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관람석] 페드라

영화 <페드라>에 대한 수사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60년대에<죽어도 좋아>라는 제목으로 개봉되었던 이 영화에 대한 향수와 절찬은 30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도 여전하다. 그토록 이 영화는 시간을 초월해 화제와 감동을 낳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이 영화를 기억하는 사람들이라면 안소니 퍼킨스가자신이 아끼던 자동차를 몰고 지중해 해변을 질주하며 소리치는 라스트 신의 사운드트랙을 잊지 못할 것이다. 이 영화를 보지 못한 사람조차도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그의 절규에 감전되어 어쩌면 영화를 본 사람보다 더<페드라>를 사랑하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이 영화에 대한 수사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고는 해도 「영화음악이 너무나도 유명한 그영화」라는 수사보다 더 단순명료하고 적절한 문구는 없을 것 같다.

안소니 퍼킨스가 분한 알렉시스는 지중해의 절벽위를 곡예운전하면서 외친다. 「가자, 달려! 가자구! 옳지, 그래! 음악을 듣고 싶다구? 좋아. 그렇겠지. 어때! 우리한테 바하만큼 멋진 음악도 없을 거야. 오 세바스찬이여! 라라라라 라라라 라라라라 라라... 페드라! 페드라!」말하자면 그가 라라라라 라라 따라 외쳐 부르다 마주 오던 트럭을 들이받고 절벽 아래로 굴러 떨어지게 했던 음악은 세바스찬 바하의 것이었다는 말이다. 그런데도 그 음악을 바하의 것이라 말하지 않고 「페드라의 영화음악」이라 일컫는 까닭은 안소니 퍼킨스의 절박한 외침이 화인처럼 인상깊게 새겨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늘 이성적이며 종교적 금욕을 추구했던 바하의 음악이 피빛과도 같은 금단의 사랑이라는 주제에 휘말려 들면서 전혀 다른 음악으로 탄생하고 있는 것이다.

의붓 어머니와 사랑에 빠진 알렉시스는 비극적 종말을 운명적으로 감지한순간에 그 오만하고 도덕적인 세바스찬 바하의 음악을 한껏 비꼬며 해변 커브길을 위태롭게 질주한다. 세바스찬! 흥, 영감탱이 같으니라구. 가서애나 보라지!바하에 대한 이러한 이기죽거림은 권위와 억압에 대한 비웃음이며 종교적 신념에 대한 회의이며 금기와 제도에 대한 폭력적 반성이라고볼 수 있다.

근엄한 바하의 음악 위에 욕설을 덧대어 녹음한 이 독특하고 강렬한 인상의 사운드 트랙은 사실 <페드라>라는 영화의 주제를 잘 대변하는 음악이라 할 수 있다. 폭풍과도 같은 사랑을 통해 인간의 본성과 감정을 옹호하려 하지만 그누구로부터도 쉽게 지지받지 못했을 때 예감하게 되는 파국적 종말. 그러나 <페드라>는 매우 섬뜩한 사운드 트랙을 남김으로써 후세의 많은 이들에게 전율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전율은 광적인 공감의또다른 이름이다.

<구효서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