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님, 불꽃이 또 솟아오르고 있습니다!』
대원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심재학 대장의 눈 앞에서 또다시 불기둥이 솟아올랐다. 바로 앞뿐만 아니라 시청 쪽과 구 조선총독부 건물이 헐려 옛 모습이 드러난 경복궁 쪽의 도로에서도 불꽃이 솟아오르고 있었다.
『여기는 구조대, 여기는 구조대, 지령실 응답하라!』
『여기는 지령실, 말씀하십시오!』
『나 구조대장이오』
『아, 대장님.』
『현재 광화문 네거리의 맨홀 여러 곳에서 불길이 치솟고 있소.』
『여러 곳에서요?』
『그렇소. 맨홀의 불길은 문제가 아닌데, 도시가스가 문제가 되고 있소. 지금 도시가스회사에 연락할 수 있는 방법은 없겠소?』
『일반 전화는 모두 두절되었습니다. 일반 전화로는 연락할 수가 없습니다.』
『도시가스회사가 있는 곳의 소방서에 무전으로 연락하여 도시가스회사 직원을 이리로 출동시키시오.』
『알겠습니다. 연락을 취하도록 하겠습니다.』
『상황 잘 알려주고, 광화문 쪽 도면 확보해 가지고 출동시키시오.』
『알겠습니다.』 인왕산에 걸려 있는 늦가을 태양이 솟아오르는 연기와 불꽃에도 아랑곳 않고 구조대 차량 유리창을 통해 심재학 대장의 눈을 부시게 했다. 이순신 장군 동상과, 뒤로 줄지어 늘어선 가로수가 연기와 숨바꼭질을 해대고 있었다.
『아, 심대장. 수고가 많소.』
불꽃이 솟아오르고 있는 광화문 네거리에 구조대 차량을 세우고 내려섰을 때 기다리고 있던 종각소방서 진압대장이 다가왔다.
『이 대장, 고생이 많소. 헌데, 저 맨홀 뚜껑 누가 열고 있소?』
『한국전신전화주식회사 직원이 열고 있소.』
『수배가 되었습니까?』
『현장에 도착해 있었던 모양인데 불이 난 곳을 모르니까 지금까지 그냥 있었던 모양이오.』
『이 대장, 지하 도면은 확보되었소?』
『예, 통신 맨홀 도면은 확보되었소.』
『도시가스는요?』
『확보되지 않았습니다.』
『이 대장, 통신 맨홀보다 도시가스가 더 위험한 것 같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