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면 인쇄회로기판(PCB)업계의 판도재편이 가속화하고 있다.
그동안 국내 양면PCB시장을 주도했던 대덕전자, LG전자 등 대형 업체들이 올 들어 다층PCB(MLB)로 사업구조를 빠르게 전환하고 있는 반면 후발업체들의 생산능력과 생산량은 크게 늘어나 바야흐로 양면시장이 군웅할거시대를 맞고 있다.
지난해까지 월 2만5천장대의 양면PCB를 생산하는 등 업계를 줄곧 선도해 온 대덕전자는 하반기 들어 MLB부문 수주량이 크게 늘어나 양면제품의 생산비중은 생산량 기준으로 지난해 55%에서 최근 30%대로 떨어졌다. 대덕은 앞으로도 MLB부문은 4만장을 목표로 지속적으로 확대할 예정이어서 양면부문의 생산량은 갈수록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최대 월 2만5천장의 양면PCB를 생산해 온 LG전자도 대대적인 MLB 설비증설에 맞춰 양면제품의 수주는 그룹수요로 제한하는 등 지난해 말부터 크게 줄여 최근에는 생산량이 월 5천장대까지 떨어졌으며 연내에 월 3천장대까지 줄여 명맥만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단면PCB사업에 주력해 온 청주전자는 오히려 양면부문을 전략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월 2만장대의 양면PCB 생산능력을 갖추고 지속적으로 양면사업을 강화한 데 힘입어 현재 생산량이 월 1만6천장으로 늘어 이 부문에서 LG전자를 제치고 대덕전자에 이어 2위권으로 급부상했다.
지난해 월 8천∼9천장대의 생산량을 유지, 중위권에 머물렀던 코리아써키트는 지난해 말 산업용 PCB설비를 대폭 증설한 데 힘입어 최근 MLB부문과 함께 양면 역시 다소 호조세로 돌아서 지난달 기준으로 월 1만3천장을 생산, 3위권으로 한계단 올라섰다.
이밖에 양면부문에서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여온 기주산업, 대협전자, 우진전자를 비롯, 최근 1년 사이에 대규모 설비증설을 단행한 새한전자, 서광전자, 이수전자, 기라전자 등도 현재 월 6천∼9천장대로 소폭의 꾸준한 생산량 증가를 보이며 4∼10위까지의 중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대형 업체들이 MLB에 집중함에 따라 양면비중은 상대적으로 축소돼 양면PCB시장의 선후발업체간 양적 격차는 더욱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특히 일부 업체의 경우 최근 들어 양면사업을 오히려 강화하고 있어 내년이면 업계 세력판도를 다시 그려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하고 있다.
이와 관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양면업체들도 MLB사업을 대폭 강화하는 추세이나 지속적인 대형 설비투자가 요구되는 MLB의 특성상 재정적 배경이 취약한 일부 업체들은 오히려 양면시장을 사수하려는 경향도 보이고 있어 당분간 양면업계의 판도변화가 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중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