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적인 국내 경기부진으로 부품업계의 설비투자가 크게 위축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일부 선발 인쇄회로기판(PCB)업체들은 내년에도 수백억원대의 대형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G전자, 삼성전기, 이수전자 등 선발업체들은 주춤했던 PCB경기가 지난 3.4분기부터 통신, 멀티미디어 제품용 다층기판(MLB)을 중심으로 회복돼 현재 생산증가가 호조를 보이고 있는데다 향후 경기전망도 비교적 밝다고 판단, 내년에도 추가적인 대형투자를 단행할 계획이다.
대대적인 MLB설비증설과 환경부문 등에 올해 약 3백억원을 쏟아부은 LG전자(대표 구자홍)는 지난달부터 수주량이 생산능력에 근접하는 호조세를 보임에 따라 내년 사업계획에 MLB, BGA기판 전용라인, 환경 등 총 2백억원의 설비투자비를 책정했다.
집중적인 환경투자와 함께 올해 BGA기판 전용생산라인 등 MLB부문에 약 3백억원을 투입했던 삼성전기(대표 이형도)는 상반기 경기침체로 내년에는 일부 대체투자만을 계획했으나 최근 매출회복에 따라 방침을 바꿔 내년 사업계획에 MLB 메인라인 증설 등 2백50억원대의 설비투자를 포함시킬 방침이다.
올 초 이수화학그룹 계열사로 편입, 오는 98년말까지 국내 3~4위권의 대형업체로 발돋움한다는 장기플랜 아래 지난달에 월 2만장대의 MLB생산능력을 갖춘 이수전자(대표 김찬욱)는 최근 수출이 기대 이상의 호조를 보임에 따라 내년에도 1백50억원을 추가 투입, MLB기준 생산량을 월 4만장대로 끌어올리는 시기를 앞당길 방침이다.
국내 PCB시장을 전문업체(job shop)중심에서 그룹계열사(Captive shop) 체제로 바꾸고 있는 이들 업체가 내년에 대형 설비투자를 준비하고 있는 것은 MLB로 재편되고 있는 세계 PCB시장이 생산능력에 따라 시장지배력이 좌우되는 추세에 탄력적으로 대응키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한편 현재 LG전자, 삼성전기 등과 함께 MLB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대덕전자(대표 김성기)는 올해 양면 PCB를 포함, 월 6만장의 매머드급 생산능력을 갖춰 당분간 대형투자는 자제할 계획이며, 올해 실버스루홀, 연성, MLB 등 전부문에 2백50억원을 투자했던 코리아써키트(대표 송동효) 역시 일부 보완투자에 주력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들은 『급격한 시장정체현상을 보이고 있는 단면 및 양면 PCB와 달리 MLB는 향후에도 이동통신시스템 및 단말기, 고성능 컴퓨터주변기기를 중심으로 꾸준한 고성장이 기대돼 일부 자금력을 갖춘 선발업체들의 설비투자는 90년대 말까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중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