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의 만남] 진용옥 경희대 교수 봉화에서...통신까지

봉화에서 텔레파시통신까지 쓴 진용옥 경희대 교수

『현대 산업사회를 지탱하고 있는 정보통신기술의 원형은 우리 문화에서도 얼마든지 찾을 수 있습니다. 외국은 물론 우리조차도 그 과학적, 문화적 가치를 모르고 있을 뿐입니다. 즉 서양 과학기술에 대한 맹신에서 탈피, 발달된 기술의 원형이 우리 문화에도 존재하며 그것을 찾아야 한다는 명제를 갖고 출간을 계획했던 것입니다.』

최근 「봉화에서 텔레파시통신까지」를 저술해 출판, 정보통신계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진용옥 경희대 전파공학과 교수는 「그릇은 서양것을 쓰되 정신만은 우리것을 찾자」는 동도서기(東道西器)정신에 입각해 책을 저술하게 됐다고 밝혔다.

『봉화라는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17세기 프랑스의 완목통신(세마포르)을 근대 전신의 시초로 강의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까웠습니다.』

진실을 알고 그것을 규명해야 한다는 학자적 갈등이 책 저술의 원인제공 역할을 했다는 진 교수의 구체적인 집필계획은 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선시대의 봉수제도가 광파통신과 마이크로파통신, 셈틀부호의 원형이라는 진 교수의 연구결과가 논문화돼 세상에 알려지면서부터. 이 작업 중 덴마크의 전신기사 「미륜사」가 국내 근대 전신기술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과 혜강 최한기가 쓴 「전기론」이 한국 최초의 전자기학 논문이라는 것 등 귀중한 역사적 사실을 잇따라 규명하고 또 그들의 사상을 이해하게 되면서 정보통신기술에 대한 역사적 판단을 정립할 생각을 했다.

특히 이런 일련의 작업을 통해 서양의 발달된 도구를 취하되 뿌리와 정신만큼은 우리것으로 대체해야 한다는 노력을 구체화하게 된 것.

진 교수가 「봉화에서」를 통해 밝히는 과학기술의 원형은 「봉화」 외에도 이순신 함대의 조기정보체계 「신기전」과 4비트 마이크로프로세서의 기본개념인 「윷」, 주몽과 유리왕의 「암호통신」 등으로 다양하다.

『책을 저술하기 전부터 대단한 고민을 했습니다. 결코 어울릴 수 없는 주제같이 보이는 정보통신기술과 역사를 결부시킨다는 것 자체가 무리로 보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진 교수는 이 책이 결코 역사책이 아님을 강조한다. 다만 첨단기술로 무장될 미래 과학기술을 이해하기 위해 과거와 현재를 잇는 원형을 짚어봄으로써 미래과학을 예측하고자 하는 바람이다.

『현재 사회, 문화적인 화두로 등장한 디지털통신이나 광통신의 원형도 결국은 조선시대나 삼국시대의 각종 문화재를 통해 이해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진 교수는 박물관의 문화유물을 세계적인 과학기술의 원조로 연결시키는 보다 적극적인 작업이 우리에게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앞으로 진 교수는 봉화나 윷, 깍두기 등 현대 정보통신기술의 근본개념을 갖고 있는 문화유산을 더 연구, 영문자료로 만들어 세계화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한다.

〈이규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