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세계 컴퓨터산업을 결산하는 「96 추계컴덱스쇼」가 막을 내렸다. 첨단기술의 향연장으로 미래 컴퓨터 및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 방향을 가늠케 해주는 컴덱스는 올해에도 휴대형 PC, 56 초고속 모뎀 등 신제품을 비롯해 인터넷팩스 등 인터넷 시대 도래에 따른 새로운 문명의 이기들이 대거 출품돼 앞으로 컴퓨터기술의 나가야 할 방향이 이동컴퓨팅 및 인터넷에 모아질 것임을 예고했다.
그러나 이같은 경향은 전시 개막 이전부터 충분히 예견돼 커다란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으며 지난해와 같이 CPU시장을 둘러싼 인텔 대 반인텔 진영과의 다툼, 컴퓨터 운용체계의 주도권 싸움을 위한 IBM과 마이크로소프트의 세과시경쟁, 윈도95의 출현 등 새로운 이슈를 창출하는데는 실패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특히 올 추계컴덱스를 계기로 새로운 멀티미디어시대를 열어갈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DVD롬 드라이브 및 DVD 플레이어나 인터넷시대의 총아로 그동안 전세계인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던 네트워크 컴퓨터(NC) 등은 출품업체수도 적었을 뿐 아니라 제품 또한 아직까지 시제품 수준에 불과해 참관자들의 기대에 크게 못미쳤다.
이에 따라 이번 전시회를 과거 컴덱스에서 IBM 등 경쟁업체와의 끝없는 대결 끝에 세계 컴퓨터산업을 평정한 마이크로소프트에게 다시 한번 손을 들어준 자리가 되고 말았다는 게 전시장을 둘러본 참관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올 컴덱스에서 나타난 가장 큰 기술적 흐름은 인터넷시대의 화려한 개막을 꼽을 수 있다.
이번 컴덱스에 참가한 2천여개 기업중 약 4분의 1이 넘는 5백50여개 업체가 1천5백여개의 인터넷 관련 신제품을 선보여 어느 전시장에서나 관련제품을 찾을 수 있을 정도로 컴덱스를 뜨겁게 달궜다.
특히 인터넷관과 인터넷 이노베이션관의 별도 전시관이 마련돼 파이어월 프로그램, 인트라넷 소프트웨어 등 기존 인터넷제품의 진전된 제품과 인터넷폰, 인터넷팩스 등 인터넷의 새로운 응용분야 제품이 대거 출품돼 인터넷을 통한 통신의 대중화시대를 앞당길 것으로 예고했다.
이중 텍스트 위주의 인터넷을 저렴한 국제 음성통신까지 실현하는 각종 프로그램과 하드웨어는 이번 전시회에서 참관자들의 가장 큰 주목을 받은 제품들이다. 이스라엘의 보컬텍을 비롯해 IDT, 아메리칸 네트워크, 네트스피치, 토키스, 인텔, 프리텔 등 20여 업체들이 인터넷으로 전화와 팩스를 쓸 수 있는 인터넷전화 소프트웨어와 인터넷전화 서버프로그램, 인터넷팩스 서버프로그램을 발표했으며 파나소닉과 인터넷 매직사는 전화기를 통해 별도의 브라우저 없이 인터넷 검색이 가능한 인터넷전화기와 인터넷으로 팩스를 보내는 인터넷팩스 등 인터넷을 응용한 하드웨어를 소개하기도 했다.
인터넷을 통해 데이터를 주고받으면서 실시간으로 압축복원이 가능한 기술을 실현한 스트림웍스의 「시유시미」 프로그램은 인터넷 방송의 가능성을 시사해 방송관계자들의 기대를 한껏 부풀리기도 했다.
또 인터넷전화의 호환성을 유지하기 위해 최근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 제안한 표준인 H.232 규격에 따라 인텔에서 인텔인터넷폰을, 인터넷전화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보컬텍 등이 인터넷폰 프로그램을 개발해 출품했다. 세계 웹브라우저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넷스케이프사와 마이크로소프트사는 이번 컴덱스에서 내년 초 4차 웹브라우저 전쟁을 예고, 관계자들의 지대한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이번 전시회에서 참관자들의 가장 큰 주목을 받았던 제품이 휴대형 PC인 HPC. 기존 PC환경을 그대로 구현하면서도 크기를 일반 전자수첩 정도로 대폭 줄인 휴대형 PC(HPC)가 한국의 LG전자, 일본의 카시오, 미국 HP 등에서 일제히 출시돼 새로운 컴퓨팅 환경의 도래를 예고했으며 여기에 마이크로소프트가 HPC의 운용체계인 윈도CE를 이번 컴덱스에서 전격적으로 발표함으로써 이번 컴덱스의 성격을 HPC 잔치로 특징지었다. HPC 외에도 HP와 애플컴퓨터, US로보틱스, 후지쯔, 도시바, 샤프 등은 통신 및 컴퓨팅 기능을 개선한 개인휴대단말기(PDA)와 초소형 컴퓨터 신제품을 발표했으며 NMB사의 무선 키보드 등 무선기능을 갖춘 다양한 주변기기도 대거 출품돼 이동컴퓨팅시대의 개막을 전세계에 알렸다.
PC에 각종 주변장치를 손쉽게 접속할 수 있는 차세대 주변기기 접속규격인 USB(Unit Serial Bus)는 이번 전시회를 통해 1백여 컴퓨터 주변기기 업체들이 마우스, 프린터, 스캐너 등 1백70여종의 USB 규격의 각종 신제품을 발표함으로써 컴퓨터업계의 새로운 표준으로 정착될 것으로 예상된다.
비록 전시장 전체의 흐름을 주도하지는 못했지만 차세대 영상기록매체이자 멀티미디어 혁명의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는 디지털다기능디스크(DVD)는 일본의 도시바와 파이어니어, 한국의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시제품을 출품, CD롬 드라이브 시장 쟁탈전에 이은 제2의 주도권 경쟁을 예고했다. 또 DVD시대의 개막에 따라 방대한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되는 DVD 칩세트 및 주기판 공급업체인 오디엄과 STB시스템즈 등 주변기기 업체들의 시장선점을 위한 치열한 신경전은 컴덱스의 이면에서 벌어진 숨겨진 전쟁이었다.
통신분야 최대 이슈는 56 초고속 모뎀의 대거 등장이다. 현재 세계 모뎀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US로보틱스사와 록웰인터내셔널사 외에도 줌테크포닉스, 시러스로직 등이 일반전화 회선을 이용해 초고속 통신을 가능토록 하는 56 제품을 출품, 컴퓨터를 이용한 새로운 통신혁명의 가능성을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