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본, 유럽연합(EU), 캐나다 등 이른바 「쿼드」 4개국이 오는 2000년까지 정보기술제품에 대한 무관세화를 실현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정보기술협정(ITA)의 가입을 앞두고 정부가 대책마련에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 통상산업부, 정보통신부, 재정경제원, 외무부 등 4개 부처는 최근 관계 대책회의를 갖는 등 정보기술협정 가입에 따른 산업 여파를 최소화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가 국내산업 보호를 위해 고심 중인 정보기술협정 가입을 전제로 한 협상카드는 대체로 국내산업에 미치는 파장이 작은 것부터 푼다는 것. 또 여의치 않을 경우에는 오는 2004년까지 이행기간의 연장을 관철하고 정보기술의 범위를 엄격히 적용하는 것 등으로 모아지고 있다.
이같은 협상안에 전제한다면 경쟁력 우위에 있는 반도체 관련 16개 품목과 국내 정보화를 촉진시킬 수 있는 SW, HS 미분류 품목 등은 영순위로 제시될 것이 거의 확실시 되며 10개 품목의 컴퓨터와 통신장비, 반도체 제조장비 등은 이행기간 연장품목으로 분류될 전망이다. 특히 상대적으로 열세에 있는 계측기기와 10여개 일반 전자부품 등은 제외될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문제는 이같은 우리의 품목별 참여방안과 이행기간 연장 등의 협상안을 「쿼드」 4개국이 그대로 받아들이겠느냐는 데 있다.
미국은 이와 관련해 최근 재정경제원을 통해 조건없는 참여를 강력히 희망해 온 것으로 알려졌고 EU 등은 우리측의 이같은 소극적인 입장을 크게 비난하는 등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협상의 난고를 예고해 주고 있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아, 태경제협력회의(APEC) 회원국과 정보기술에 대한 범위에 이견을 보이고 있는 일부 국가들과의 공조방안을 적극 모색해 나간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으나 이마저도 품목 범위 조정여부로 여의치가 않은 실정이다.
결국 이같은 우리의 입장과 「쿼드」 4개국간 주장이 첨예해질 경우 다자간의 협상보다는 양자간, 특히 미국과의 협상으로 기울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통들은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이 경우 미국측이 의외의 카드, 즉 수입선다변화 등 우리산업의 아킬레스건을 문제삼을 땐 또다른 화를 자초할 수 있다는 데 고충이 따른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품목별 유보는 논리적으로 취약하므로 이행기간 연장 등에 주안점을 둬 협상카드를 완성하되 이행기간 연장을 정보기술의 급속한 기술진보를 감안, 2004년까지의 연장을 포함한 단일안으로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산업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가입과 내달 열리는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정부가 산업보다는 외교에 무게를 싣고 너무 타협하는 선의 카드를 제시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는 등 정부의 협상태도에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
그러나 정부측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품목 범위에 대한 부처간의 조정작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내주 중이면 최종 협상안을 완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알려진 것과는 달리 외교적 과시를 위한 협상에는 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컴퓨터 및 통신장비의 상당수는 타품목에 비해 우선적으로 협정가입이 이루어질 전망이어서 해당산업 육성을 위한 지원방안이 서둘러 마련돼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쿼드」 4개국은 오는 12월 9일 싱가포르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 전까지 정보기술협정의 체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모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