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문형반도체(ASIC)산업이 활성화되고 있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그간 제품개발력 및 수요부족 등으로 취약했던 국내 ASIC산업이 최근 메모리시장 위축에 따른 반도체 업체들의 ASIC 집중육성 전략과 정부연구기관의 지원사업 활성화, 디자인 전문업체들의 사업확대 노력에 힘입어 활기를 띠고 있다. 특히 정부출연 연구기관 및 반도체 디자인 전문업체를 통한 중소업체의 ASIC 개발이 증가하고 있고, 제품범위도 기존 통신, 멀티미디어용 제품위주에서 의료기기, 홈오토메이션 등 그동안 일본에 전량 의존해온 분야로 저변이 확대되고 있어 주목된다.
한국전자통신연구소(ETRI) 및 전자부품종합기술연구소(KETI)는 올 들어서만 중소업체를 대상으로 각각 20종과 8종의 ASIC을 개발, 두 기관이 지난 94년부터 개발한 ASIC 수는 총 70여종에 달했고 이중 상품화에 성공한 제품만도 60여종을 넘어섰다.
ETRI 반도체연구단은 지금까지 개발한 총 49종의 ASIC 가운데 초음파 진단기, 화재경보기용 ASIC 등 고부가 신제품 37종이 상품화돼 이들 제품이 양산되는 내년쯤에는 총 1백억원 이상의 수입대체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ASIC개발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KETI도 스마트카드, 레이저프린터용 폰트 ASIC 등 연평균 7, 8개의 ASIC을 중소업체와 공동으로 개발, 이중 90% 이상을 상품화했으며 앞으로도 이같은 형태의 공동 프로젝트 사업을 더욱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90년대 들어 본격적인 활동을 해온 아남반도체기술, 에이직플라자, C&S테크놀러지, 서두로직, 사이몬 등 ASIC 디자인 전문업체들도 중소기업을 상대로 활발한 ASIC 개발 용역사업을 펼쳐 5개사 모두 매출이 지난해보다 50∼1백%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아남반도체기술, C&S테크놀러지, 서두로직 등 주요 업체는 내년부터 자체 브랜드상품 개발에 주력하는 한편 중소업체가 프로그래머블 로직 디바이스(PLD)나 고집적 필드 프로그래머블 게이트 어레이(FPGA) 등을 이용해 직접 ASIC을 설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각종 개발 툴의 지원도 계획하고 있어 국내 디자인 전문업체들의 내년 매출총액은 1백20억원으로 예상되는 올해보다 크게 늘어난 4백억∼5백억원에 이를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 LG반도체 등 국내 반도체 생산업체 역시 지금까지 상대적으로 소홀히 해왔던 중소업체 ASIC 가공생산을 확대한다는 전략아래 특정 디자인하우스를 협력업체로 지정했거나 계약을 추진중에 있어 그간 문제로 지적돼온 국내에서의 ASIC 생산도 한층 용이해질 전망이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올 들어 이처럼 ASIC산업이 활기를 띠고 있는 것은 주 고객인 중소업체의 수요가 세트의 고기능화 추세에 힘입어 2배 이상 증가하고 있는 데다 세계 메모리시장의 경기위축으로 그동안 어려웠던 중소업체의 국내 반도체 3社 생산라인 이용환경 역시 상당수준 나아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아직 시장규모는 작지만 응용분야가 넓어지고 개발력도 향상되고 있는 점이 주목된다고 강조했다.
〈김경묵, 주상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