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오디오의 자존심을 세우자.」
우리나라는 연간 5천억원 정도의 오디오시장을 형성하고 있으며 산업규모 면에서도 세계 10위권 안에 들 정도로 급성장했다. 하지만 제품의 질보다 양적인 면에 더 치중한 결과 국산 오디오는 중저가 브랜드로 전락했고 세계 최고의 일류제품을 취급하는 시장에서 국산 제품을 찾는 것은 모래사장에서 바늘을 찾는 것만큼이나 어렵게 됐다.
이는 결국 요즘같은 불황이 닥쳐오자 산업규모가 큰데도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이어지게 됐다.게 됐다. 오디오 하나만으로 세계에서 이름을 날렸던 회사가 사라졌으며 여기저기에서 신규수요 창출에 매달리고 있지만 그동안 쌓아놓은 기술력이 없어 애만 태우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고급 오디오를 개발하는 데 투자를 게을리하지 않은 외국업체들은 불황에도 아랑곳없이 여전히 호황을 누리고 있다. 마크 레빈슨, JBL, 매킨토시, 인피니티 등 외산 고급 오디오가 국내시장에서만 형성하고 있는 시장규모는 1천억원 정도이며 세계적으로 볼 때 수조원의 시장을 갖고 있다. 이 제품들은 심지어 중고품도 구하기 힘들 정도다. 단순한 전자제품이 아니라 대대로 물려줄 가치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유명 오디오업체들이 내놓는 제품들은 언제나 한발 앞서 세계 오디오산업을 주도하고 있으며 기술의 한계에 부딪히는 나머지 회사들에 새로운 길을 제시하고 있다.
이제 30여년의 음향기기 역사를 가진 우리나라에서도 최고급 기술로 세계 오디오시장을 겨냥해 제품을 개발하려는 바람이 서서히 불고 있다.
태광산업 전자연구소 윤종민 실장이 20여년 동안 쌓아온 실무경험과 오디오 평론 경력 등을 통해 우리나라 오디오의 자존심을 세우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윤종민 실장은 국내 최초의 하이엔드 오디오라 할 수 있는 「테마」를 개발한 주인공. 과거 인켈에서 오디오 개발을 담당했지만 최근 인켈이 해태전자로 흡수되는 과정에서 10여명의 연구직원들과 함께 태광산업으로 둥지를 옮겼다. 현재 윤 실장이 이끄는 하이엔드 오디오 개발팀은 2백40만원짜리 통합앰프와 2백65만원짜리 진공관 파워앰프 등 6개의 오디오 단품을 만들며 순조로운 항해를 하고 있다.
윤 실장은 『국내 오디오산업이 삼류로 전락하게 된 것은 오디오에 대한 기술 노하우가 없기 때문』이라며 『이를 위해선 하이엔드 오디오에 대한 개발경험을 충분히 쌓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는 『제대로 된 오디오를 설계하기 위해선 개발자들이 최소한 음악에 대한 조예와 음에 대한 감각 정도는 갖고 있어야 하며 여기에 오디오를 설계하는 기술력이 추가돼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또 기술개발과 함께 오디오의 기기적 특성과 디자인에도 신경을 써야 모든 사람들로부터 찬사를 받는 명품이 탄생한다고 강조한다. 10여년의 오디오 평론을 통해 유명 제품을 분석한 결과 음질이 차지하는 부분은 제품의 50% 정도이며 외관과 PCB 등 부품의 디자인이 30%를, 외장 가공기술이나 강성구조 등이 나머지 20%를 차지한다는 것이다.
현재 윤 실장이 이끄는 개발팀도 이같은 기준으로 8명에게 회로설계를, 4명에게 기구설계를, 2명에게 디자인 설계를 전담토록 했으며 특히 디자인은 전문업체의 도움도 받고 있다.
윤 실장은 『최근에야 국내 오디오업체들이 하이엔드 오디오의 중요성을 인식해 제품개발에 뛰어들고 있다』며 『하이엔드 오디오 분야에서 성공하면 회사의 브랜드 이미지도 높일 수 있고 나머지 제품들로 고급기술을 전파할 수도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며 제품개발에 의욕을 보이고 있다.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