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6일 LG전자가 시판중인 「싱싱나라」 냉장고에 대한 리콜서비스 실시는 전자업계뿐 아니라 일반 소비자들에게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특히 소비자들은 불량제품을 회사가 스스로 교환 또는 환불해주겠다고 공표한데 대해 찬사까지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LG전자 입장에선 뼈를 깎아내는 아픔을 감수해야 했고, 지금도 그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소비자들에게 스스로 불량을 고백(?)함으로써 기업의 참신한 이미지를 심어주었지만 타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우선 다른 제품으로의 교환 또는 환불로 인한 직접적인 손실이 적지않다. 한달간 특별서비스를 실시한 결과 교환 2만2천여건, 환불 9천여건 등으로 순수하게 그 자체 비용만도 약 1백90억원 규모. 여기에다 성수기에 월 6만∼7만대를 시판할 수 있는 매출기회를 놓친 것과 불량품 회수처리 및 리콜서비스에 따른 추가 부담 등을 감안하면 실제의 경영손실은 6백억∼7백억원에 달한다는 게 LG측 설명이다.
회수처리의 경우는 전량 파기한다는 방침이다. 일부 재활용 가능한 것들을 다른 냉장고 생산에 투입하겠지만 불량의 원인을 치유해서 다시 상품화하지는 않겠다는 얘기다. LG전자의 이러한 방침은 단순하게 특정 부품을 교체하는 것 등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는게 아닌 설계 불량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LG전자는 이와함께 냉장고 시장에서의 아성이 무너지는 수난마저 감수해야 했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해 「육각수」 파문으로 삼성전자에 1위 자리를 빼앗겼는데 이번 특별서비스 실시에 따른 판매 차질로 2년 연속 2위로 물러앉아야 할 판이다. 대우전자는 상대적으로 시장점유율을 크게 높이는 어부지리를 누렸다.
그렇다고 삼성전자와 대우전자가 썩 좋은 이미지를 남긴 것도 아니다. 좀더 정확히 표현해서 LG전자 냉장고 불량사태 이후 삼성전자의 「독립만세」 냉장고는 소비자단체에 의해 문을 여닫기가 힘들어 안전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받았으며 자랑스럽게 판촉이슈로 내세운 국립품질 기술원의 품질테스트 결과 냉기보존 성능과 소비전력 측면에서 「우」 수준에 머물렀다. 탱크주의를 내세우는 대우전자 「입체냉장고」도 가장 큰 자랑거리로 부각시킨 5분 냉각이 냉각속도에서 「우」 평가를 받았다. 30분 정도만에 팬을 돌려 냉기를 내보내도 「수」를 받는데 5분 만에 냉기를 보내는 제품은 「우」라는 상반된 결과를 보인 것이다.
이런 현상은 그 원인을 찾아들어가면 가전3사의 신제품 개발과 판매 경쟁에서부터 출발하고 있다. 냉장고 하나만 하더라도 해마다 5월 성수기를 겨냥해 한두달 전에 내놓던 신제품 출시가 이제는 연초 또는 연말로까지 앞당겨졌다. 타사보다 먼저 발표해 기선을 잡으려는 신제품 경쟁으로 인해 미완의 제품을 우선 내놓고 보는 일이 일반화된 것이다. LG전자의 냉장고 불량사태도 그 진원지를 찾아보면 이러한 신제품 출시경쟁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어쨌든 LG전자는 냉장고 불량사태를 계기로 설계실 입구에 「다시 태어나자」는 강한 문구를 내걸고 내년도 신제품 출시에는 좀 늦더라도 완벽한 제품을 선보이겠다는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삼성전자와 대우전자도 결코 남의 집 불구경만은 아니라는 인식을 새롭게 하고 있어서 냉장고 리콜서비스 사태가 내년도 냉장고를 비롯한 가전제품 신모델 출시에 긍적적인 영향을 미칠 수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유형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