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 추계컴덱스 결산] 국내 참가업체 동향

올 추계 컴덱스에 참가한 10여개 국내 업체들은 컴덱스를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국내 컴퓨터기술을 한껏 과시했다.

이번 전시회에서 세계적으로 주목을 끌었던 LG전자의 휴대형 PC(HPC)를 비롯, 삼성전자의 21.3인치 TFT LCD, 현대전자의 DVD 칩셋 등은 이번 컴덱스를 빛나게 한 제품들 중의 하나였다.

LG전자는 마이크로소프트와 공동으로 개발, 이번에 처음 발표한 HPC를 대형조형물로 제작해 참관객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그 앞에 실물을 전시, 참관자들이 직접 HPC를 사용하도록 함으로써 이동컴퓨팅의 정수를 만끽할 수 있도록 했다. 또 5.6인치에서부터 12.1인치에 이르는 다양한 TFT LCD를 비롯, 8배속 및 12배속 CD롬 드라이브와 CD- 등을 전시했다. 그러나 이번 전시회에서 유일하게 선보인 것으로 짐작되는 16배속 CD롬과 차세대 멀티미디어의 총아로 주목받고 있는 DVD롬 드라이브 등은 단순히 모형만을 설치해 아쉬움을 남겼다.

AST와 공동으로 이번 전시회에 참가하면서 가장 참관객들의 발길이 붐비는 마이크로소프트관 바로 옆에 전시관을 확보하는데 성공한 삼성전자는 전시장에서 패션쇼를 개최하고 각 패션모델들이 삼성의 제품들을 하나씩 들고 나와 소개하는 이색이벤트를 펼침으로써 참관객들의 발길을 붙잡는데 성공했다. 삼성은 이번 전시회에 알파칩, 1GD램 등을 중점적으로 전시해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메이커임을 과시했으며 각종 TFT LCD를 대거 선보여 부품에서 완제품에 이르는 세계적인 멀티미디어 종합 솔루션업체라는 이미지를 세계인들에게 심었다.

동화상압축 기술분야에서 세계 최정상을 자랑하고 있는 현대전자는 미 계열사인 오디엄사의 DVD용 칩셋을 전시, 이 분야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는 해외바이어들의 비상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오디엄사의 하리시 페텔 영업담당 부회장은 『현재 전세계적으로 개발된 DVD 칩셋 중 오디엄사의 제품이 최고 수준』이라며 『오디엄의 칩셋은 현재 도시바는 물론 한국의 두인전자의 보드 및 제품에 탑재되고 있으며 다음달부터 양산에 들어가 공급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질 경우 멀티미디어업체들의 DVD롬 드라이브 및 DVD 플레이어의 보급이 급속히 확산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들 업체의 일부 제품들을 제외하고는 국내 기업들 대부분이 예년과 마찬가지로 모니터, 데스크톱 및 노트북PC 등을 주력상품으로 전시했다. 특히 이번 전시회에는 마치 모니터 경연장이라도 되듯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전자, 대우전자 등 대기업 4사를 비롯해 모니터전문 생산업체인 코리아데이타시스템, 신호전자, 한솔전자 등도 대형 부스를 설치,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모니터생산국임을 전세계에 알렸다.

대우통신과 대우전자는 공동으로 전시장을 마련, 수출주력품목으로 육성하고 있는 모니터 외에 노트북PC의 차세대규격인 32비트 카드버스규격을 채용한 노트북PC 「솔로 7500」 시리즈를 주축으로 멀티미디어PC 「코러스 프로넷」 등을 출품했다. 또 TV와 모니터를 동시에 연결, 인터넷을 접속할 수 있는 「웹스테이션」도 함께 출품, 컴퓨터 전문업체로서의 위상을 높였다.

5년 전부터 컴덱스에 대형전시장을 마련, 참가하고 있는 코리아데이타시스템은 모니터 전문 수출업체답게 33인치 대형모니터를 비롯해 20인치, 21인치 신제품과 15인치 LCD, 인터넷 전용 셋톱박스 등을 출품, 참관자들의 발길을 모았다. 또 일반 펜티엄PC에서 실시간으로 화상회의가 가능한 ISDN회선을 이용한 화상회의시스템을 선보여 종합정보통신업체로서 변모하고 있는 코리아데이타시스템의 모습을 해외바이어들에게 보여줬다.

올해 처음 컴덱스에 참가한 한솔전자도 주력사업으로 육성하고 있는 모니터사업을 세계적인 바이어들에게 알리기 위해 대형부스를 설치, 고급모니터 전문업체로서의 위상을 높였다. 한솔전자의 조동완 사장은 『한솔이 모니터사업을 시작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이번 전시회에 참가했다』며 『이번 컴덱스 참가를 계기로 국산모니터의 고급화를 선도해 나갈 계획이며 이를 위해 현지 딜러들을 대상으로 리콜제품의 1백% 보상 등 다른 기업에 한 발 앞선 공격적인 마케팅을 전개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들 업체 외에도 컴덱스 기간에 인근 호텔에 비즈니스센터를 설치, 해외 바이어들을 초청해 자사의 제품을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한 업체들도 다수 있어 눈길을 끌었다. 대표적인 기업이 삼보컴퓨터와 두인전자.

삼보컴퓨터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라스베이거스 알렉시스파크호텔에 비즈니스센터를 개설하고 미국 최대의 고객인 시어즈 관계자들을 비롯한 미국 내 유력 딜러들에게 신제품 및 내년에 미국에서 판매할 제품에 대한 설명회를 개최했다. 특히 삼보컴퓨터는 이번에는 미국 외에 캐나다 및 남미의 딜러들도 대거 참관, 앞으로 이 시장으로의 수출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시장 바로 옆 힐튼호텔에 비즈니스센터를 개설한 두인전자는 미 현지법인인 엘레시드와 공동으로 DVD롬 드라이브에 들어가는 DVD용 보드를 모니터에 연결, DVD가 구현하는 멀티미디어세계를 실연함으로써 이곳을 찾은 외국 관계자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특히 파이오니아, 현대전자 등 DVD롬 드라이브를 출품한 세계적인 대기업들이 두인전자의 보드를 채택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자사의 부스에 두인전자의 제품을 함께 전시함으로써 전시에 직접 참가한 것보다 더 큰 효과를 거두기도 했다.

이밖에 동일CIM은 이번 컴덱스에서 유망상품으로 주목 받았던 인터넷매직사의 인터넷 팩스에 대한 시연회를 인터넷매직사와 공동으로 전시장 인근의 볼더 스테이션호텔에서 개최, 국내 참관자들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향후 사업성이 있는 유망기술을 사전에 물색, 자본을 투자하기 위해 컴덱스를 찾은 삼성물산의 이승규 대리(테크노밸리팀)는 『전시장보다는 인근 호텔에 주요 인사들을 초청, 주요 기술과 신제품을 보여주는 업체들이 의의로 많다』며 『국내 참관자들도 지금까지와 같이 단순히 전시장만 둘러보는 형태의 참관에서 벗어나 사전에 주요 관심 대상업체들을 물색하고 이들 업체가 별도로 호텔에 마련한 비즈니스센터를 둘러보는 것이 실속 있는 참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매년 컴덱스에 참가 내지는 참관하는 바람에 컴덱스 후유증을 앓고 있는 국내 컴퓨터업계이지만 이번 컴덱스를 계기로 국내 업체들은 단순히 보여주는 컴덱스에 머물지 말고 실제 비즈니스 전시회가 될 수 있도록 변화를 모색해야 할 것이라는 게 참관자들의 일치된 견해다.

즉 올 컴덱스에 참가한 국내 대기업들은 물론 중견기업들도 모두 1백평 이상의 대형공간을 확보했지만 전시장을 메울만한 제품 자체가 부족해 공간낭비라는 인식을 심어주기에 충분했으며 또 신기술이나 신제품으로 참관자들의 발길을 붙들기보다는 요란한 행사 및 기념품 제공을 앞세워 전시장을 북적이게 한 것 등은 국내 업체가 앞으로 세계 전시회에서 가져야할 자세를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한 대표적인 사례다.

파이오니아, NEC, 도시바 등 일본 업체들은 단순한 모형이 아닌 시제품을 시스템으로 구성, 참관자들이 직접 작동해 새로운 기술이 구현하는 세계를 실감케 함으로써 참관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또 인근 호텔에 별도의 상담실 및 전시장을 마련해 전시장에서 바이어들의 관심을 실상담으로 유도해 나가는 것 등은 국내 기업들에게 시사하는 바 크다.

또 이번 전시회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 제품설명회와 같은 자리도 국내 기업들의 전시장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어 주요 제품에 대한 참관자들의 이해를 넓히는 데는 실패했다는 게 전시장을 둘러본 국내 참관자들의 일치된 지적이다.

국내 컴퓨터업체의 한 참관자는 『컴덱스가 비즈니스쇼인 만큼 참가에 따른 막대한 비용에 걸맞은 실속있는 전시회가 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전시회에 참가한 국내 기업들이 과연 얼마만큼의 효과를 거두었는지 의심스럽다』며 『컴덱스가 과거의 명성을 앞세운 상징적인 전시회로 전락했다고 한다면 앞으로 국내 기업들은 보다 실속있는 사업을 위해 전문전시회쪽으로 더욱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충고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