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벨(Ma Bell)」은 기로에 서 있는가. 요즘 미국 통신업계에서는 이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이러한 의문을 갖게 된 데는 최근 AT&T에서 나타나고 있는 여러가지 정황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우선 연방통신법의 발효에 따라 미국내 통신시장 환경이 일대 변혁을 겪고 있어 이에 적절히 대응해야 하는 난제를 안고 있는 가운데 로버트 앨런 회장의 후계자로 지목되어 오던 알렉스 맨들 사장이 지난 8월 돌연 사임했다. AT&T는 지역전화시장에 진출하려고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기대만큼 진전되지 않고 있는 반면 벨 애틀랜틱, 나이넥스, 퍼시픽 텔레시스 등 지역벨사들이 AT&T 타도를 위해 공동전선을 펴고 있다.
또 국제 통신시장환경도 이 회사에 불리한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영국의 최대 통신업체인 브리티시 텔레컴(BT)이 미국 MCI커뮤니케이션스를 인수, 합병하는가 하면 유럽의 대형 통신업체들이 AT&T에 대응하는 연합전선을 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3.4분기 수익도 11%나 감소했다.
이는 마치 과거 메인프레임사업에 주력하던 IBM이 기술 및 시장환경의 변화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침체의 늪에 빠졌던 사실을 연상시켜 공룡기업의 문제점을 다시 한번 일깨워 준다.
이같은 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해 앨런 회장은 먼저 인쇄업체인 R.R.도넬리 앤드 선즈사의 존 월터 회장을 사장으로 영입했다. 올해 49세인 월터 사장은 그의 직장생활의 전부라 할 수 있는 27년을 도넬리사에서 근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는 1백30여년의 역사를 가진 도넬리사의 보수적인 사내풍토를 과감히 쇄신하고 디지털시대에 부응하는 기업체로 탈바꿈시켰다. 비록 통신사업과 관련된 경험은 단지 전화번호부를 발간한 일밖에 없을 정도로 미미하지만 그가 도넬리사에서 발휘한 새로운 기술 및 시장변화에 강한 경영능력과 젊음, 그리고 패기가 높이 평가된 것으로 보인다. 그가 1백여년의 역사 속에 비대해져 거동이 불편한 마벨을 다시 비상(飛翔)시켜주는 「소년천사」가 될 수 있을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