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과소비

며칠 전 신문에서 소비재 수입급증을 우려하는 기사를 보았다. 올해 소비재 수입은 20.3% 늘었고 그중 외상수입은 35% 이상 증가됐다고 한다. 국민소비성향이 국가경제 근간을 흔들어 국제수지 악화라는 지경까지 오게 됐다는 것이다.

소비는 좀더 나은 생활을 추구하려는 인간의 기본적 욕구이며 어떤 면에서는 소비전략에 따라 경제가 활성화함을 볼 때 단순히 소비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라고 본다. 다만 작금의 과소비 문제는 자신의 형편에 맞지 않은 허영심에서 나온 것이 문제라고 볼 때 이 허영심을 부추기는 자금의 왜곡된 흐름을 바로잡는 것이 근본적인 치유책이 아닌가 생각한다.

은행에 예금하면 세금으로 없어지고 부동산 투자를 하자니 높은 세금에 값도 떨어질 것 같고 기업투자는 미래가 불투명하고, 그러니 없어지기 전에 쓰고 보자는 심리가 팽배할 것 아닌가. 금융실명제나 금융종합과세, 이러한 정책들의 궁극적 목적은 음성적 자금의 흐름을 파악하여 생산적인 부분에 대한 투자로 유도하기 위함이라 생각된다. 이를 통해 지하자금의 양성화에는 어느 정도 실효를 거두었으나 그 자금들이 투자대상을 찾지 못하고 과소비라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요즘 기업인들이 『제조업 하는 사람들은 모자라는 사람』이라고 공공연히 말하는 것을 보면 제조업 투자환경이 얼마나 열악한가를 짐작할 수 있다. 정부에서 유도하는 부분인 제조업이 원활히 돌아가 적정 수익이 보장된다면 과연 자금이 낭비적인 부분으로만 흘러가겠는가. 일례로 최근 붐이 일고 있는 정보통신분야의 활발한 M&A 가운데 과소비로 여겨지는 별장과 자동차 몇대 값으로 수십억, 수백억원 매출을 일으키는 기업을 인수하는 경우를 본다. 그들이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대단하리라 본다. 그런 면에서는 과소비는 국가경제의 상대적인 기회손실비용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일선에서 본인이 보는 기업의 가장 큰 공통적인 애로점은 역시 고금리와 노사 문제이다. 현재의 고금리체제에서는 도저히 경쟁국들과 힘을 겨룰 수 없다.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저금리 자금공급이 필수적인데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직접 개입이나 은행의 창구지도 같은 과거의 방법보다는 금융기관이나 기업이 국제시장에서 직접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또한 한 조직이 목표를 향해 움직이기 위해서는 일사분란한 조직관리가 필수요건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노사, 어느 한 쪽의 일방적인 양보보다는 정확한 노사관계에 대한 룰을 정하여 룰에 어긋난 부분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법을 적용하는 정부의 강한 의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노사문제는 법 자체의 잘못보다는 그것이 지켜지지 않아서 오는 혼란이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번 노사개혁에는 서로의 발전을 위한 제도개혁, 그에 따른 정부의 감독자로서의 기능과 법 집행이 꼭 따라주길 바란다.

자금은 금융이든 부동산이든 생산업이든 서비스업이든 좀더 많은 수익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쪽으로 자연적으로 이동한다. 과소비란 개인들의 바람직하지 않은 정신상태 또는 풍요로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자금흐름 사이클의 일부로 봐야 한다. 정부의 생각대로 자금을 생산적인 부분으로 유도하는 것은 캠페인이나 강압적 소비금지로 해결되지 않는다고 본다. 무엇보다도 기업투자환경을 개선해서 자금유치를 도와야 한다.

이제 한국인들의 기업육성 의지는 세계 어느 민족보다 강하다고 생각되며 요즈음에는 그만큼 정부에서 많은 좋은 정책들이 제시되고 있다고 생각된다. 그 정책들이 실효를 거둘 수 있게 정부의 강한 실천의지를 기대한다. 그 과정에서 과소비는 자연스럽게 줄어들 것이다.

<金熙泰 혜성전선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