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LG전자의 고휘도 청색 발광다이오드(LED)의 첫 국산화는 국내 화합물 반도체소자 기술수준을 한단계 끌어올리는 개가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이번에 개발된 청색LED는 옥외용으로 실제 응용가능한 1칸델라급의 고휘도 소자라는 점, 그리고 현재 상용화되고 있는 청색LED 재료 가운데 가장 광효율이 좋고 신뢰성이 우수한 질화갈륨(GaN)계열 재료를 이용했다는 점에서 한층 높게 평가되고 있다.
또한 그동안 업계의 오랜 숙원이었던 핵심 칩 국산화에 성공, 현재 청색LED에 관한한 세계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일본업체의 독주를 저지하고 국내업체의 품질 및 가격경쟁력 확보를 위한 기반을 마련한 것도 큰 성과로 꼽힌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청색LED 개발이 갖는 가장 큰 의의는 그동안 실리콘(Si) 반도체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위축됐던 화합물 반도체의 위상을 한층 높이고 관련 핵심기술을 확보, 국내에서도 화합물 반도체가 고부가가치 산업분야라는 인식전환의 전기를 마련했다는 점일 것이다.
국내에 화합물 반도체 연구가 본격화된 것은 지난 90년 초부터다. 반도체산업의 급부상으로 메모리 반도체를 위한 실리콘이 각광받으면서 덩달아 화합물 반도체 연구도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대규모 투자로 단시일내에 승부가 가능한 메모리 반도체가 수출 제1품목으로 급부상,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자리잡은 반면 기술개발 노력에 비해 쉽게 성과가 드러나지 않는 화합물 반도체는 「미운 오리새끼」로 전락했다.
결국 반도체 3사는 기업논리에 따라 화합물 반도체관련 연구그룹을 해체하거나 축소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아갔고 그 결과 화합물 반도체는 정부와 업계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게 됐다. 그러다가 지난 94년 일본의 니치아社가 청색LED 개발에 성공하면서 화합물 반도체 연구에 대한 관심이 다시 수면위로 급부상하고 있는 상황이다.
LG전자의 이번 청색LED 개발이 값진 의미를 갖는 이유는 바로 이런 척박한 풍토에서 일궈낸 성과라는 점이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성과는 청색LED 국산화로 인해 각광받는 광원인 단파장 레이저 다이오드(LD)와 광정보 처리용 소자로 고출력, 고속화에 대응할 수 있는 OEIC(Opto-Electronic IC) 개발을 위한 차세대 기반기술을 확보했다는 점이다. 단파장 LD는 파장폭을 기존보다 2배 가까이 줄인 4백50에 불과해 디스크의 저장용량을 CD는 2, DVD는 15 수준으로 현재보다 4배 가까이 집적도를 올릴 수 있는 차세대 광원으로 각광받고 있는 고부가가치 제품이다. 또한 OEIC는 대량의 정보처리 및 통신기술의 발달로 대용량의 정보전송과 다양한 화상처리 실현, 표시장치의 고성능화를 위한 필수부품이다.
이외에도 교통신호등, 백열등, 의료용, 군사용 등 다양한 수요창출을 통해 3조엔에 달하는 거의 무한대의 시장형성이 기대되는 등 향후 고부가시장 선점을 위한 기반을 닦았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는 의의로 풀이된다.
그러나 화합물 반도체 분야에서 기술종속 탈피를 가속화할 수 있도록 하는 독자적인 값진 성과라는 이면에 아직도 △상용화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 △품질신뢰성 보장문제 △특허권 확보문제 등 이런저런 과제가 산적해 있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될 것으로 지적된다.
〈강병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