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TFT LCD 장비.부품.소재 국산화의 현주소 (1)

왜 필요한가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LCD)산업이 본궤도에 진입하기 시작하면서 관련 장비 및 부품/소재의 국산화 필요성이 점증하고 있다. 반도체와 함께 대표적인 장치산업이요, 디스플레이가 갖는 고도의 정밀조립산업이라는 특성을 겸비하고 있는 TFT LCD는 생산설비 구축에 천문학적인 자금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완제품을 조립할 때까지 드는 부품/소재비용도 무시못할 말큼 크기 때문이다. TFT LCD산업의 경쟁력은 장비 및 부품/소재에 의해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TFT LCD산업을 21세기 국가전략품목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극복해야 할 장비 및 부품/소재의 국산화 현황과 과제를 점검해 본다. 〈편집자〉

TFT LCD를 제2의 반도체산업으로 간주하고 있는 정부와 관계전문가들은 TFT LCD용 장비, 부품/소재의 국산화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특히 대규모 자금동원력과 이미 세계적 수준에 올라있는 메모리 반도체 기술을 접목시켜 TFT LCD를 다가오는 21세기 전략품목으로 육성하려는 삼성, LG, 현대 등 국내 대기업들도 장비, 부품의 국산화에 미온적이었던 과거와 달리 그 어느 때보다도 국산화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는 실정이다.

TFT LCD는 통상 2개의 라인을 갖춘 공장 하나를 짓는데 5천억원이라는 대규모 자금이 필요하다. 이중 생산설비에만 적어도 3천억원 정도가 소요된다. 시장의 성숙에 따라 생산규모를 확대할 경우 생산설비 투자비는 천문학적으로 늘어간다. TFT LCD와 더불어 관련 설비도 또 하나의 황금시장인 셈이다. 장비국산화가 제품생산 10년 후에 시작된 반도체산업에서 보듯 국내 TFT LCD산업이 아무리 성장하더라도 장비를 외산에만 의존할 경우 그만큼 마이너스를 감당해야 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TFT LCD업계는 장비의 국산화를 이같은 경제적, 산업적 측면에서가 아니라 생존의 조건으로 간주하고 있다. TFT LCD산업의 특성상 장비의 해외의존, 특히 대일의존은 「상대에게 패를 보여주고 카드게임을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급변하는 시장상황 때문에 차세대 상품화 전략이 가장 중요한 TFT LCD업계에서 장비의 해외수주는 곧 전략의 노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TFT LCD에서 부품/소재의 국산화도 장비 못지않게 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TFT LCD는 박막트랜지스터를 유리기판에 심고 여기에 액정셀을 만들어 액정을 주입한 후 뒷면에 백라이트를 설치하고 컬러필터와 편광판을 부착한 후 구동장치를 달아야만 완제품이 되는 복잡한 조립산업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모듈당 원가비에서 부품/소재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평균 40%에 달한다.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설비비와 인건비, 개발비를 합쳐야 원가의 60%에 그친다. 부품/소재의 비중이 설비비에 못지 않다는 얘기다.

부품/소재는 또한 대면적화, 광시야각, 高광투과율, 저전력소비 등 TFT LCD의 품질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여서 가격경쟁력은 물론 품질경쟁력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부품/소재의 국산화가 미흡할 경우 장비에 못지않는 외화유출은 물론 원부자재의 안정적인 확보가 어렵고 경우에 따라서는 고급 원부자재의 구득자체가 어려워질 위험성을 안고 있는 셈이다. 또한 부품과 모듈업체가 공조해 상호 조화될 수 있는 특성치를 지닌 고품질 제품을 개발할 수 있는 기회도 없어 전후방 인프라가 단단한 일본을 따라잡기엔 역부족이다.

〈유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