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합리적 의료서비스

21세기로 접어드는 길목에서 지난 일을 돌아 볼 때 끊임없이 이어져온 인류의 최대 희망은 무엇인가. 그것은 건강, 곧 생명 연장의 꿈일 것이다. 그것도 단순히 수명을 연장하는 차원에서의 바람이 아니라 건강한 삶을 오래 누리는 것이다.

급속한 사회변화 속에 사람들의 다양한 욕구가 다양한 산업을 발전시켜 왔지만 과거, 현재, 미래를 통틀어 그치지 않고 이어지는 연구가 바로 「의료부문」이라 하겠다.

그렇다면 과연 합리적 의료란 무엇인가.

합리적인 의료는 적절한 의료비용, 질 좋은 서비스, 부작용의 최소화가 균형을 이루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가령 좋은 서비스를 받기 위해 지나치게 높은 비용을 지출하든가 비용을 낮춘다는 명목 아래 부작용을 무시하면 결코 양질의 의료라고 볼 수 없다. 이러한 세 가지 균형이 깨지지 않아야 올바른 「의료행위」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가 받고 있는 의료서비스에 적절한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것일까.

물론 질 좋은 의료서비스를 공짜로 받을 수는 없다. 한 의사가 전문인으로 성장하려면 대략 10년 이상이 소요된다고 한다. 그 한 사람이 지불했을 경제적, 정신적 비용을 고려해 볼 때 우리는 결코 싼 값에 그 노력의 대가를 받을 수만은 없다. 그는 곧 사회적인 재산이며 우리가 키운, 우리를 돌보아 줄 재산이기에 우리는 적절한 비용을 지불해 그를 활용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또한 고가의 의료장비를 사용해야만 병이 다 낫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그 병에 정확한 진료 및 치료를 위한 적절한 장비를 사용하는 것 역시 의료비용의 적절한 지불이라 하겠다. 필요없는 진료에 들어가는 손실은 실질적인 의료비 증가요인으로 작용할 뿐이다.

물론 최첨단 의료장비를 갖춘 첨단 의료시설이 대학병원 및 종합병원에 잘 갖춰져 있어 질병의 정도에 따라 병을 조기에 진단 및 치료할 수도 있다. 그러나 모든 환자가 종합병원을 찾는다면 과도한 진료량으로 개개인이 받게 되는 의료서비스는 낮아질 수밖에 없다.

결국 합리적 의료서비스를 위해서는 주체인 환자 스스로의 선택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무작정 종합병원을 찾기보다 주변의 병, 의원을 신뢰하고 찾아간다면 과도한 비용을 지불하지 않아도 그에 합당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이를 위해서는 의사와 환자간 신뢰가 쌓여야 한다. 병원규모의 대소가 의료의 질과 비례한다는 인식을 버리고 환자는 환자대로 의사를 믿고 그의 처방에 신뢰감으로 따르고 의사 역시 환자를 내 가족처럼 돌볼 때 비로소 우리는 우리가 기대하는 적절한 비용에 따른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받게 될 것이다.

특히 선진국형 의료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선진 의료시스템을 갖추어야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우리가 지불하는 의료비에 합당한 서비스를 받아야 하고 그렇지 못하다면 잘못된 부분이 어디인가를 따져 보아야 한다.

의료기관은 결코 영리만을 추구하는 집단이 아니라 인간의 복지를 향상시킬 수 있는 공공기관의 성격이 강하다. 우리의 기본적인 권리이자 최대 관심사인 생명을 다루는 기관으로 합리적이고 선진국형의 의료서비스가 이뤄질 수 있도록 우리 스스로 토양을 만들어 줘야 한다.

의료기관과 환자가 서로 믿을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 그같은 토양 위에서만 우리가 적절한 비용을 지불해 최소한의 부작용으로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받게 되는 선진형 의료시스템이 구축될 것이다.

<文昌浩 동아엑스선기계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