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VCR 수출 위기...해외시장서 입지 위축

VCR 수출이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해외 중저가 VCR시장에서 기반을 닦아온 국산 VCR는 엔高때 철저한 생산합리화를 단행한 일본업체들이 올들어 엔저를 무기삼아 대대적인 저가공세에 나서면서 해외에서 시장을 잃어가고 있다. 특히 국산 VCR는 핵심부품의 對日의존도가 높고 채산성이 크게 낮은 등 구조적인 취약점을 안고 있어 엔저가 멈추지 않는한 이러한 현상은 더욱 두드러질 전망이다.

이로 인해 국산 VCR 수출은 올들어 10월말 현재 전년 동기보다 11.0%가 줄어든 10억7천7백만달러에 그치고 있으며 앞으로도 수출감소세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업체들의 수출비중이 가장 큰 미국시장의 경우 동남아에 생산기지를 둔 소니, 샤프 등 일본업체들은 올들어 최근까지 VCR가격을 대당 평균 10∼15% 낮춰 국산제품과의 가격차를 바짝 좁히고 있으며 일부 모델은 오히려 국산보다 싸게 판매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이로 인해 미국내 VCR 시장가격이 종전에는 고가품과 저가품간 대당 20∼40달러 정도의 차이를 보였으나 최근들어선 10∼20달러선으로 좁혀졌다는 것이다.

유럽시장의 경우 고가 브랜드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일본업체들이 VCR가격을 대당 8∼10% 정도 내림으로써 중저가 시장에서도 국산 VCR의 가격경쟁력이 크게 약화되고 있다. 오리온, 신톰 등 일부 일본업체는 태국과 인도네시아에서 생산한 중저가 VCR를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유럽에 공급하면서 올들어 몇차례씩 가격인하를 단행, 한국산 VCR의 입지가 크게 위축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국산 VCR의 입지가 약화되고 있는 것에 대해 가전3사 관계자들은 『올들어 달러화에 대한 엔화의 하락이 원화가치 하락보다 더 가파르게 진행되면서 가격경쟁력이 회복된 일본업체들의 대대적인 해외시장 공략으로 가전제품중에서 VCR 수출이 가장 큰 타격을 입고 있다』면서 『VCR가 전세계적으로 연간 1천만대 정도 공급과잉상태를 보이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할 때 엔低현상에 제동이 걸리지 않는 한 당분간 해외시장에서 고전을 면키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유형오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