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마이크로 로봇 월드컵

李相睦 과학기술처 과장

우리나라가 2002년 월드컵 축구를 개최하기로 했다는 사실을 모르는 국민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11월 9일부터 4일간 대덕연구단지에 있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로봇들로 구성된 축구경기로는 세계 처음으로 열린 「로봇 월드컵」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도 언론들이 이 행사의 중요성을 과소평가, 평면적인 소개에 그쳤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이 학교 학생들이 수년 전 우리나라 최초의 위성인 「우리별 1호」를 지구상공에 쏘아 올렸을 때 언론이 열광적인 보도태도를 보였던 것과 정반대 현상이다. 당시 신문과 방송매체들은 「우리별 1호」 발사장면을 앞다투어 주요 뉴스로 다뤄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이때 감수성이 예민한 어린 학생들이라면 이러한 언론보도를 통해 『나도 자라면 훌륭한 과학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번쯤 해봤을 것이다.

과학기술자들도 스포츠, 연예인들 못지않게 대중들의 인기를 차지할 수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최근 KAIST 교정에서 벌어졌던 마이크로 로봇들의 축구경기를 어렵게 구한 녹화 비디오를 통해 시청한 소감은 이 행사야말로 자라나는 청소년에게 미래 과학기술 발전에 대한 비젼을 제시하는 한편 일반 대중과 연구원들도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볼거리로 손색이 없다는 것이었다.

마이크로 로봇 축구경기는 가로, 세로, 높이 각 7.5 크기의 로봇 3대가 한팀을 이루고 길이 1백30, 폭 90의 미니 축구장에서 골프공을 사용해 전, 후반 각 5분씩 경기를 치르며 승부는 폭 30, 높이 12 크기의 골에 집어넣는 골 수로 결정된다.

이때 사용되는 로봇은 외부의 원격 조정없이 각자의 자율지능을 이용해 공의 위치를 파악, 골을 향해 볼을 몰고가도록 설계된 것으로 이 로봇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인공지능을 비롯한 차세대 정보통신 기술을 모두 동원해야 가능하다.

한국을 비롯해 미국, 일본, 캐나다, 스위스 등 모두 9개국에서 23개 팀이 참가한 이번 대회에서 첫 우승의 영광을 차지한 미국 뉴튼팀의 로봇은 1초 동안에 60번씩이나 볼의 위치를 확인, 마치 사람이 공을 몰고 다니는 듯한 묘기를 연출, 이를 지켜보던 학생들을 놀라게 했다. 또 한국팀도 비록 미국팀에 큰 골차로 졌지만 일본 스위스 등을 제치고 2위를 차지, 한국의 과학기술력도 만만치 않음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전세계에 인터넷을 통해 생중계된 로봇 월드컵 대회는 비록 우리별 1호만큼 사회적 관심을 끌지는 못했지만 어린 학생들에게 지적인 호기심을 채워준 점에 있어서는 대성공을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로봇 월드컵 행사를 계기로 한국의 미래를 짊어진 어린 학생들에게 무엇을 보여주고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하는 질문에 우리 국민 모두가 다시 한번 곰곰히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