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동통신(KMT)과 신세기통신이 한치의 양보없이 격돌하고 있는 「휴대폰 판매전」이 소비자 불만을 유발하는 엉뚱한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제품가격을 파격적으로 인하, 공급하는 업체간 경쟁이 가열될수록 소비자들로서는 「즐거움을 만끽」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지만 이번에는 오히려 정반대의 양상이 표출돼 주목된다.
소비자들의 불만은 행사기간중 제품을 구입하려 해도 휴대폰 단말기가 없다는 것. 양사가 대대적으로 홍보한 내용에 따르면 신규 가입자의 경우 기존 80만원이 넘는 삼성 애니콜을 38만원에 제공하는 등 각종 휴대폰 단말기를 파격적인 가격에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그간 단말기 가격이 부담이 돼 이동전화 가입을 꺼리던 소비자들이 일시에 몰려 구입신청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대리점을 찾은 소비자들의 대부분은 발길을 돌리고 심지어 양사의 광고가 「허위 과장광고가 아니냐」는 비난까지 나오고 있다. 휴대폰 물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대리점측에서 판매를 사절하거나 예약접수만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단말기 부족현상은 서울보다 지방이 더 심각해 KMT와 신세기통신에 대한 「원성」도 지방에서 훨씬 심하다. 실제로 부산의 모 대리점 사장은 『하루 평균 수십명의 가입자가 쇄도하고 있지만 본사에서 제공하는 단말기는 행사기간 초기 10여대가 전부였고 최근에는 아예 물량을 내려보내지도 않아 예약접수만을 받는 형편이며 항의하는 소비자들의 설득에 진땀을 흘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본사에 이같은 내용을 전달하려 해도 부산지역 모두가 같은 상황이라 담당자가 자리를 계속 피해 답답하기만 하다』고 설명했다. 지방에서는 대리점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상황은 비슷하고 특히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모 업체의 제품은 찾아보기 힘들어 「물건도 확보하지 못한 채 소비심리만 부추긴」 양사의 판촉전략에 대해 「허위광고」라는 항의까지 줄을 잇고 있다.
이런 현상은 KMT가 「가격파괴」에 가세하면서 양사 모두 휴대폰에 대한 잠재수요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채 시장점유 확대에 급급, 제살깎기식 경쟁을 감행한 데서 비롯됐다.
먼저 행사를 시작한 신세기의 경우 하루 1천명을 밑돌던 가입자가 5천∼6천명 수준으로 폭증했고 KMT도 2천5백명 정도에서 6천5백명으로 뛰었다. 단말기가 없어 되돌아간 소비자나 예약접수자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어림잡기도 힘들다.
단순 계산으로도 단말기 수요가 갑자기 4, 5배 늘어난 것이다. 양사가 행사시작 전 충분한 재고물량을 확보했어도 부족현상이 일어날 정도이고 생산업체들이 라인을 긴급 증설, 풀가동해도 쫓아가기 어려운 폭증수준이다. 하지만 가장 인기있는 삼성 애니콜의 경우 생산량은 특별히 늘어나지 않았다. 월 8만대 수준에서 최근 발표한 플립형 제품까지 더해 11만대 정도로 늘려나갈 계획이다. 애당초 재고가 거의 없이 생산하자마자 팔려나갔던 점을 고려하면 물량부족현상은 예고된 부작용이라고 할 수 있다. 생산업체 실정을 도외시한 통신업체의 일방적인 행사가 원인을 제공했다.
KMT와 신세기통신은 모두 이같은 「호응」을 예상치 못했다고 밝혔다. 잘못된 수요예측으로 소비자 불만이 터지는 것에 대해서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신세기통신은 『광고내용중 품목에 따라 일부제품은 조기 품절될 수 있다는 문구를 넣었다』는 「발뺌성(?) 해명」을 곁들였다.
문제는 의욕적으로 벌인 양사의 할인행사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된 채 상처만 남기고 마감될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이다. 행사기간중 구입을 희망하는 소비자들은 「허위 과장광고」라고 비난하고 있고 행사 전에 휴대폰을 구매한 소비자들은 배신감, 허탈감을 토로하고 있다.
양업체 역시 환영받을 줄 알았던 행사가 비난의 화살로 되돌아오고 내부적으로는 「팔면 팔수록 손해보는 장사」를 계속,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