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국내에는 「불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국내산업 전반에 걸친 불경기에 대한 위기감은 기업의 움추림과 감원정책으로 표출되고 있다.
비대해진 부분을 과감하게 도려낼 필요는 있다. 인간도 적정한 체중을 유지해야만 활동에 무리가 없듯이 기업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평생직장 보장, 직원의 가족화를 주창해 왔던 우리네 기업들이 일시적 한파에 비인간적으로 권고퇴직을 강요하는 것은 그리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마구잡이식 체중감량은 신체에 무리를 일으켜 건강을 악화시키듯 기업 역시 그럴 소지가 다분하다. 따라서 기업이 감원을 생각하기 전에 1차적으로 해야 할 일이 있다.
먼저, 자사의 조직구조나 인력배치가 효율을 배가시키는 방향으로 설정돼 있느냐를 살피는 것이 필요하다. 효율이 떨어지는 부서를 과감하게 통폐합하는 조직통폐합이 선행돼야 한다. 통폐합 과정에서는 또한 새롭게 강화시켜야 할 조직이 있을 것이다. 이들 조직에 기존의 인력을 재배치시켜 능력을 발휘하도록 하는, 기업측의 선견지명이 있어야 한다. 한 사람의 신규인력을 채용해 제 기능을 발휘하도록 하기까지 기업은 다수의 교육과 지원으로 그 인재를 키워 왔다. 바로 이러한 인재들을 아껴 차후에 대비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그 회사에 애착을 갖고 수년을 일해온 인력은 그리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다음으로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업 고유의 업종과 영역을 찾아 신시장을 개척해야 할 것이다. 최근 기업들 사이에서 21세기에 주력할 유망업종으로 부상하는 분야로는 정보통신과 유통, 방송, 레저산업 등이 있다.
한 조사에 의하면 국내기업 중 올해의 주력업종으로 정보통신분야를 손꼽은 기업은 1백여 업체가 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백화점 등 유통분야에도 70여 업체가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다양한 방향으로 업종전환을 해보려는 시도는 긍정적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어느 한 곳에 집중되면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공급과잉이라는 부작용이 따를 것이다. 너도나도 소위 장사가 잘된다고 뛰어든다면 그 업종은 경쟁력을 갖추기는커녕 자멸의 위기를 맞을 것이 자명한 이치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비용 대비 효과를 최대로 증대시키는 절약정신의 생활화가 필요하다. 현 우리 경제의 인력구조는 고학력, 고임금이다. 우수한 두뇌가 많은 만큼 임금으로 지출되는 비용도 많게 마련이다. 따라서 노동력이 많이 필요한 분야는 점점 사양길로 접어들고 있다. 인력의 고급화, 참으로 바람직한 것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와 병행해서 고임금을 지출해야 하는 기업으로서는 진퇴양난의 딜레마에 빠진다. 방법은 딱 하나다. 1인당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밖에 없다. 과감하게 업무흐름을 개선해 효율을 향상시키고 전사적인 절약운동을 전개해 제 경비를 줄여 나가야 할 것이다.
최근 정부는 우리 기업의 「경쟁력 10% 제고」를 제창했다. 그리고 솔선수범해서 행정절차를 간소화하고 「고비용 저효율」의 문제를 정보화를 통해 해결하는 전자정부를 만들겠다고 천명했다.
그렇다. 불황을 타개하고, 비능률을 없애기 위해서는 정보화가 필요하다. 그뿐만 아니라 기업 내부의 의식전환이 필요하다. 최근 우리 기업들은 연공서열의 관행에서 탈피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우리의 제도가 틀리고 서구의 제도가 옳다는 것이 아니다. 나름대로 장점이 있다. 따라서 서구기업들이 사용하는 연봉제와 연공서열 및 평생고용을 보장하는 아시아 기업의 체제가 혼합되는 것이 필요하다.
비효율적인 조직체계와 만성적 노사분규 등을 먼저 해결하고, 기계화, 사무자동화를 통해 인건비를 줄이며, 빠른 정보획득으로 신기술을 개발하고, 신시장을 개척해야 할 것이다. 사원 스스로 업무효율을 높이고 생산성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자발적인 노력이 샘솟을 때 기업이 발전할 수 있는 힘이 자생할 것이다. 이러한 것들이 그 기업의 문화로 정착되고, 나아가 한국의 기업문화로 안착될 때 21세기를 맞이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과도기적 현상은 불황이라는 시련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산업구조 변형을 위한 변혁과 도약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金鍾吉 나래이동통신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