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21세기 국가 기간전산망의 중추를 우리 손으로 만든 전산기로 구축해보려는 열망속에 개발돼온 국산 주전산기Ⅳ가 마침내 그 모습을 드러냈다.
29일 하오 서울 힐튼호텔 컨벤션센터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모습을 드러낸 국산 주전산기Ⅳ(일명 고속병렬컴퓨터)는 비록 시제품임에도 불구, 국내 대형컴퓨터 산업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번에 발표된 국산 주전산기Ⅳ는 현재 전세계 중대형컴퓨터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채용하고 있는 신기술을 거의 모두 수용하고 있는데다 일부 기술의 경우 외국컴퓨터업체 보다 한 수 우위인 것으로 알려져 국내외 중대형컴퓨터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우선 이 대형컴퓨터는 인텔 펜티엄프로칩 4개를 하나의 보드 위에 장착하는 대칭형멀티프로세싱(SMP)방법을 채용했고 이를 다시 초병렬처리(MPP)기법을 통해 최대 2백56개까지 CPU를 확장할 수 있도록 설계, 시스템의 확장성을 획기적으로 제고했다는 분석이다.
현재 SMP와 MPP기술을 접목한 중대형 컴퓨터 아키텍쳐는 선진 외국중대형컴퓨터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채용하거나 채용을 검토하고 있는 기법으로 고속으로 병렬데이타를 처리하면서도 온라인 트랙잭션 기능도 우수해 데이타웨어하우징을 비롯한 범용 대형컴퓨터 시장에서 각광받고 있다.
특히 국산 주전산기Ⅳ 개발 주역인 한국전자통신연구소가 독자적으로 고안한 「엑센트 네트」라는 스위칭 기술은 외국기업에서 출시되는 다중버스 구조의 고속병렬컴퓨터가 갖고 있는 시스템 불안요소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돼 국산 주전산기Ⅳ의 가용성이 현존하는 그 어느 제품보다 앞설 것이라는게 연구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소 임기욱 시스템연구부장은 『이 제품은 최고 20GIPS(초당 2백억 명령어 처리)처리속도를 지닌 고속병렬컴퓨터』라고 설명하면서 『오는 98년 1월경까지 성능 보완을 거쳐 참여기업에게 기술을 이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보통신부와 과기처의 공동 주관하에 한국전자통신연구소 및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전자, 대우통신 등 주전산기 4개사가 공동으로 참여, 연인원 5백70명과 총 5백70억원의 연구비를 투입한 끝에 순수 국산 고속병렬컴퓨터가 개발됨에 따라 국내 대형컴퓨터 설계 기술은 선진국 수준으로 높아지게 됐다는 평가를 받을 전망이다.
그러나 이같은 외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국산 주전산기Ⅳ의 앞날이 결코 순탄하지 않을 것이라는게 업계의 걱정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중대형컴퓨터는 기술만 우수하다고 판로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고 밝히고 있다. 중대형컴퓨터는 PC와 달라 운영체계, DBMS, 응용소프트웨어업체 등 수많은 지원군이 있어야 하고 지원군 또한 여타 경쟁자 보다 우수해야만 소비자가 관심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한국전자통신연구소와 업계는 기존 국산 주전산기 Ⅰ, Ⅱ, Ⅲ에서 겪었던 쓰라린 교훈을 되새겨 외국업체와 당당히 경쟁할 수 있는 대형컴퓨터로 거듭나도록 개발에 더욱 정진해야한다고 전문가들은 주문하고 있다.
<이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