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청객처럼 찾아드는 DM성 전자메일 통신공해

잡석 속에 숨어 있는 옥돌을 찾아라.

최근 컴퓨터통신 전자우편 포럼을 사용하는 통신사용자들이라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기현상이다. 무차별적으로 쏟아지는 DM성 전자우편 속에서 정작 필요한 우편을 찾아내는 것이 마치 잡석 속의 옥돌찾기와 흡사한 모양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정보통신시대의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수단인 전자우편은 단 몇 초의 시간으로 장소에 관계없이 개인편지를 전송해주는 강력한 커뮤니케이션 메신저다. 잘만 활용하면 전자우편만한 언로도 없을 뿐더러 업무에 꼭 필요한 매체가 될 수도 있으나 최근에는 불청객처럼 찾아드는 DM성 전자우편이 컴퓨터통신의 또다른 해악으로 등장하고 있다.

특히 컴퓨터 통신망에 청소년층을 중심으로 한 「행운의 편지」가 등장하고 통신망이 상업적인 판매수단으로 활용되면서부터 컴퓨터통신 사용자들의 전자우편 공해에 대한 불만의 소리가 점차 불거져 나오고 있는 추세.

DM성 전자우편은 서적광고에서 제품광고 소프트웨어 할인판매, 동호회모임 장소안내, 개인신상관련 문제에 이르기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특히 전자우편 공해는 사용자의 절제 외에는 별다른 대안이 없다는 것도 문제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개발사인 모업체에서 근무하고 있는 장모 실장.

업무상 컴퓨터통신에 자주 접속해야 하는 장 실장은 하루에도 수통씩 전달되는 전자우편 처리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때에 따라서는 관심있는 분야의 소식을 전해주는 우편도 다수 포함돼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상품구입을 권유하는 상품홍보성 전자우편이 주류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우편을 보낸 업체에 항의전화를 할까도 생각했지만 자유로운 의견교환이 보장되는 또다른 언로, PC통신상에서 벌어지는 일이기 때문에 불편을 감수하고 키보드의 딜리트키를 누르는 차원에서 어려움을 해결하고 있다.

특히 그는 앞으로 인터넷을 이용해야 하는 업무가 보편화됐을 때 세계를 무대로 하는 각종 통신판매사들과 상업집단의 전자우편 전송공세 때문에 피해를 보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한다.

장 실장은 그래서 소프트웨어 개발능력을 동원해 원치 않는 전자우편을 차단해주는 프로그램개발과 같은 엉뚱한 생각을 하기도 한다.

컴퓨터 통신을 주요 활동무대로 활용하고 있는 동호회도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제품의 공동구매나 동호인들간의 의견개진이 활발해 ID노출이 비교적 용이한 데다 정보습득이나 성취욕구가 남다른 집단이기 때문이다. 원하는 의사를 단시간 내에 광범위하게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동호회도 전자우편을 활용하는 업체들의 주요 타깃이 되고 있으며, 일부 동호회는 회원들의 모임장소를 공지하는 용도로도 전자우편을 적극 활용하는 추세.

이 때문에 이와 전혀 관계없는 통신사용자들은 또다른 수고를 겪어야 하며, 일부 컴퓨터사용자들을 중심으로 ID를 노출시키지 않는 노하우까지 공개되고 있는 실정이다.

전자우편 공해를 일찍부터 우려한 일부 업체의 경우에는 전자우편을 사용하지 않으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통신판매업체인 「이디알」이 가장 대표적인 케이스.

통신상에서는 비교적 이른 91년부터 통신판매에 뛰어든 이 업체는 그동안의 경험에 비춰 전자우편을 이용한 홍보를 전혀 하지 않고 있다. 전자우편을 통한 홍보가 득보다는 실이 많다는 판단 때문.

이 회사의 안대호 사장은 『이미 외국의 경우에는 전자우편 공해가 통신상에서 이슈화된 적이 있다』고 말하고, 『타인에게 피해를 주면서까지 제품홍보를 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서 비용이 더 많이 드는 DM쪽을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같이 DM성 전자우편이 공해로까지 비화되는 것은 컴퓨터통신만의 독특함에 기인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가 저렴한 비용문제. 컴퓨터가 일반화되지 않았던 3, 4년전만 하더라도 DM이 보편적인 판촉매체로 활용돼 왔으나 최근 PC통신 사용층의 확산으로 충분한 시장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또 장당 2백∼3백원이 소요되는 DM에 비해 DM성 전자우편의 경우에는 이와는 비교할 수 없는 염가에 처리할 수 있으며, ID만 얻으면 주소나 이름을 알 필요없이 쉽게 보낼 수 있다는 점도 전자우편 공해의 주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우편발송을 위한 ID입수도 용이해 PC통신상의 각종 게시판이나 동호회 의견란에 등록된 ID를 갈무리하는 것만으로 발송대상 리스트를 데이터베이스화할 수 있다. ID가 확보됐을 경우 수천명이든 수만명이든 통신사용자를 대상으로 한꺼번에 의사를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이 DM성 전자우편 확대를 부추기고 있다.

전문가들은 업체들이 전자우편 발송의 적합성 여부를 고려해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도 내에서 발송하는 자세와 양식 있는 통신예절을 견지해 나가는 것만이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 지적한다.

<이규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