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경] 부품유통업계에 계륵으로 부상한 세진

부품유통업계에 있어 세진컴퓨터랜드는 계륵(鷄肋)이다. 거래를 지속하자니 각가지 잡음이 끊이지 않고 거래를 중단하자니 당장 매출에 치명적인 손실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그만큼 부품유통업계에서 차지하는 세진컴퓨터랜드의 영향력은 크다.

세진컴퓨터랜드에 대해 부품유통업체들이 불안해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1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사상최악의 불황이 가져다 준 컴퓨터유통업체들의 도산에 대한 위험이다. 지난해 소프트라인의 부도로 부품유통업체들은 일대 정리기를 맞았다. 그 이후 「자라보고 놀란가슴 솥뚜껑보고 놀라는」 격으로 부품유통업체 경영주들의 가슴은 조마조마하다. 소프트라인 부도여파가 적지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세진컴퓨터랜드의 만약의 사태(?)는 가히 상상도 못할 정도이기 때문이다. 또 올해 9월 제일나노텍의 부도와 최근 서로컴퓨터의 도산이 안겨다 준 충격도 이들의 불안감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부품유통업체들의 시각은 긍정적일 수 만은 없다. 특히 최근들어 상가를 중심으로 내년부터 대우통신이 세진컴퓨터랜드를 합병해 직접 운영할 것이라는 근거없는 소문과 당초 6천8백억원의 매출목표를 세웠던 세진컴퓨터랜드의 매출목표달성이 불투명하다는 것이 부품유통업체들을 더욱 불안하게 한다. 「잘나가는 세진」을 믿고 준 물품대금을 회수하는데 별문제가 없을까에 신경이 예민해져 있다.

부품유통업체들은 최근 세진컴퓨터랜드의 한상수 사장이 기자간담회를 통해 내년에도 세진컴퓨터랜드를 직접 관장한다고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상가를 중심으로 끝었이 나돌고 있는 대우통신의 세진합병설이 구체화한다해도 득 될것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세진의 성장가도에 발판이 돼온 대우통신이 세진의 유통망을 인수할 경우 문어발 같은 채무부담을 안을 것인가에 부품유통업체들은 자못 회의적으로 여기고 있다.

더욱이 최근들어 세진의 매출이 기대이상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조차 불안감을 더해주고 있다. 여기에다 세진의 「몸집불리기」를 계속해 건설, 광고, 통신판매를 하나로 묶는 그룹운영까지 거론되고 있다. 부품유통업체들은 세진이 컴퓨터유통을 제외한 대부분의 부대사업이 비용부담을 늘릴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부품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세진컴퓨터랜드의 일거수 일투족에 부품유통업계 경영주들의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다』며 『요즘 웬만한 부품유통업체 경영주들은 거의 매일 세진컴퓨터랜드이 움직임을 파악할 정도』이라고 말했다.

세진의 향배에 중소 부품유통업체의 생사가 달려 있다. 부품유통 업계차원에서 보면 세진컴퓨터랜드는 하나의 공급처에 불과하지만 영세한 부품유통업체의 입장에서는 세진컴퓨터랜드의 성패가 회사존립의 중요한 「포인트」가 되기 때문이다.

<이경우 기자>