가져올 수도 있다.

따라서 방송과 통신의 영역을 구별하는 방식으로 규제하는 현재의 법제도는 근본적으로 개선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전달매체의 유형이나 사업자의 유형으로 구분되어 규제되는 현 방식을 탈피하고, 궁극적으로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용자들에게 어떠한 내용이 전달되는지 하는 이용자의 입장에서 규제영역을 결정하는 방식이 좋다.

셋째, 방송사업과 통신사업의 진입장벽 철폐는 양 사업분야가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다는 전제가 성립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상호 진입장벽이 철페되었을 때 어느 한 영역의 사업자들이 사업의 규모나 구조적인 이유로 유리한 상황에서 경쟁하게 되면 안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방송사업과 통신사업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상호 융합되기 위해서는 각각의 영역이 별도로 경쟁력을 확보한 이후에나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