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T LCD 구하기 하늘의 별따기...제조업계 즐거운 비명

TFT LCD업계가 모자라는 제품을 구하기 위해 혈안이 돼있는 고객들의 성화에 즐거운 비명을 넘어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올 상반기까지만 하더라도 제품판매에 골머리를 앓았던 삼성전자, LG전자 등 TFT LCD 양사는 재고로 쌓여있던 제품이 날개돋힌 듯 팔려나가 신명이 나던 것도 잠시, 이제는 고객의 원성에 애를 태우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가능한 모든 자원을 동원해 라인을 완전 가동하고 수율도 최대한 끌어올려 말 그대로 최대생산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고객이 요구하는 물량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재고는 바닥이 났고 생산량은 제한돼 있는데 반해 고객들로부터 쏟아지는 주문량은 갈수록 늘어나는 상황에서 업체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단지 어떤 고객에게 어느 정도의 물량을 공급해주느냐를 결정하는 것뿐인 셈이다. 이 과정에서 업체들은 요구하는 물량을 납품받지 못해 불만을 품은 고객으로부터 『상황이 바뀌면 재미없을 것』이라는 은근한 협박에서부터 『앞으로 두고보자』는 노골적인 협박,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도 우선 구매할테니 요구량만큼 공급해달라』는 회유에 이르기까지 하루에도 수십번씩 좋지 않은 소리를 들어야만 하는 실정이다.

특히 고객만족을 최우선으로 하는 영업부서 관계자들은 이같은 고객과의 앙금 때문에 신뢰도에 금이 가지 않을까 걱정이 태산이다. 이들은 공급이 달리는 천재일우의 기회를 맞아 고객과 두터운 연분을 쌓아 고정거래처를 확보하려는 꿈에 부풀었으나 이같은 기대가 자칫하면 물거품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생산부서쪽도 난처한 상황이다. 생산확대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영업쪽에서 요구하는 물량을 맞춰주기에는 역부족이어서 땀흘린 보람에 대한 칭찬은 커녕 핀잔과 불평만 들어야하는 지경이다. 더욱이 생산부서는 상반기까지만 하더라도 재고가 쌓여간다고 영업쪽을 닥달했던터라 이제와서 물량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한다고 불만을 터뜨리는 영업쪽을 나무랄 수도 없는 딱한 형편이다.

설비투자를 담당하는 고위층도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 제품이 모자란다는 아우성에 당장이라도 증설을 하고 싶지만 신규투자가 결코 만만치만은 않다. 기술과 시장이 모두 급변하는 TFT LCD분야의 특성상 자칫 잘못하면 큰 낭패를 당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우선은 신규투자 설비의 기판크기를 정하는 것에서부터 난관에 봉착해 있다. 업계는 최근까지만 하더라도 신규투자설비를 5백50×6백50㎜의 기판규격으로 내심 결정해놓고 있었으나 예상외의 변수가 돌출, 골머리를 앓고 있다. 12.1인치가 노트북PC의 주력제품으로 정착할 것으로 기대됐으나 최근에는 노트북PC업체들이 제품차별화를 위해 앞다투어 이보다 큰 13.3인치를 장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만약 13.3인치 제품이 노트북PC용 주력제품으로 부상한다면 5백50×6백50㎜ 규격은 생산효율이 기대수준보다 30% 이상 떨어지게 된다. 이 규격으로는 12.1인치를 동시에 6장 생산할 수 있지만 13.3인치는 4장까지 밖에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업계는 이에 따라 신규 투자설비를 5백90×6백70㎜ 규격으로 확대하는 쪽으로 방침을 변경하고 있으나 이 또한 1백% 자신할 수만은 없는 입장이다.

한 개의 제품이나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수십억원을 투입해야 하는 개발부서쪽도 목표설정이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우선 저전력소비형 노트북PC의 경우 13.3인치를 우선 개발해야 할지, 아니면 아예 14인치급으로 정해야 할지 선뜻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 또 무한한 잠재시장을 지난 모니터용의 경우 주력제품이 15인치급이 될지, 17인치급이 될지 예측불허이며 광시야각과 밝기는 어느 정도선으로 해야 가장 경제적인 상품이 될지, 또한 플라즈마 디스플레이의 기술발전 추이를 볼 때 20인치 이상 TFT LCD 벽걸이TV를 과연 개발해야 할지도 고민거리다.

TFT LCD분야의 관계자들은 이같은 실정 때문에 『시장이 좋으나 나쁘나 이래저래 어렵기는 매 한가지』라고 푸념하고 있다.

〈유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