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전자단지세계화추진위원회」. 오는 22일 정식발족을 앞두고 용산전자상가가 분주하다. 고객에게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상인 스스로 신명나는 일터를 만들겠다는 의욕이 어느때보다 높게 일고 있다. 이에 본지는 최근 불황을 맞고 있는 용산전자상가가 세계적인 상가로 거듭나기 위해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 3회에 걸쳐 분석해 본다.
<편집자>
『20년 장사해도 단골이 없다』
용산전자상가의 단면을 보여주는 극단적인 표현이다. 전자제품의 라이프사이클이 짧은 것은 아니지만 20년이 넘도록 한우물을 팠다면 당연히 단골은 있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산전자상가의 점포에서 이렇다할 단골을 찾기란 쉽지않다. 그만큼 대책없는 장사를 해왔다는 얘기이다.
경기가 좋을 때야 찾아오는 손님이 많기 때문에 별 문제가 안된다. 어차피 용산전자상가를 찾은 손님은 어디서 사든 사고자하는 제품을 사간다. 그러나 요즘과 같은 불황국면에서 사정은 다르다. 지난해 용산전자상가의 부도율은 25%를 웃돌았다. 점포 4개중 1개가 문을 닫은 셈이다. 불황의 기운이 엿보이기라도 하면 용산전자상가는 중병을 앓는다. 그런 와중에서도 꿋꿋하게 자라를 차지하고 있는 점포는 단골을 확보한 몇몇에 불과하다.
정확한 집계는 어렵지만 용산 나진상가의 경우 설립이후 지금까지 한곳에서 영업을 하는 창업멤버는 30%가 채 안된다. 불과 10년새 70%이상이 물갈이됐다. 6천5백여개가 넘는 점포가 밀집한 상가의 특성상 이합집산은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고객의 입장에선 그리 환영할 만한 일이 아니다. 소비자의 입장도 단골업체를 원한다. 컴퓨터 한대를 사거나 냉장고, TV 한대를 사더라도 좋은 제품을 싸게 사길 원하고 그 점포를 단골로 계속 이용하려 한다.
그런면에서 잦은 도산은 고객에게 상가 전체의 신뢰감을 잃게한다. 당장 AS를 받으려해도 마땅치 않다. 구입한 제품이 혹시 불량품이 아닌가 하는 의문도 자아내게 한다.
또 하나 단골의 부재는 팔고보자는 식의 안일한 점포운영에서 비롯된다. 이젠 팔면 그만이라는 사고방식으로 더이상 영업을 지속할 수 없다.소비자의 민도는 국민소득 1만달러의 시대를 넘어섰다. 그런 반면 상인들의 영업의식은 아직도 국민소득 2천달러시대를 유지하고 있다. 당연히 소비자의 불만은 높아질 수 밖에 없고 찾는 발길이 뜸해 질수 밖에 없다. 상황은 점점 더 악화일로로 치닫게 된다.
최근 상인 스스로 이러한 점을 인식해 자구노력이 한창이다. 공동AS센터를 설립하고 호객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묘책이 대두되고 있다. 친절한 상가를 만들기 위해 재교육 프로그램도 계획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내년초부터 본격적으로 개장될 신흥전자상가의 대두와 무관치 않다. 첨단유통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막대한 투자를 서슴치 않는 신흥전자군단의 대두는 용산전자상가로서 위협적인 요소이다. 그나마 단골이 없는 상황에서 고객을 빼앗긴다면 영업에 치명적일 수 밖에 없다.
용산전자상가 컴퓨터 매장의 한 관계자는 『신흥전자상가 곳곳에 이미 용산점주들이 점포 몇개씩을 확보해 놓은 상태이다. 용산전자상가의 상황이 더욱 나빠진다면 과감하게 포기하고 신흥전자상가에 새로운 점포를 개설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동양최대의 전자상가로 군림해 온 용산전자상가의 뒷모습이 신흥전자상가의 세력에 밀려 쓸쓸한 뒷모습을 보일 것인가 아니면 세계화의 변화에 발맞춰 재도약의 나래를 펼 것인가 하는 것은 지금의 선택에 달려 있다. 소비자의 민도에 맞는 서비스를 개발하고 영업의식, 즉 장인의식을 갖는 점주들이 용산전자상가를 꾸려 나갈 때 비로서 용산의 세계화 발판이 마련 될 것이다.
<이경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