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은행잎.
여름내 빚어놓은 부채꼴 잎사귀가 은옥의 발길 아래로 쏟아져 내렸다.
은옥은 남쪽 하늘을 향해 세워져 있는 안테나를 바라보았다. 우주 한가운데 떠 있는 위성과 일직선상으로 세워져 있는 안테나였다.
인공위성에는 지구를 향하고 있는 지향성 안테나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한 예비 안테나가 있다. 지향성 안테나의 각도가 틀어져 지상에서 통제가 곤란한 경우를 대비한 예비 안테나는 평상시에는 운용하지 않다가 지금과 같은 사태가 발생하면 사용하는 안테나이다.
은옥은 하늘을 보며 심호흡을 했다.
이제 안테나의 출력을 높이게 될 것이다. 위성의 자세를 교정하기 위해 지향성 안테나가 아닌, 예비 안테나로 교신을 하기 위해 지상 안테나의 출력을 높이게 될 것이다. 먼저 1호 위성에 주파수를 맞추게 될 것이다.
노란 은행잎이 은옥의 머리 위로 다시 흩어져 내렸다. 주변 산들이 온통 짙은 단풍으로 불에 타는 듯했다. 서쪽으로 기울기 시작한 태양이 하늘의 구름을 붉은 빛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좋은 날인데. 위성시스템에 장애가 없었더라면 참으로 좋은 날인데.
통신위성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랜덤 위성은 초기의 통신위성으로 수백에서 수천 주기로 궤도상을 날고 있어 지구국과 위성이 서로 마주보이는 시간에만 사용할 수 있는 위성이다. 위상위성은 지구 주위에 위성을 띄우고 각 지구국에서 차례로 위성을 추적하여 항시 통신을 확보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을 쓰면 정지위성이 커버할 수 없는 극지점 지역과의 통신이 가능하지만 활용성이 많지 않은 위성이다. 정지위성은 지구의 적도상 36,000 상공에 자리한 위성으로 공전주기가 꼭 지구의 자전과 일치하여 지구상에서 볼 때 마치 정지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 정지위성이라고 한다. 정지위성은 그 활용도가 높아 일반적으로 많이 활용하고 있는데, 은옥이 관리하고 있는 위성도 정지위성이다.
관제소 건물로 들어설 때 늦가을 오후 태양빛이 건물에 반사되어 은옥의 눈으로 강렬하게 쏟아져 들어왔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 현관 안에는 하늘에 떠 있는 위성과 같은 크기의 위성 모형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태양전지판을 접은 상태로 실물과 같은 모형이었다.
은옥은 모형에서 안테나를 살펴보았다. 솥뚜껑을 뒤집어놓은 것과 같은 모양이었다. 별로 크지 않은 이 안테나를 늘 지구의 관제 안테나와 같은 방향으로 조정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