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전업계, 경비 절감 묘안 백출

경기침체의 골이 깊어지면서 산전업체들도 경비지출을 줄일 수 있는 갖가지 묘안 짜내기에 골몰하고 있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항공, 만도기계, 현대정공 등 산전업체들은 △외국의 합작법인을 통해 싼값에 물건을 들여오거나 △허용예산제도를 도입하고 △원가절감과 품질개선에 앞장서자는 켐페인을 벌이는 등 경쟁력 제고에 나섰다.

삼성항공은 그동안 한국휴렛팩커드에서 사내 결재용 대형 컴퓨터를 도입할 때 연리 12.5%인 국내 은행대출자금을 이용했으나 최근 들어 대출금리가 싼 미국은행을 이용하기 위해 미국 휴렛패커드 본사와 직접 도입계약을 맺었다. 이에 따라 국내은행의 대출금리보다 훨씬 싼 미국 현지은행의 대출금리(6.5%)를 적용받아 모두 8억원에 달하는 경비절감 효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삼성항공의 이같은 긴축전략은 최근 들어 삼성중공업 등 삼성그룹의 다른 계열사에도 확산돼 지금까지 약 25억원을 절감했다고 이 회사 관계자는 설명했다.

한라그룹 계열의 자동차 부품업체 만도기계는 내년도 사업계획을 수립할 때 5개 사업부서와 연구소의 예산을 미리 지정하는 허용예산제도를 국내그룹으로는 처음 도입, 강도높은 원가절감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 제도는 실무부서별 예산을 먼저 짠 뒤 위로 올라가면서 취합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한해 동안 쓸 수 있는 상한선을 미리 정해놓고 이 규모 내에서 예산을 짜는 방식으로 만도기계는 상당규모의 예산을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정공은 14일 울산공장에서 임직원 1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현대그룹이 추진하고 있는 생산성 및 원가 10% 절감운동의 일환으로 「도전 2000 가치경영 실천운동」 결의대회를 갖고 전사원이 현재의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 원가절감과 품질개선에 앞장설 것을 다짐했다.

또한 계열사인 현대중공업은 연고지역인 울산의 20개 초, 중, 고교의 학교시설 확충 및 컴퓨터 구입에 학교당 매년 5백만원씩 지원해 왔으나 올해 들어 지원규모를 2백만원으로 대폭 줄였다.

한편 삼성그룹은 최근 사내방송인 SBC 프로그램 중 일본 등 외국 선진업체들의 경비절감운동 사례를 기획특집 프로그램으로 편성, 주 2회 방영키로 하는 등 불황을 타개하기 위한 사원 정신교육에 나서고 있다.

이처럼 산전업체들이 경비 및 원가를 절감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경기불황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생산설비 등 자본재산업을 주력품목으로 하고 있어 매출증가율이 둔화되는 것을 보전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되고 있다.

〈박효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