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조달청 행망프린터 입찰에서 대부분의 품목이 유찰된 사태가 벌어진데 대해 관련업계는 결국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이다.
조달청은 최근 실시한 정부 행정전산망용 프린터 입찰에서 레이저프린터 2개 분류 1천2백대 물량을 공급할 업체로 삼성전자, 제일정밀 등 2개사를 선정했고 나머지 잉크젯, 레이저, 도트프린터 공급사는 응찰가격이 구입예정가(예가)를 초과해 모두 유찰됐다고 공식 발표한 바 있다.
조달청은 내년 5월까지 6개월간 사용될 정부 행정전산망용 물량으로 도트프린터 3개분류 6백대, 레이저프린터 5개분류 3천대, 잉크젯프린터 4개분류 4천대 등 총 7천6백대 규모의 프린터에 대한 입찰을 실시했지만 응찰가격이 조달청의 내정가인 예가를 크게 웃돌아 공급사를 선정하지 못했다고 유찰된 이유를 밝혔었다.
그러나 이번 입찰에 참여한 대부분의 프린터 업체 관계자들은 조달청의 예가산정 방식에 커다란 문제점이 있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어 주목된다.
관련업계는 조달청은 이번 프린터 입찰에 대비해 부가세를 포함한 1대당 구입 예산을 도트프린터 35만원, 레이저프린터 40만원, 잉크젯프린터 41만원 안팍으로 내정해 총 30억4천6백만원의 예산을 책정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예가는 비공개를 원칙으로 입찰담당관이 직접 결정하지만 관례상 정부예산 단가 보다 5%∼10% 정도 낮은 가격에 구입예정가가 결정된다』고 밝히고 있다. 이 정도 가격은 소비자 판매가격의 절반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실제로 정부 입찰사양의 레이저프린터를 양산하려면 연구개발비와 조립, 양산비용, 유통비용, 자체 마진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도 순수 부품비용만 38만원 정도가 필요하다』며 『이 금액은 정부의 레이저프린터 예가와 거의 일치하는 수준의 금액』이라고 밝혀 정부의 입찰가 결정방식에 심각한 문제점이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프린터 업계의 한 관계자들은 『그동안 정부 조달물량이 수 천대 규모로 덩치가 큰데다 지불조건도 현금 일시불로 유리해 마진폭이 적은 것을 감수하면서 행망용 프린터 입찰에 참가했던게 현실』이라며 『이같은 사태가 재연될 경우 프린터업체들이 모두 행망입찰에 불참하는 불행한 사태가 발생할런지도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편 조달청은 늦어도 이달안에 금주중 총 10개분류 6천4백대의 프린터에 대한 재입찰을 실시할 계획이다. 조달청은 특히 레이저프린터 등 일부 공급사가 결정된 품목에 대해서는 재입찰 보다는 기존 낙찰된 업체에게 나머지 물량을 할당해 공급받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