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EU 통신장비 조달시장 상호 개방

그동안 난항을 거듭해온 한, 유럽연합(EU) 통신장비 조달 시장 개방 협상이 22일 전격 타결됨에 따라 한국과 유럽연합간 통신장비 조달시장이 내년 6월부터 상호 개방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한국의 통신장비 업체들은 EU 역내 15개국 16개 통신사업자의 통신장비 조달에 참여할 수 있게 됐으며, 한국통신의 통신장비 조달시장도 유럽 업체들에게 개방된다.

정보통신부는 우리나라와 EU집행위원회는 그동안 한, EU 통신장비 조달협상의 쟁점이던 민간사업자의 장비구매에 대한 정부 불간섭 문제,양허 대상기관 문제등을 극적으로 타결, 22일 통신장비 조달에 관한 협정에 가서명했다고 밝혔다.

양측은 이번 합의에서 각국 정부의 내부 처리절차를 거쳐 95년 5월1일까지 본 협정을 체결키로 했다. 이에 따라 빠르면 내년 6월1일부터 통신장비 조달시장이 상대측에 서로 개방된다.

특히 그동안 민간통신사업자를 양허기관에 포함시켜달라는 EU측의 요구에 대해 민간사업자의 독자적인 의사결정을 표방한 세계무역기구(WTO) 관련 규정을 준수한다는 기본정책을 상호 확인하는 선에서 합의,개방폭을 최소화시켰다.

또 조달시장 개방 폭과 관련,우리측은 WTO 정부조달 협정에 규정된 일반제품의 양허 하한선이 45만SDR, EU측은 역내 공공조달지침에 따라 60ECU(약 52만 SDR)을 적용키로 했다.

그러나 양측이 합의한 양허 하한선 이하라고 하더라도 13만 SDR이상에 대해서는 양국 모두 내국민과 동등하게 대우하기로 했다.

또한 EU 역외 국가에 대해 역내 시장참여를 차별하는 바이-EU(Buy-EU) 조항을 한국에 대해 적용하지 않기로 했으며 중소기업 대상의 수의계약 품목 및 인공 위성은 예외품목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한편 협정 가서명 후 EU는 정식 협정체결 이전에 우리나라에 대한 WTO 제소를 완전히 철회키로 약속했다.

<최승철 기자>

<미니해설> 연내 타결 전망이 불투명했던 한, EU 통신장비 조달 협상 타결 의미연내 타결 전망이 불투명했던 한, EU 통신장비 조달시장 개방 협상이 22일 전격적으로 마무리됨에 따라 전반적으로 궁지에 몰려있던 통신분야 통상 마찰 문제에 다소간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EU와의 협상 타결은 상호주의에 입각한 호혜적인 합의를 달성했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는 평가다.

즉 대부분 상대국의 요구를 수용하는 선에서 마무리되곤 하던 통신시장 개방과 관련된 선진국과의 협상에서 이례적으로 우리측에 시종일관 주장해온 기본 원칙을 고수하고 나아가 우리측의 요구를 일정부분 실현시킴으로써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챙겼다고 할 수 있다.

이번 협상의 최대 성과는 우리측의 개방 대상 기관을 한국통신 1개 업체로 묶어놓은 상태에서 EU측 양허 대상 기관을 당초 논의대로 15개국 16개 사업자로 합의한 부분이다.

여기에는 영국의 BT를 비롯해 프랑스의 프랑스텔레콤,독일의 도이치텔레콤등 EU 15개 회원국의 모든 기간통신사업자들이 모두 포함돼 있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EU시장에 우리나라 기업들이 진출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셈이다.

EU측이 가장 강력하게 요구한 민간사업자들의 장비 조달시장 개방 문제를 「양국정부가 민간사업자의 구매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다는 원칙을 확인하는 선」으로 막아낸 것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동일 사안을 놓고 끊임없는 통상 압력을 가하고 있는 미국측과의 통신시장 개방 협상에 훌륭한 무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국통신의 장비조달 시장에 미국기업에 버금가는 기술을 보유한 EU 기업이 다수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음으로써 활발한 기술 이전과 협력사업을 통해 미국에 편중된 기술의존 관계를 고쳐나가는 기회를 얻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민간사업자의 장비 구매와 관련된 분쟁이 발생할 경우,WTO분쟁 해결절차에 따르도록 합의한 것 역시 민간 부문의 분쟁을 국가간의 관계가 아닌 다자간 국제규범의 틀안에서 해결하도록 규정, 정부의 운신 폭을 넓혀 놓았다.

한편 한, EU간 통신기기 분야 교역량을 살펴보면 수출은 91년 3억1천만 달러에서 95년 4억6천만 달러,수입은 91년 7천만 달러에서 지난해 1억2천만 달러로 증가하고 있다.

<최승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