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반도체산업 잠재력은 과연 어느 정도인가.」
올 초부터 중국정부가 강력한 반도체 육성정책을 추진하고 있고, 세계 유력 반도체 업체들의 중국진출도 급증하는 등으로 중국 반도체산업의 미래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중국반도체협회(CSIA)가 자국 반도체산업의 실체를 알려주는 자료를 내놓아 관심을 끌고 있다.
CSIA가 한국반도체협회(KSIA)에 보내온 「중국 반도체산업의 현황과 전망」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반도체 총생산액은 10억달러로 세계시장의 0.8%에도 못미쳤으며 이것마저도 중저가의 후공정 조립생산 비중이 높고 웨이퍼는 전량 수입하고 있는 등 아직 경쟁력 면에서는 크게 뒤떨어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중국의 반도체 총생산량은 1백23억8천6백만개로 이 가운데 IC는 5억개 정도에 그치고 다이오드가 97억5천만개, 트랜지스터가 23억8천6백만개, 전력용 반도체가 2억3천만개로 조사됐다. IC의 생산수준은 5인치(웨이퍼), 2미크론급(가공기술) 제품과 6인치, 1미크론급의 2백56KS램, 1M 마스크롬 제품이 주류를 차지하고 있으며 중국과학원에서 0.5미크론급의 기초가공기술을 연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업체 수는 총 2백91개사이고 이중 일관가공 생산능력을 갖춘 주요 IC업체로는 화정전자집단공사, 화월미전자공사, 상해벨링미전자유한공사, 상해선진반도체유한공사, 수강일전자유한공사 등 5대 기업을 비롯해 33개사이며 총 종업원 수는 엔지니어 1만5천여명을 포함, 12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중국은 정보통신분야를 중심으로 반도체 자급률을 30%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아래 정부주도로 올해부터 2000년까지 5년동안 「95 프로젝트」를 추진키로 해 향후 세계 반도체시장에서 중국의 위상은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중국정부는 우선 IC설계센터를 건립하고 시장성이 유망한 IC제품을 위주로 산, 학, 연 합작 및 외국 합작투자를 통해 2000년까지 6인치 웨이퍼를 이용한 회로선폭 0.8미크론급 제품 대량생산체제 구축과 8인치, 0.5미크론급 제품양산 개시, 그리고 0.3미크론급 기술개발을 완료해 명실상부한 반도체 강국으로 발돋움할 계획이다.
이같은 정부주도의 강력한 육성책과 함께 향후 세계 반도체시장에서 중국의 부상가능성을 높여주는 요인으로 1∼2년전부터 한국, 일본, 미국, 유럽 업체들의 중국진출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삼성과 현대전자가 각각 소주와 상해에 연간 2억4천만개와 3억6천만개를 생산할 수 있는 IC조립공장을 건설, 본격 가동하는 것을 비롯해 일본 미쓰비시, 마쓰시타, 도시바, 히타치가 앞다퉈 합작 및 단독투자를 통해 최고 0.35미크론 전공정 가공라인 구축에 나서고 있다.
모토롤러, 인텔, 해리스, AMD, NS, SGS톰슨 등 미국, 유럽의 유력업체들도 내년 양산을 목표로 각각 6천만∼8천만달러에 이르는 대단위 투자를 감행한 상태여서 2000년 중국의 반도체 생산능력은 일본, 한국에 이어 4, 5위권으로 올라설 전망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만이 D램시장에 본격 참여해 국내 반도체 3사의 실질적인 경쟁자로 등장한 데 이어 최근 중국의 부상이 두드러지고 있어 아, 태지역에서 중국 본토를 축으로 대만, 싱가포르, 말레이시아를 잇는 강력한 화교권 반도체라인이 형성될 가능성도 크다』고 내다봤다.
〈김경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