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는 3DO사업 초기부터 의욕적인 사업계획을 수립한다. 95년 초에 실시한 IR설명회에서 LG전자는 3DO부문에서만 내수 10만대와 수출 35만대를 판매, 1천3백억원의 매출계획을 달성할 방침이라고 발표한다. 이같은 발표는 나중에 상당히 왜곡된 자료였음이 밝혀지지만 당시만해도 LG전자가 3DO사업에 상당한 의욕을 갖고 추진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이때 대외적으로 발표한 이 수치가 어떻게해서 나왔는지 모두 궁금해 할 정도로 거창한 사업계획이었다. 대외적인 발표가 약간 과장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 수치는 사업부서에서 세워놓은 사업계획 5만5천대(추후 4만대로 수정)에 비해 2배 이상 부풀려졌던 것.
어쨌든 의욕을 갖고 출발한 LG전자는 이정재를 내세운 TV광고 등을 통해 3DO붐의 확산을 꾀하면서 가전 대리점의 판매방식에서 탈피, 프랜차이점 3DO플라자사업을 전개하는 등 획기적인 판매방식을 적용했다. 이같은 노력에 힘입어 3DO의 판매량이 월 3천5백여대까지 올라가는 등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으나 불과 몇개월만에 월평균 1천5백대 수준으로 급감했다.
95년 한해 동안 실제판매치는 계획대비 70∼80%선인 2만9천여대 수준에 머물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수치는 당시의 국내시장 규모에 비해선 성공적인 출발이었다. LG보다 앞서 게임기사업을 벌인 삼성전자도 8비트와 16비트의 게임기에서 90억원의 매출을 올려 15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점에 비하면 그렇게 나쁜 성적은 아니었다.
그러나 사업성적과는 상관 없이 95년 중반 3DO사업에 대한 불리한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LG전자의 3DO사 인수설이 떠돌고 있는 시점에 LG전자가 3DO사업을 포기한다는 설이 유포된 것. 3DO사 인수와 관련, 컨설팅을 실시한 매킨지가 3DO사의 인수포기와 함께 게임사업의 정리를 권고한데 따른 것이었다.
매킨지는 『게임기사업에 성공하는 업체들은 아키텍처를 장악, 고품질의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우수한 소프트웨어업체들을 끌어내 소프트웨어의 품질을 유지할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면서 『LG전자는 이 부문에서 전혀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매킨지는 그러면서 성공할 수 없는 요인으로 『우선 닌텐도 세가 소니 등 강자들이 선점하고 있어 패러다임과 기술 등에서 경쟁력 우위를 확보하지 못한 후발업체가 이들 업체를 따라잡을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있지 못하다』는 점을 들었다. 또한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가 성공을 좌우하는 요인인데 LG전자는 전혀 소프트웨어를 히트시켜 본 경험이 전무하다는 점이다. 또 하나는 게임시장은 1∼2주의 단기간 내에 승부를 봐야 하는 「히트&런」의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판매하는 제품만을 생산하는 대기업의 생리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이같은 매킨지의 보고서로 인해 LG전자는 3DO사업에 대한 의지를 점차 약화시키면서 결국 올해 들어와 판매부진을 겪자, 사업을 정리하게 된다. 결국 매킨지의 지적은 LG전자가 사업을 정리하는 이유로 받아들여졌다.
이점은 LG전자의 내부 보고서와 어느 정도 일치하고 있다. LG전자는 최근 소니처럼 오랫동안 준비기간을 갖지 않은 채 게임기사업에 뛰어든 점을 사업실패 요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소니의 경우 닌텐도와 합작으로 게임기 개발을 추진하다가 닌텐도와 협상실패로 독자적인 게임개발을 추진하는 등 약 5년에 걸친 노력 끝에 플레이스테이션을 개발했을 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업체들에게 자금지원을 통해 게임개발을 추진했다.
이에 반해 LG전자는 자체적으로 기술력을 축적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이에 대한 투자를 단행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실패요인이다.
또한 3DO사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이원화전략으로 인해 마쓰시타가 너무 일찍 마케팅에서 실패, 3DO에 대한 이미지를 떨어뜨림으로써 이에 따른 피해를 고스란히 받아야 했다. 즉 마쓰시타의 실패는 상대적으로 LGD전자가 해외시장에 진출하는 데 있어 커다란 걸림돌로 작용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장 큰 요인은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하지 못한 점이다. 게임에 대한 사회 전반의 부정적인 인식으로 게임기의 판매가 개선되지 않는 점이다.
<원철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