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LG, 대우전자 등 국내 대기업들이 부품 구매방식을 일종의 「입찰제」로 전환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부품업체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G전자가 지난 10월 경영방침 설명회를 통해 협력업체들에 이같은 입찰제 시행의사를 밝힌 데 이어 대우전자 구미공장도 지난주 이와 같은 내용을 시사했으며 지난 27일에는 삼성전자 정보기기사업부가 내년도 신개발품 설명회를 통해 협력업체들에 내년부터는 신제품에 채용될 부품 개발에 나서기 전에 공급 가능한 가격을 제출해 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트업체들이 신제품 개발 전에 미리 부품 공급가격을 제출토록 하고 이 가운데 가장 낮은 가격을 제시한 업체에 개발 및 공급을 맡기는 입찰제 도입을 추진하는 것은 신제품 가격을 개발 전부터 결정하고 경쟁을 유도해 부품 구매가격을 낮추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부품업체들은 입찰제는 「세트업체가 인하폭을 제시하고 협력업체들과의 상담을 통해 가격인하가 이뤄지는」식의 부품 가격질서를 일시에 무너뜨리고 「부품을 계속 공급하기 위해 알아서 가격을 내리는」 출혈경쟁을 부추겨 가뜩이나 채산성 확보에 어려운 부품업체들을 더욱 어렵게 할 것으로 우려, 초긴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 부품업계 관계자들은 『대기업들이 부품업체들의 사정을 뻔히 알면서도 입찰제 도입을 추진하는 것은 품질, 납기 등 가격 외적인 부분에 대한 협력업체들의 적극적인 협력 노력을 도외시하고 과당경쟁을 유발해 가격을 더욱 낮추려는 의도』라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삼성전자에 부품을 공급하고 있는 한 업체 관계자는 『2년 전 한 세트업체에서 이와 같은 입찰제를 시행했다가 말썽만 빚고 중단한 적이 있는 데 이때도 업체들의 과당경쟁을 유발해 가격이 큰폭으로 낮아져 부품업체들이 곤혹을 치렀다』고 설명하고 『최근 대기업들이 경쟁력 강화를 위해 부품가격을 평균 5% 가량 인하토록 해 가뜩이나 어려운 데 또다시 입찰제를 도입하려는 것은 납품업체는 물론 세트 대기업에도 장기적으로 악영향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기업들이 제조원가를 줄이기 위해서는 중소기업들을 몰아붙이는 이같은 발상 대신 대기업 스스로가 제품 설계 및 제조공정을 개선해 부품제조원가를 줄일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가격인하를 유도하는 등 보다 합리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 부품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김순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