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제33회 무역의 날 행사는 국내외 전반적인 경기침체와 수출부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열렸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수출실적 1천억달러를 돌파했던 우리나라는 올해 세계경제 침체와 반도체, 철강, 조선 등 주력 수출품목의 수출부진 등으로 지난 10월말 현재 1천65억달러를 수출, 전년동기대비 4.6% 증가에 그쳤으며 무역수지 적자는(통관기준) 1백68억달러로 전년동기대비 75% 늘었다.
기간중 전자, 전기제품 수출은 총 2백2억달러로 전년동기대비 0.9% 감소했으며 반도체는 1백50억달러로 14.2% 줄어들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효자노릇을 톡톡히 했던 반도체 수출이 이처럼 크게 줄어든 것은 반도체 수출가격이 올 들어 연초의 20% 수준으로 떨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그러나 반도체와 전자, 전기제품의 수출액이 지난해에 비해 줄어들기는 했으나 지난 10월말 현재 수출실적이 3백52억달러를 넘어 전체수출액 1천65억달러의 33%를 차지함으로써 우리나라 수출산업에서 전자산업이 갖는 위치는 여전히 절대적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지난 62년 라디오 수출을 시작으로 65년 2백만달러의 첫 수출실적을 기록한 우리나라의 전자수출은 올해 4백10억달러로 지난해의 4백36억달러보다 6% 줄어들 전망이다.
전자산업의 이같은 수출전망은 비록 지난해에 비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는 것이지만 단일산업으로는 처음으로 지난 76년 10억달러, 지난 87년 1백억달러 수출 등과 비교할 때 한마디로 눈부신 발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수출산업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는 전자산업은 지난 30여년간 이같은 수출성장의 가도를 달려오면서 주력 수출품목의 구조도 크게 달라지고 있다.
지난 76년 10억달러 수출을 달성할 때의 주력 수출품목은 흑백TV, 생활무전기(CB), 라디오, 녹음기 그리고 부품으로는 트랜지스터, 다이오드 등의 조립수출이 고작이었다.
또 87년 1백억달러 수출실적 달성을 전후한 2단계 수출성장기에는 이들 품목과 함께 컬러TV와 VCR, 전자레인지, 전화기 등이 주력 수출품목으로 급부상했다.
특히 이 시기에는 수출품목으로는 낯선 PC의 해외시장 진출이 눈에 띄게 늘어나 일반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기도 했다.
그러나 90년대 들어 주력 수출품목에 대한 급격한 세대교체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반도체와 위성방송 수신기, 무선전화기, CD롬 드라이브 등 첨단 전자제품의 수출이 급격히 늘면서 높아진 우리나라 전자산업의 위상을 전세계에 과시했다.
특히 반도체의 경우는 세계인들도 경이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만큼 세계적인 상품으로 급부상, 지난해 우리나라 단일 수출품목으로는 처음으로 2백억달러 이상의 수출실적을 기록하는 개가를 올리기도 했다.
비록 올해에는 반도체 수출이 급감하면서 우리나라 수출 증가세가 크게 둔화되기는 했으나 내년부터는 반도체 시장이 다시 활기를 띨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데다 국내 반도체 업체들이 올해의 부진을 만회하고 해외시장 진출을 가속화하기 위해 차세대 제품 개발을 적극 추진하고 있어 앞으로 반도체가 우리나라 수출산업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앞으로 상당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라디오에서 시작해 반도체로 발전해 온 주력 수출품목의 변화와 함께 수출시장의 다변화도 우리나라 전자산업의 발전과 수출성장 과정을 확인할 수 있는 또 다른 분야다.
미국, 유럽, 일본 등에 편중됐던 전자수출 시장이 80년대로 들어서면서 50여개국으로 늘어났고 90년대부터는 동구권에까지 우리의 전자제품이 선보이는 등 모두 1백60여개국에 국산 전자제품이 진출해 있다.
이같은 전자수출의 성장 바탕은 저임금에 의한 대외경쟁력 제고와 「우리도할 수 있다」는 업계의 의지, 구미전자공단 및 마산수출지역 등 공단조성에 힘쓴 정부의 정책적 지원 등 수출확대를 위한 제반 요소가 조화를 이룬 결과다.
이에 따라 전자산업이 우리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우리나라 전자산업 생산규모는 수출을 포함, 총 6백37억달러로 미국과 일본, 독일에 이어 세계 4위를 차지하고 있다. 부문별로는 가정용 기기가 일본에 이어 세계 2위를, 전자부품은 일본과 미국에 이어 세계 3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산업용 기기는 세계 9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전자산업 위상은 세계무역기구(WTO) 출범 등 세계무역질서 변화와 저임금에 대한 이점이 사라지면서 적지않은 난관을 예고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전자수출의 확대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국내 전자업체들은 이미 시장이 포화상태에 접어든 가전시장에서 벗어나 정보통신산업을 중심으로한 새로운 수출 전략상품을 적극 개발하는 한편 전자부품의 소재개발 및 고정밀화 등을 실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연구개발과 생산 및 판매전략 등을 구사할 때 현지 경영체제를 고려해 수출시장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을 더욱 강화해야 할 것이다.
오는 2000년대 초 국내 전자산업은 단일산업 최초로 수출 1천억달러 시대를 여는 신기원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업계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이같은 전망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전자산업 관계자 모두가 전반전인 전자수출 부진현상을 새로운 도약의 계기로 활용할 수 있도록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김성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